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DL, 사고 이후 정비사업장들 작업 멈춰
가덕도신공항 등 인프라 사업도 차질
 |
| 정부가 사고가 난 건설사들에게 고강도 제재를 예고하며 건설업계가 바짝 얼어붙었다. /뉴시스 |
[더팩트 | 공미나 기자] 정부가 사고가 난 건설사들에게 고강도 제재를 예고하며 건설업계가 바짝 얼어붙었다. 안전 점검을 이유로 작업이 중단되는 공사 현장이 늘어나는가 하면, 상당수 건설사가 신규 수주에도 몸을 사리는 분위기다. 업계에서는 "사고가 나지 않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공사를 안 하는 것"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오는 가운데, 이 같은 분위기가 이어진다면 주택공급과 국책사업 모두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포스코이앤씨가 최근 전국 모든 공사현장 103곳의 작업을 전면 중단하며 시공을 맡은 정비사업장에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포스코이앤씨는 강화된 안전 기준과 절차가 마련될 때까지 모든 현장의 공사를 무기한 멈추기로 했다.
포스코이앤씨는 올해 시공능력평가 7위에 오른 대형 건설사다. 그러나 최근 시공을 맡은 사업장에서 연이어 사고가 발생자 이재명 대통령의 강한 질책을 받았다.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를 향해 건설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강력한 제재를 언급했다.
'더샵'과 '오티에르'라는 브랜드를 앞세워 주택시장에서 존재감을 발휘해 온 포스코이앤씨는 현재 수도권 알짜 정비사업장의 시공권을 여럿 보유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도 정비사업 수주액만 5조302억원을 기록하며 업계 3위를 차지했다. 서울 서초구 신반포21차를 재건축하는 '오티에르 반포'는 포스코이앤씨가 공사 중인 대표적인 사업장이다. 오는 10월 공사를 마치고 분양에 나설 예정이었던 이곳은 공사가 멈추며 일정이 불확실해졌다.
DL건설도 지난 8일 경기도 의정부시 신곡동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하자 공사 현장 44곳의 작업을 무기한 중지했다. 이 여파로 모회사인 DL이앤씨도 지난 9~10일 전국 공사현장 80여 곳에서 작업을 전면 중단했다가 지난 11일 CSO(최고안전책임자)의 승인을 받은 일부 현장만 공사를 재개했다.
이처럼 건설사들이 잇따라 현장을 멈추면서 이미 공급 부족에 시달리는 주택시장이 추가적인 위축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집값 상승률이 반등한 상황에서 신속한 주택 공급이 중요한데 건설사 처벌을 강화 분위기는 공급 차질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책 인프라 사업도 위기에 빠진 건 마찬가지다. 대표적인 사례가 가덕도신공항이다. 포스코이앤씨는 사고 여파로 인프라 사업 신규 수주 중단을 선언하며 가덕도신공항 부지조성 공사 컨소시엄을 탈퇴했다. 가덕도 신공항 부지조성 공사는 앞서 컨소시엄 주관사였던 현대건설도 안전을 담보할 수 없는 무리한 공사 기간 단축 요구 등을 이유로 손을 뗀 사업이다. 컨소시엄 지분율이 세 번째로 높았던 포스코이앤씨도 발을 빼며 공사가 더 지연될 가능성이 커졌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요즘 대형 건설사들은 인프라 사업을 거의 안 하려 한다"며 "인프라 사업은 대부분 공공발주라 수익성이 낮지만 사고 위험성은 높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건설업계에서는 안전 강화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처벌 중심의 대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요즘 건설업계는 매일이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라며 "업계에 경각심을 주는 것과 근본적 제도 개선을 병행해야 실질적인 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