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정부, 상법 개정안 드라이브
유상증자, 첫 적용 사례 관측
 |
| 17일 IB 업계에 따르면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는 지난 2월 호텔롯데와 부산롯데호텔 등이 보유한 롯데렌탈 지분 56.17%를 주당 7만1115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 |
[더팩트ㅣ이라진 기자]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어피니티PE)가 롯데렌탈 인수를 추진하는 가운데, 이재명 정부가 소액주주 권익 보호 강화를 핵심으로 하는 상법 개정에 속도를 내면서 인수 시기가 늦춰지거나 거래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업계서는 이례적인 유상증자 구조와 함께 제도 변화가 M&A에 미칠 파장을 주목하고 있다.
1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어피니티PE는 지난 2월 롯데렌탈의 최대주주인 호텔롯데와 부산롯데호텔 등이 보유한 롯데렌탈 지분 56.17%를 주당 7만7115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롯데렌탈 주가는 2만9400원 수준으로, 약 2.6배에 달하는 경영권 프리미엄이 붙었다. 총 인수 금액은 약 1조5729억원에 이른다. 일반적으로 비상장 기업의 인수나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한 사례는 있었지만, 상장사의 경우 이처럼 높은 프리미엄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문제는 이어 발표된 유상증자 구조다. 같은 날 롯데렌탈 이사회는 어피니티PE를 대상으로 총 2120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발행가는 2만9180원으로, 어피니티PE의 인수 단가보다 60% 이상 낮다. 유증이 이뤄지면 어피니티PE의 롯데렌탈 지분율은 56.17%에서 63.5%로 늘어난다. 무엇보다 평균 매입 단가를 약 16% 낮추게 되는 효과를 얻게 된다. 반면, 기존 일반주주의 지분 가치는 희석되며, 피해는 고스란히 소액주주에게 전가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어피니티PE가 이같은 거래 구조로 롯데렌탈 인수를 추진하면서 이재명 정부가 추진 중인 상법 개정안과 상충된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재명 정부는 소액주주의 권리 보호 강화를 핵심으로 하는 상법 개정안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상법 개정안은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경영진이 기업만이 아니라 일반 주주의 이익도 고려하도록 법적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이다. 김병기 신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15일 "상법 개정이 코스피 5000시대를 열기 위한 꼭 필요한 법안"이라며 "민생 법안 중에서 가장 먼저 처리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 상법 개정안과 관련해 취임 후 2~3주 안에 처리하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여기에 더해, 의무 공개매수제 도입도 추진되고 있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소액주주 권익 보호를 위한 공개매수 제도 도입을 제시했다. 의무 공개매수 제도는 기업 인수·합병 과정에서 일정 비율 이상의 주식을 의무적으로 공개매수 하도록 하는 제도다. 이를 통해 일반 주주들은 보유 지분을 팔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이는 현재 추진 중인 롯데렌탈 인수 구조처럼, 경영권 프리미엄을 대주주에게만 지급하고 일반 주주에게는 저가 유상증자를 통해 불리한 조건을 강요하는 관행을 정면으로 겨냥한다.
실제 지난해 6월 강훈식 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현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상장사 지분 25% 이상을 인수할 경우, 전체 주식을 동일 조건으로 공개매수 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해당 법안이 통과될 경우 어피니티PE는 롯데렌탈의 일반 주주에게도 7만7115원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반영한 가격으로 주식을 매입해야 할 가능성이 생긴다.
이에 IB 업계에서는 어피니티PE의 롯데렌탈 인수 구조, 특히 유상증자 부분이 새 정부의 상법 개정안 적용 1호 사례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상법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롯데렌탈 딜 클로징이 더 늦어질 수 있고, 물론 상황은 더 보아야 하겠지만 정부가 개정안 처리에 속도 내는 분위기라 딜이 결렬될 가능성도 아예 배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롯데렌탈의 일반 주주는 유상증자 철회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롯데렌탈의 주요 주주인 VIP자산운용은 롯데렌탈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대해 공개적으로 철회 요구에 나선 상황이다. VIP자산운용은 "대주주는 높은 가격으로 지분을 매각하고 대주주의 이사회는 매수자에게 추가 지분을 할인해 배정해 단가를 낮췄다"며 "특히 이번 유상증자가 어피니티PE에 일방적으로 유리하고 기존 주주의 지분율이 희석돼 일반 주주 피해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도 롯데렌탈 소액주주의 유상증자 철회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어피니티PE 관계자는 "원칙상 현재 진행 중인 딜에 대한 구체적인 답변은 어렵다"며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