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규모 2011년 대비 현저히 축소…일부 저축은행 '몸값 불리기' 시도
금융당국 소극적 개입…"M&A 규제 더 풀어야" 의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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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K금융그룹의 상상인저축은행 인수협상이 무산되면서 저축은행 인수합병(M&A)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뉴시스 |
[더팩트 | 김태환 기자] OK금융그룹의 상상인저축은행 인수협상이 사실상 무산되면서 저축은행업권의 인수합병(M&A)을 통한 구조조정이 지연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부 저축은행은 매각을 서두르지 않고 협상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가격 방어 전략'을 취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중소형·지역 기반 저축은행은 여전히 구조조정이 시급한 상황임에도 인수 주체가 '선별적 매각'만을 추진할 경우, 구조조정이 더욱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상상인저축은행은 최근 금융위원회에 OK금융그룹과의 인수 협상을 중단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OK금융그룹과 상상인저축은행은 최근 주식매매계약(SPA) 직전 단계까지 갔지만, 세부항목에서 입장 차이가 좁혀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약 7개월간 협상을 이어왔다.
이번 인수 무산으로 인해 저축은행업권의 M&A가 위축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앞서 저축은행업계에서는 교보생명이 지난 4월 말 SBI저축은행을 약 9000억원에 인수한다는 소식에 이어 OK금융의 상상인저축은행과 페퍼저축은행 인수를 통해 M&A 시장에 본격적인 불씨가 붙을 것으로 기대해왔다.
이번 인수 무산을 통해 잠재적인 인수주체들이 애큐온, JT, OSB 같은 20위권 이내 '잠재 매물'에 대한 투자심리가 위축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특히 상상인의 경우 대주주 적격성 문제로 2023년 10월 금융위원회로부터 90%(상상인·상상인플러스) 주식처분 명령을 받은 만큼 매각이 빠른 시일 내에 이루어져야 한다. 즉시 매각이 필요한 상황임에도 협상이 결렬되면서, 시장에서는 구조조정 추진 자체에 혼선이 빚어졌다는 평가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과거 2011년 저축은행 부실과 구조조정 사태 때와 비교해 업권 평균 연체율이나 BIS비율 등 핵심 건전성 지표가 대폭 개선됐다는 점에서, 저축은행들이 서두르지 않고 매각 조건을 검토할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는 의견도 나온다.
실제,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지난 2011년 저축은행 구조조정 사태 당시 연체율은 6월 기준 25.1%, 고정이하여신비율은 27.0%에 달한 바 있다. 당시 BIS비율은 1.1% 수준이다.
자산은 76조8000억원, 여신은 58조3000억원, 수신은 71조1000억원 규모였다. 자기자본은 -1000억원으로 105개사 중 부실 사태로 자본잠식에 빠진 저축은행들이 줄줄이 시장에서 퇴출당했다.
반면 올해 1분기 기준 연체율은 9.0%, 고정이하여신비율은 10.6%, BIS비율은 15.3% 수준으로 현저히 개선됐다.
총자산 역시 118조6000억원, 여신 96조5000억원, 수신 99조6000억원이며, 자기자본은 14조5000억원 수준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하던 2011년과 비교해 건전성이 개선된 모습이다.
실제 2011년 당시 당기순손실은 5조9000억원에 육박했지만, 이후 2012년 1조4000억원, 2013년 1조1000억원, 2014년 5000억원 등 적자를 이어가면서 손실 규모가 서서히 줄어들었다.
이후 2015년 5000억원 흑자 전환한 뒤 2021년은 2조원, 2022년은 1조6000억원 흑자를 기록했다. 올해 1분기 저축은행업권 당기순이익은 440억원으로 흑자를 유지하고 있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2011년과 비교하면 저축은행업권의 건전성 지표가 양호한 편"이라며 "당장 매각하지 않아도 경영상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기에 급하게 매각을 서두르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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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11년과 올해 1분기 저축은행업권 건전성 지표 비교. /저축은행중앙회 |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 같은 업권 평균 지표가 상위 10여 개 대형 저축은행에 집중된 수치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중소형·비수도권 저축은행 상당수는 여전히 자본 확충 여력이 부족하고, 부동산 PF 관련 리스크도 여전히 진행 중인 상황이기 때문이다.
과거 2011년에는 금융위원회와 예금보험공사 등이 직접 P&A(자산·부채 이전), 인가 취소, 청산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단행하며공적자금 약 10조원을 투입했다. 당시 삼화저축은행은 우리금융그룹에 인수됐고, 도민·보해·부산저축은행 등은 인수자 없이 청산됐다.
반면 현재는 '시장 자율 정리' 원칙에 따라 일부 제도 완화가 이뤄지고 있다. 최근 금융당국은 적기시정조치 외에도 최근 2년 내 건전성 평가 4등급 이하인 저축은행도 M&A 허용 대상에 포함했고,BIS비율 기준도 9%에서 11% 이하로 완화했다.
하지만 업권 내에서는 여전히 M&A 활성화가 쉽지 않다는 현실적인 지적이 잇따른다. 인수자 입장에서는 건전성이 확보된 매물을 선호하지만, 실제 시장에 매물로 나온 곳은 대부분 재무 상태가 악화된 중소형 또는 지역 저축은행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최근 M&A 요건에 근접한 저축은행은 총 19곳으로, 이 중 수도권(서울·경기·인천) 소재 저축은행은 8곳, 나머지 11곳은 비수도권에 분포한다.특히 비수도권 저축은행의 경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고, 지역경기 침체에 따라 자산 건전성이 더욱 취약한 곳이 많아 매각 여건이 열악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제도적 지원과 구조조정 유인을 보다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저축은행 구조조정 방향이 내실경영과 영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재편이 아니라 양극화의 고착화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면서 "실질적으로 부실 저축은행을 인수했을 경우 BIS비율 인정 요건을 일정 기간동안 완화하거나, 결손금 이월공제나 법인세 감면 등의 세제 혜택을 지원하는 등 강력한 유인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kimthin@tf.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