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란 전쟁에 불붙은 국제유가…정유·석화업계 '긴장'더팩트 기사제공: 2025-06-17 00:12:02

이스라엘과 이란의 무력 충돌로 전운이 드리우면서 국제유가가 요동치고 있다. 13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텔아비브의 한 건물이 이란이 발사한 미사일에 맞아 화염과 연기가 치솟고 있다. /텔아비브=AP.뉴시스

[더팩트ㅣ장혜승 기자] 이스라엘과 이란의 무력 충돌로 전운이 드리우면서 국제유가가 요동치고 있다. 국제유가에 직접적 영향을 받는 정유업계와 석유화학업계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습한 지난 13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7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7.3% 오른 72.9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브렌트유 가격은 전일보다 4.87센트 상승한 배럴당 74.23달러에 거래됐다.

경기침체 우려로 올해 유가는 배럴당 50달러대까지 떨어졌는데 중동 지역 정세가 악화하면서 다시 급등하는 모양새다.

이란은 세계 석유 매장량 4위를 차지하는 산유국이다. 석유 매장량의 48.3%가 중동에 집중돼 있고 한국의 대륙별 원유 수입 비중에서도 중동은 2023년 기준 71.9%를 차지한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유가가 10% 오를 경우 국내 기업 비용은 제조업 0.67%, 서비스업 0.17%, 전 산업 0.38% 증가할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배럴당 80달러 이상의 고유가가 지속될 경우 국내 생산비용 증가로 수출가격 경쟁력이 약화되고 해외수요 둔화로 수출이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정유업계는 긴장하고 있다. 유가가 급등하면 단기적으로는 실적이 오를 수 있다. 다만 중장기적으로는 원유 도입 비용이 증가하고 고유가에 대한 부담으로 수요가 위축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정유사의 수익 지표인 정제마진까지 떨어질 우려가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수요가 아닌 공급 이슈에 따른 국제 유가 상승이기에, 재고 평가 상승, 일부 제품가 상승 등으로 단기적으로는 실적에 긍정적일 순 있다"면서도 "중장기적으로는 공급망 불안정, 물가 상승 등 외려 수요 악화로 이어져 정제마진 악화 등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스라엘과 이란의 무력 충돌로 전운이 드리우면서 국제유가가 요동치고 있다. /더팩트 DB

중국발 공급과잉과 글로벌 수요 둔화로 장기 불황에 시달리는 석유화학 업계도 악재를 만났다. 석유화학 제품의 기초 원료로 쓰여 '산업의 쌀'로 불리는 나프타는 원유에서 정제되는 중간 유분이다. 국제유가가 오르면 나프타 가격도 같이 올라 석화 업계의 제조 원가도 높아진다. 원가 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해야 하지만 수요가 부진하면 가격도 올리지 못하고 마진이 줄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원유를 공급하는 한 축이 불안정해지고 있고 유가 상승에 대한 가격 불안정성 우려가 큰 상황"이라며 "최악의 경우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로 인해 유가나 물류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도 있어 염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대비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해상 수송량의 30%를 차지한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중동 불안이 국제유가와 수출입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통해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싸고 군사적 대치 상황까지 간다면 유가가 배럴당 80달러 이상으로 급등할 가능성도 있다"며 "중장기적으로 원유수입국인 선진국을 중심으로 기업의 에너지 비용 증가, 소비자의 휘발유 비용부담 상승 등을 통해 세계경기 둔화도 우려된다"고 분석했다.

윤재성 하나증권 연구원은 "세계 6위 규모의 정제설비를 보유하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정유제품 수출 항로는 주로 호르무즈 해협을 경유한다"며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될 경우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의 수출에 차질이 생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 연구원은 "특히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아랍에미리트의 합산 에틸렌 생산능력(CAPA)이 1년에 3000만톤에 달하는 만큼 석유화학 공급 차질 우려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때보다 크다"고 우려했다.

zzang@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