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 요건 50억→10억 완화에 뿔난 주주들
우려·낙폭 과도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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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배정한 기자 |
[더팩트｜이한림 기자] 정부의 세제 개편안 발표 후 코스피가 폭락하자 주주들의 반발이 폭주하고 있다. 무엇보다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기존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낮추면서 이를 반대하는 시각이 집단 움직임으로 퍼지는 모양새다.
5일 국회 국민동의 청원 게시판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30분 기준 '대주주 양도소득세 하향 반대에 관한 청원'은 동의자 수가 13만6985명을 돌파했다. 지난달 31일 청원서 공개 후 이틀 만에 상임위원회 회부 요건인 5만명을 넘어선 후 5일 만이다.
국민청원이 빠른 속도로 회부 요건의 2배를 훌쩍 넘은 배경으로는 지난 1일 코스피가 하루 만에 3.38% 폭락한 데 따른다. '검은 금요일'로 불린 1일 코스피는 전날 정부의 여당이 발표한 세제 개편안에 대한 투자자들의 실망감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됐다.
파장은 개인정보 보호 침해로도 이어졌다. 세재 개편안에 따라 코스피가 급락하자 재테크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김병준 민주당 원내대표와 당 지도부, 대주주 기준 하향에 찬성 의사를 밝혀온 진성준 의원 등 국회의원의 전화번호가 유출돼 공유됐기 때문이다. 커뮤니티에는 공유된 국회의원의 개인 휴대전화 번호에 전화나 문자를 보내 세재 개편안을 보류하라고 항의 연락을 시도했다는 게시글도 올라왔다.
시장에서는 국민청원과 의원 연락처까지 공유될 정도로 파장이 커진 주주들의 반발이 악화한 여론을 대변한다고 내다봤다.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린 청원인도 청원의 취지에 "코스피 붕괴를 막기위해 청원합니다"라고 적었으며, 일부 온라인 주주토론방 등에서는 세재 개편안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빗발치고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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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일 국회 국민청원 게시판에 게재된 '대주주 양도소득세 하향 반대에 관한 청원'은 이날 오전 10시 30분 기준 13만6985명의 동의를 얻고 있다. /국회 국민청원게시판 캡처 |
아울러 외국계 투자은행(IB)에서도 정부의 세제 개편안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와 눈길을 끈다. 홍콩계 증권사인 CLSA은 ‘이런, 증세라니’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세제 개편안으로 한국 증시가 조정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으며, 씨티은행은 최근 글로벌 자산배분 계획에서 아시아 신흥국 투자 의견을 '비중 확대'에서 '중립'으로 바꾸면서 "정부의 증시 부양 정책이 최근 코스피 상승을 견인해 온 만큼 이번 개편안이 지수를 하락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JP모간도 "한국 증시가 추가 상승하기 위해선 ‘더 많은 연료’가 필요하다"고 비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이처럼 세재 개편안에 대한 시장 인식이 부정적으로 깔리다 보니 세재 개편에 앞장선 여당도 주주들의 반발을 인식하는 분위기다.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는 "당내 코스피 5000 특위와 조세 정상화 특위를 중심으로 10억원 대주주 기준의 상향 가능성을 살피겠다"며 재검토를 시사했고, 정청래 민주당 신임 대표도 4일 오전 최고위원회에서 "당내에서 이렇다 저렇다 공개적으로 논란에 대해 발언하는 건 적절치 않아 보인다"며 세제 개편 관련 발언을 자제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증권가는 신중론으로 접근하고 있다. 코스피 급락은 여름 휴가철에 주가가 오르는 '써머 랠리'가 끝나는 시점에서 세재 개편안이 기폭제가 돼 악재로 작용한 것은 사실이나, 우려와 낙폭이 과도하다는 해석도 일부 나온다. 세재 개편안에 대한 시장의 반발이 장기회되지 않는 선에서 정책 변화가 이뤄진다거나, 국내외 경기 활성화 등 상승 모멘텀이 나타난다면 증시에 더욱 크게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시장은 증시 제도 개선이 코리아 디스카운트 우려 해소로 연결된다고 생각했다"며 "주가수익비율(PER) 확대와 지수 상승은 낙관론의 결과물이었는데 해당 재료에 의문이 발생했다"고 평가했다.
김종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세제개편안에 대한 여론 반발과 시장 하락이 지속되면 국회 논의 과정에서 조정될 가능성은 열려있다"라며 "법 개정이 여전히 주주친화적 방향으로 추진되는 점에서 세제안의 조정 여부가 향후 증시 방향성에 핵심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