한국男·일본女 부부, 1년 새 40%↑
日언론 “한류 인기·韓 경제력 성장이 배경”...심화되는 결혼 문화 차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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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몇 년 사이 한일 부부가 눈에 띄게 증가하면서, 결혼을 위해 일본 현지를 방문하는 한국인 남성들이 늘고 있다.사진은 소노 로맨스 웨딩페어에서 모델들이 모의 웨딩을 시연하는 장면. /더팩트 DB |
[더팩트｜이환호 인턴기자] 최근 몇 년 사이 한일 부부가 눈에 띄게 증가하면서, 결혼을 위해 일본 현지를 방문하는 한국인 남성들이 늘고 있다.
일본 언론들도 이 같은 현상을 주목하며 잇따라 보도하고 있다. 7일 일본 언론 TBS는 한국인 남성이 일본에서 현지 여성과의 결혼을 원하는 경우가 증가했다며 결혼 상대를 찾을 때까지 일본을 방문한다고 전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지난달 13일 보도에서 한국인 남성과 일본인 여성의 결혼이 빠르게 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현상은 일본의 한류 열풍과 함께 갈수록 심화되는 한국의 내집마련 어려움과 결혼 문화에 기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2024년 한국인 남성과 일본인 여성의 혼인 건수는 1176건으로, 전년보다 40% 증가했다. 이는 지난 10년 중 가장 많은 수치다. 반면 한국인 여성과 일본인 남성의 결혼은 147건으로, 10년 전과 비교해 5분의 1 수준으로 감소했다. 한국 전체 혼인 건수는 저출산과 가치관 변화 등으로 10년 전보다 30% 줄었지만, 국제결혼은 전체 혼인의 약 10%를 차지하며 오히려 늘어나는 양상을 보였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일본인과의 결혼은 빠른 속도로 증가했다. 2019년부터 2024년까지 일본인과의 결혼은 13% 늘어난 반면, 같은 기간 중국·필리핀·베트남인과의 결혼은 오히려 감소했다.
닛케이는 이러한 변화의 배경으로 한류 열풍과 높아진 한국 경제력을 꼽았다. 2003년 드라마 ‘겨울연가’ 방영 이후 일본에서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확산했고, K팝과 한국 드라마, 소셜미디어를 통해 양국 청년들이 서로의 문화를 접하는 기회가 많아졌다.
이런 흐름은 자연스럽게 만남으로 이어졌다. 특히 SNS에서는 ‘#한일부부’, ‘#한일커플’ 등의 해시태그가 붙은 게시물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결혼생활이나 데이트 일상을 공유하는 콘텐츠가 다른 한일 커플 형성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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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년들이 결혼을 미루게 되는 이유 중 하나는 비싼 집값 때문이다. 청년 10명 중 8명은 내 집을 소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뉴시스 |
일본 TBS 방송에 출연한 30대 한국인 남성 A씨는 일본에서 맞선을 보게 된 이유를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그는 "한국에서는 결혼할 때 남자가 집을 마련하는 게 당연하게 여겨지는데, 대출 없이 집을 사려면 40세는 돼야 한다"며 "30대에 결혼하고 싶었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인 여성은 남성에게 금전적 부담을 크게 요구하지 않는다고 생각해 일본에서 배우자를 찾기로 결심했다"고 덧붙였다.
A씨가 맞선을 위해 일본에서 사용한 비용은 100만 엔(약 900만원)을 웃돈다. 여기에는 결혼 상담소 입회비, 일본 왕복 항공료, 머리 손질 비용 등이 포함됐다. 일본 현지 결혼상담소 대표는 한국인 남성들에게서 받은 맞선 신청 건수가 8000건에 달한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 남성들은 국내 결혼을 포기한 경우가 많다. 일본 여성들은 ‘함께 노력하자’는 태도를 갖고 있어 신청이 계속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한 일본인 여성은 한국 남성과 맞선 경험에 대해 "드라마 속에서 봤던 것처럼 스스로 해내는 완벽한 이미지가 있다"고 평가했다.
현지 관계자들은 일본인 여성과 한국인 남성의 결혼이 앞으로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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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남성 인플루언서가 일본 여성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여행 오는 한국 남성을 향해 경고하는 모습. /사진=인스타그램 캡처 |
한류 확산과 결혼 문화 차이로 한일 부부가 늘고 있는 가운데, 일부에서는 이를 바라보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일본 관련 콘텐츠를 제작하는 한 남성 인플루언서는 최근 자신의 SNS를 통해 "일부 온라인 콘텐츠가 ‘일본에서는 여성들이 먼저 다가온다’는 식의 과장된 이미지를 주고 있다"며 "실제 여행객 중에는 이런 기대만으로 일본을 찾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부분은 연출된 상황이거나 가능성이 매우 낮은 일"이라며, 외모·대화·문화 이해 등 현실적인 조건을 강조했다.
이 발언에 누리꾼들도 "언어와 문화를 이해하는 노력이 먼저" "한국에서 어렵다고 일본에서 쉽게 될 거라는 생각은 위험하다" "상대 국가와 사람을 존중하는 태도가 필요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jhjhj5232@tf.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