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 모르고 쓰면 10만원 더 낸다”…당장 ‘이 버튼’부터 확인하세요세계일보 기사제공: 2025-08-05 05:00:00

에어컨 사용 시간 늘자 전기요금 두 배↑…누진제 3단계 진입 주의
전기요금 폭등, 450kWh 넘는 순간 시작…“취약계층은 더 큰 부담”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면서 가정 내 에어컨 사용량이 급증하고 있다.
이에 따른 전기요금 부담도 눈에 띄게 커지고 있다.

신생아나 노약자 등 폭염 취약계층이 있는 가정의 경우 하루 종일 에어컨을 가동해야 해 부담은 더 클 수밖에 없다.

전력 사용량이 누진제 3단계를 넘는 순간 요금이 급등한다. 게티이미지

5일 한국전력공사에 따르면 월평균 280kWh의 전력을 사용하는 4인 가구가 하루 평균 5시간24분 동안 에어컨을 사용하면 월 전기요금은 약 11만3500원에 달한다.
에어컨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 5월 평균 요금(5만2840원)과 비교해 두 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에어컨 하루 1~2시간 차이…요금 ‘최대 5만원’ 격차

전기요금이 급격히 상승하는 주된 요인은 전기요금 누진제 때문이다.
누진제 3단계에 진입하면 요금이 눈에 띄게 뛰게 된다.
현재 월 전력 사용량이 450kWh를 초과하면 기본요금은 1600원에서 7300원으로 증가한다.
kWh당 전력 단가도 214.6원에서 307.3원으로 오른다.

월 445kWh를 사용하면 전기요금은 약 8만4460원이지만, 단 10kWh만 추가로 사용해 3단계에 진입하면 9만3980원으로 약 10% 가까이 상승한다.
실제 사용량이 기준을 살짝 넘는 것만으로도 요금이 가파르게 오르는 셈이다.

정부와 한전은 2019년부터 여름철(7~8월) 한시적으로 1·2단계 구간을 확대(1단계: 300kWh, 2단계: 450kWh)해 요금 부담을 완화해왔지만 여전히 3단계 진입 시 요금 인상폭은 크다.

7월 평균 전력 사용량은 162kWh, 8월은 193kWh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를 평상시 사용량과 더하면 대부분의 가구가 여름철에 450kWh를 넘길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5월 기준 평균 사용량은 △1인 가구 190kWh △2인 243kWh △3인 257kWh △4인 280kWh 수준이다.

에어컨 종류별 전기요금을 추산한 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하루 5시간 24분씩 월 22.3일 가동 기준으로 △벽걸이형 8만3170원 △스탠드형 11만3540원 △시스템형 11만640원의 전기요금이 발생한다.

하루 사용 시간을 1시간만 늘려도 각각 △9만9410원 △12만9100원 △12만5480원으로 상승한다.
2시간 이상 늘어나면 요금은 14만원을 넘기게 된다.

전기요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실생활에서 실천 가능한 절전 방법을 적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에어컨의 설정 온도를 26~28도로 유지하고, 선풍기나 서큘레이터를 병행 사용하면 냉방 효과를 높이면서 전력 소비를 줄일 수 있다.

커튼이나 블라인드로 햇빛을 차단하고, 에어컨 필터·실외기 정기 청소 역시 에너지 효율 개선에 도움이 된다.

◆전문가들 “냉방은 ‘생존’ 문제…사용량 관리·제도 활용 병행해야”

한전은 △5인 이상 가구 △출산·다자녀 가구 △장애인 △국가유공자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등을 대상으로 월 1만6000~2만원의 전기요금 감면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전년도보다 전력 사용량이 감소한 가구는 ‘주택용 에너지캐시백’ 제도를 통해 절감률에 따라 추가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지난해 이 제도를 통해 119만가구가 총 166억원 규모의 감면 혜택을 받은 바 있다.

장시간 냉방이 불가피한 가구는 고효율 인버터형 에어컨으로 교체하는 것도 유효하다.
인버터형은 정속형보다 전력 소비량이 20~30% 적어 하루 12시간 사용 기준으로도 전기요금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복지 대상 가구는 ‘고효율 가전제품 구매비용 지원사업’을 통해 제품 가격의 15~30%, 최대 30만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정부는 지난 4일 이후 구매한 고효율 가전에 대해 구매 금액의 10%(최대 30만원)까지 환급하는 ‘으뜸효율 가전제품 환급사업’도 시행 중이다.
환급 신청은 8월 중 가능하다.

폭염 속 냉방은 단순한 편의가 아니라 생존과 직결된 문제다. 게티이미지

전문가들은 “폭염으로 인한 전기요금 급등은 당분간 피하기 어려운 현실”이라며 에너지 사용량 관리와 정부 제도 활용의 병행이 필수적이라고 조언한다.

한 에너지 전문가는 “전력 사용량이 누진제 3단계를 넘는 순간 요금이 급등한다.
에어컨은 반드시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한다”며 “냉방 온도를 26도 이상으로 설정하고, 공기 순환 장치를 함께 쓰는 방식만으로도 체감 요금은 크게 줄어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에어컨을 줄이기 어려운 여름철일수록 에너지 절약 기술과 제도 활용이 실질적인 요금 절감으로 이어져야 한다”며 “취약계층은 고효율 가전 교체와 요금 감면 제도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에너지복지 전문가 역시 “폭염 속 냉방은 단순한 편의가 아닌 생존과 직결된 문제”라며 “에너지 복지는 단순한 할인 혜택을 넘어 안전하고 건강한 생활을 보장하는 필수 인프라로 인식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