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전동화 리포트②] '럭셔리 전기차' 정수 벤츠…수요 둔화를 기회로더팩트 기사제공: 2025-06-29 00:06:02

독일 헤델핑겐 메르세데스-벤츠 배터리 생산 공장. /메르세데스-벤츠

글로벌 자동차 시장이 내연기관에서 전동화로 전환되고 있다. 전통의 강자인 프리미엄 수입차 브랜드들은 독자적 기술력과 막대한 자본력을 앞세워 시대의 흐름을 좇고 있다. 현재는 중국 BYD와 미국 테슬라 등 전동화 차량만 제조하는 신흥 강자들이 새로운 시장에서 최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전통의 강자들이 앞다퉈 전동화 시장에 진출하면서, 예정된 뉴노멀(New Normal) 모빌리티 시대의 지형도가 어떻게 변할지는 미지수다. 국내에 진출한 수입차 브랜드들의 전동화 투자 전략과 모델 라인업, 방향성 등을 집중 분석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영향으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전동화 전략을 수정하는 상황에서 메르세데스-벤츠 역시 속도 조절을 하고 있다. 하지만 전기차 시대가 반드시 올 것이라는 믿음으로 방향성을 굳건히 하며 배터리 내재화 등에 집중하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메르세데스-벤츠는 내년에 브랜드 역사상 가장 폭넓은 전기차 라인업을 출시할 계획을 갖고 있다. EQE와 EQS 등 세단형과 EQE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EQS SUV 등 SUV 라인업 외에 새로운 전동화 모델을 투입할 예정이다.

캐즘 영향으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전동화 계획을 다소 미루는 상황에서 메르세데스-벤츠 역시 속도 조절을 하고 있지만, 새로운 모델을 지속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지난 2021년 7월 제품 포트폴리오 전략과 투자 계획 등 전동화 전략을 발표하며 전기차 중심(EV-first)에서 전기차 전용(EV-only)으로 전환하고 오는 2030년까지 전체 차종을 순수 전기차로 전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캐즘이라는 상황이 생기자, 2030년까지 전기차·하이브리드를 전체 판매 절반 수준으로 올린다며 한발 물러섰다. 올라 칼레이누스 메르세데스-벤츠 회장은 최근 독일 아우토 모토 운트 슈포트와 인터뷰에서 "전기화된 첨단 내연기관은 우리가 처음 예상한 것보다 더 오래 판매될 것"이라고 말했다.

벤츠코리아는 시장에서 소비자 접점을 확대하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전기차를 꾸준히 출시하며 시장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방침이다. 마티아스 바이틀 벤츠코리아 대표이사 사장은 지난 23일 "내년에는 전기차 부분에 있어 역사상 가장 폭넓은 라인업을 출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2022년부터 2030년까지 순수 전기차 분야에 총 400억유로(약 63조4000억원)를 투자하며 전기차 아키텍처와 차세대 배터리 개발, 새로운 충전 시스템·인프라 구축, 네트워크 확장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메르세데스-벤츠 고급 전동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마이바흐 EQS 680 SUV'. /메르세데스 벤츠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 차별성이 있는 부분은 전기차 핵심 부품인 배터리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지난 2021년 독일 헤델핑겐에 있는 변속기 공장을 1만6500㎡ 면적 배터리 생산 공장으로 바꿨다. 배터리 내재화 전략을 구현한 셈이다. 해당 배터리는 한국 수출 차량에 탑재된다.

기술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지난해 7월 독일 슈투트가르트 운터튀르크하임 본사에 e캠퍼스를 개관하고 고성능 셀을 개발하고 있다. 배터리 기술 전체 분야를 다루며 메르세데스-벤츠 DNA를 지닌 제품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실리콘 복합재를 기반으로 고에너지 음극을 사용하는 리튬 이온 셀과 코발트 프리 양극 화학, 전고체 배터리 기술 등을 개발하고 있다. 배터리 기술 개발을 통해 전기차 주행거리와 효율성 측면에서 차별화를 두겠다는 생각이다.

주목할 것은 내재화에 그치지 않고 배터리 소재 재활용 시설까지 만든 점이다. 배터리 소재 재활용은 국내에서 에코프로그룹 등 소재사가 재활용 사업에 뛰어든 상황이다. 완성차 업체인 메르세데스-벤츠가 배터리 소재 재활용 사업에 나서며 전기차 시대를 준비하는 셈이다.

지난해 10월 독일 쿠펜하임에 유럽 최초로 배터리 재활용 공장을 개소한 메르세데스-벤츠는 '도시 광산'이라고 지칭하고 있다. 기존 광산에서 소재를 얻는 방식이 아닌 전기차에서 얻은 폐배터리를 분쇄해 활성 배터리 물질을 건조·가공해 재활용한다.

벤츠코리아는 지난해 8월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발생한 EQE 350 화재로 유례없는 어려움에 놓인 바 있다. 그러나 발 빠른 대응으로 시장 입지를 유지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가운데 새로운 전기차 출시를 이어가며 신뢰를 다지겠다는 방침이다.

한성자동차를 통한 인증 중고차 사업으로 소비자 접점도 늘리고 있다. 한성자동차는 최근 3년간 매년 평균 5500대 이상을 판매했다. EQ 모델을 포함한 일부 차종을 구매할 때 3일 환불 보장제를 실시하며 소비자 편의성도 늘렸다.

마티아스 대표는 "완전한 전동화로 가는 데까지 예상한 것보다 시간이 걸리기는 하지만 수요를 기민하게 경청하며 대응하고 있다"라며 "한국 소비자의 높은 기준에 맞춰 최고의 제품을 제공하는 것이 고정 과제면서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bell@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