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계 공장 근무제도 개편 바람…'특별연장근로·2교대' 초점더팩트 기사제공: 2025-08-07 00:06:03

정부의 산업현장 근로환경 지적에 SPC와 삼양식품이 생산공장 근무 체계를 손본 가운데 라면업체를 비롯한 식품업체들의 대응이 주목된다. /더팩트 DB

[더팩트｜우지수 기자] 잇따른 산업재해와 정부 지적 속에 식품업계가 생산공장 근로 체계를 살피고 있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식품 제조사를 중심으로 공장 근무체계 점검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SPC와 삼양식품이 각각 야근 시간 제한과 특별연장근로 폐지를 결정한 데 이어, 주요 업체들도 기존 근무 방식을 되짚고 있다.

SPC는 지난달 25일 이재명 대통령의 현장 지적 직후 가장 먼저 개선 조치를 발표했다. 반복되는 산업재해와 초과 야간 근무를 강하게 비판하자 SPC는 하루 8시간을 초과하는 야간 근무를 폐지하기로 했다. 이 조치는 오는 10월 1일부터 시행된다.

삼양식품은 오는 9일부터 원주·익산·밀양 1·2공장 등 4개 생산기지에서 특별연장근로를 중단한다. 불닭볶음면 수출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장시간 근무 체제를 운영해왔지만, 자동화 설비 가동률이 빨라지면서 기존 인력만으로도 생산 대응이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일부 시기에는 토요 연장근로까지 포함해 주당 근로시간이 58시간에 이른 사례도 나왔다.

특별연장근로는 고용노동부 인가와 근로자 동의를 조건으로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제도다. 성수기나 수출 대응 등 불가피한 상황에서 주 52시간을 넘길 수 있으며, 최대 주 64시간까지 근무가 가능하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법 테두리 내에서 운영해온 연장근무를 줄이고, 현장 의견을 수렴해 맞교대 체제 개선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식품공장에서 일반적으로 운영되는 '2조 2교대'는 주간조와 야간조가 하루 12시간씩 공장을 나눠 운영하는 체계다. 통상 주간조는 오전 8시 30분부터 오후 8시, 야간조는 오후 8시부터 다음 날 오전 7시 30분까지 일하는 식이다. 이 구조가 반복되면 야간조는 주중 내내 밤샘 근무를 이어가야 해 피로 누적이 크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한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시 SPC삼립 시화공장을 방문한 이재명 대통령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SPC와 삼양식품의 발표 이후 타 식품기업들도 현장 근무제도를 점검하고 있다. 풀무원, 농심, 팔도, 오뚜기 등 주요 라면 제조업체들은 모두 기본적으로 2조 2교대 체제를 운영한다. 근무시간의 경우 일부 연장근무를 허용하더라도 주 52시간 내에서 유지하고 있다.

농심은 52시간을 넘어서는 근로는 지시하지 않고 있다. 농심 측은 "노조 요청이 있을 경우 근무제 개편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전했다. 오뚜기는 기본적으로 2교대를 운영하면서 성수기 일부 품목에 한해 3교대를 병행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오뚜기 관계자는 "SPC 사례를 참고해 개선 여지를 검토 중"이라며 "현장 상황을 살피며 신중하게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팔도는 특별연장근로를 일부 시행하고 있지만 연간 기준으로는 주 52시간을 넘기지 않도록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근무체계 개편에 대한 내부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풀무원은 4조 2교대 방식으로 4일 근무 후 4일 휴식하는 구조를 도입해 야간 근로자의 피로도를 낮추고 있다. 월급 삭감 없이 운영 중이며, 풀무원 관계자는 "근로자 안전과 보호를 최우선해 교대제를 운용하고 있다"고 설명다.

식품업계는 근무체계 개편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당장 구조를 바꾸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공장이 지방에 몰려 있어 인력 확보 자체가 어렵고 3교대 전환 시 추가 인건비 부담과 함께 현장 반발도 예상된다는 이유다.

한 식품업체 관계자는 "3교대로 전환하면 야간 수당이 줄어들 수 있어 직원들이 오히려 반대하는 경우가 있다"며 "인건비는 올라가고 근무 만족도는 떨어질 수도 있기 때문에 쉽게 결정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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