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숙의 부활…월세 부담 덜고 숙식 한꺼번에 해결더팩트 기사제공: 2025-07-05 00:06:07

높은 집값 대비 열악한 취사환경에 1인 가구 청년들이 원룸 대신 하숙을 찾고 있다. 거주 불안정성에도 "건강한 한 끼"를 보장받을 곳을 택하고 있다./ 더팩트DB

[더팩트ㅣ강주영 기자] # 구직을 위해 지방에서 서울에 올라온 A(29) 씨는 최근까지 살던 월셋집 대신 하숙집을 찾고 있다. 월세와 공과금 등 한 달에 70만 원에 달하는 원룸 고정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다. A 씨는 "취업준비 기간만큼은 식비라도 줄이기 위해 숙식을 동시에 해결하고 싶다"며 "제대로 된 밥을 먹기 위해서라도 하숙을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허위 매물 등 임대 사기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집값까지 폭등하면서 하숙이 다시 인기를 끌고 있다. 고물가에 밥값까지 부담으로 작용하면서 숙식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하숙을 찾는 20~30대 청년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5일 하숙, 홈스테이, 단기 임대 등 숙소 중개 플랫폼 '맘스테이'에 따르면 올 상반기(1~6월) 신규 가입 회원은 여성 1161명, 남성 487명, 성별모름 34명 등 1782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간 여성 335명, 남성 203명, 성별모름 11명 등 549명과 비교해 약 3.2배 늘어난 것이다. 입주로 이어진 경우도 지난해보다 38.7% 증가했다. 같은 기간 계약건수는 764건으로 이미 지난해 551건을 훌쩍 넘어섰다.

하숙을 찾는 20~30대가 급증한 것은 집값 부담 때문이다. 부동산 정보 플랫폼 '다방'이 서울 지역 25개 자치구 내 전용면적 33㎡ 이하 원룸의 전·월세를 분석한 결과, 지난 5월 평균 전세 보증금은 2억1841만 원, 월세는 72만원(보증금 1000만원 기준)으로 나타났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집밥이 제공되는 것도 하숙의 장점 중 하나다. 하숙집 무료 중개 사이트 '하숙집 하시'에 등록된 서울 서대문구의 한 하숙집은 월 35만원에 아침·저녁식사를 제공한다. 맘스테이에 올라온 하숙집은 월 평균 50만~60만 원에 8개 반찬이 포함된 식사를 제공한다. 빨래나 청소 등을 해주는 하숙집도 있다.

이승원 맘스테이 대표는 "가입자 대부분이 20~30대인데 대학생뿐 아니라 끼니 문제로 자취를 하던 사회초년생 직장인들도 찾아오는 상황"이라며 "7~8개 반찬에 매일 다른 국이 포함된 밥상이 제공되니 취업 이후에도 하숙을 이어가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 성동구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아파트 매물 안내문이 붙어 있다. /더팩트DB

4년째 서울에서 자취 중인 취업준비생 B(29) 씨도 조만간 만료되는 원룸 전세 계약을 연장하지 않고 하숙집을 알아보기로 마음먹었다. 특히 B 씨는 대충 끼니를 때우는 일상이 지친다고 했다.

B 씨는 "원룸이 그나마 저렴한 편이라 계속 버텨왔지만 1개뿐인 화구에 도마 놓을 공간도 없어 대충 해먹는 경우가 많다"며 "환기도 되지 않아 요리를 자주 포기하게 된다"고 토로했다.

임대 사기가 기승을 부리는 상황에서 1일 또는 2~6월 단위의 단기 계약이 가능한 점도 하숙을 찾는 주된 이유가 되고 있다. A 씨는 "하숙은 고액의 임대료 불안도 없다"며 "예전과 달리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보니 차라리 단기 계약이 마음 편하다"고 했다.

조영수 하숙집 하시 이사는 "개인 사생활 등이 중요해지다보니 드라마에서 연출되는 정다운 하숙집은 기대하기 어렵다"면서도 "주인들 대다수가 고령이다보니 인건비를 줄이더라도 제대로 된 식사를 제공해주려는 편이라 타지에서 온 청년들을 연결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물가가 유동적인데 월세까지 상승하고 있다. 전세 사기 이슈, 보증금 부담도 하숙을 찾는 요인으로 보인다"며 "하숙이 더 이상 대학생만의 문화는 아니라는 걸 체감한다"고 말했다.

juyo@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