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매출 22.2조·영업이익 9.2조…사상 최대 실적 달성
다른 기업 어닝쇼크 이어지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호실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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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K하이닉스가 올해 2분기 영업이익 9조원을 넘어서는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을 냈다. 사진은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 /이새롬 기자 |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국내 주요 기업들이 올해 2분기 줄줄이 어닝쇼크를 기록하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앞세운 SK하이닉스는 크게 웃을 수 있는 성적표를 받았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기존 최고치였던 지난해 4분기를 넘어서며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을 달성했다.
SK하이닉스는 2분기 연결 기준 매출 22조2320억원, 영업이익 9조2129억원을 잠정 기록했다고 24일 공시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35.4%, 영업이익은 68.5% 급증했다. 순이익은 6조9962억원으로 같은 기간 69.8% 늘었다.
SK하이닉스 2분기 실적은 어닝서프라이즈 수준이다. 증권가에서는 당초 매출 20조원, 영업이익 9조원 초반대 실적을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분기 실적 신기록을 달성한 것이기도 하다. 기존 기록은 지난해 4분기 매출 19조7670억원, 영업이익 8조828억원이었다. SK하이닉스가 분기 영업이익 9조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2분기 실적을 발표한 다른 기업들이 잇달아 어닝쇼크를 기록한 가운데 거둔 호실적이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크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통상 환경 변화, 경기 침체 지속 등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이어지는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모습을 보인 셈이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사업이 부진하면서 전년 동기 대비 55.94% 줄어든 4조6000억원의 2분기 영업이익을 기록, 증권가 전망치 6조원에 미치지 못했다. LG전자도 미국 관세와 물류비, 시장 경쟁 심화 등의 여파로 시장 전망치를 크게 밑도는 부진한 실적(영업이익 6391억원)을 기록했다.
전날(23일) 실적을 발표한 LG이노텍도 어닝쇼크에 빠졌다. 전년 동기 대비 92.5%나 급락한 영업이익 114억원을 기록했다.
전자 업계에서 SK하이닉스가 홀로 힘을 낼 수 있었던 이유는 HBM 수요가 굳건했기 때문이다. HBM 시장을 선점한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 브로드컴 등 글로벌 거대 기업에 HBM을 납품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인공지능(AI)에 적극 투자하면서 AI용 메모리 수요가 꾸준히 늘어났다"며 "D램과 낸드플래시 모두 예상을 웃도는 출하량을 기록하면서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D램은 HBM3E 12단 판매를 본격 확대했고, 낸드는 전 응용처에서 판매가 증가했다"며 "업계 최고 수준의 AI 메모리 경쟁력과 수익성 중심 경영을 바탕으로 좋은 실적 흐름을 이어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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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SK하이닉스 호실적을 견인한 것은 HBM이다. 사진은 지난 3월 주요 고객사에 세계 최초로 공급된 HBM4 12단 샘플. /SK하이닉스 |
SK하이닉스가 2분기 호실적을 달성하면서 연간 성적표에 대한 기대감 또한 커지고 있다. 회사는 1분기 7조4405억원을 더해 상반기에만 17조원가량의 이익을 냈다. 역대 최대치인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23조4673억원)을 손쉽게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SK하이닉스는 하반기 메모리 수요 성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주요 고객들이 2분기 중 메모리 구매를 늘리면서 세트 완제품 생산도 함께 증가시켜 재고 수준이 안정적으로 유지됐고, 하반기에는 고객들의 신제품 출시가 예정돼 있다.
AI 모델 추론 기능 강화를 위한 빅테크 기업들의 경쟁도 고성능·고용량 메모리 수요를 늘릴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각국의 소버린 AI 구축 투자가 장기적으로 메모리 수요 증가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소버린 AI는 국가가 자체 인프라와 데이터, 인력·비즈니스 네트워크를 사용해 독립적인 AI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을 말한다.
회사는 HBM3E의 제품 성능과 양산 능력을 바탕으로 HBM을 전년 대비 약 2배로 성장시켜 안정적인 실적을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HBM4 역시 고객 요구 시점에 맞춰 적기 공급이 가능하도록 준비해 업계 최고 수준 경쟁력을 지속 강화해 나갈 방침이다.
이와 함께 서버용 LPDDR 기반 모듈 공급을 올해 안에 시작한다. 현재 16기가비트(Gb)로 공급하고 있는 AI GPU용 GDDR7은 용량을 확대한 24Gb 제품으로 준비할 예정이다. 이같은 AI 메모리 제품군 다양화로 AI 시장에서의 선도적 지위를 공고화하는 것이 SK하이닉스의 목표다.
낸드는 수요에 맞춘 신중한 투자 기조와 수익성 중심 운영을 이어가며 향후 시장 상황 개선에 대비한 제품 개발을 지속 추진한다. 특히 QLC 기반 고용량 기업용 SSD 판매 확대와 321단 낸드 기반 제품 포트폴리오 구축을 통해 시장 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송현종 SK하이닉스 사장은 "내년 수요 가시성이 확보된 HBM 등 주요 제품의 원활한 공급을 위해 올해 일부 선제적인 투자를 집행하겠다"며 "AI 생태계가 요구하는 최고 품질과 성능의 제품을 적시 출시해 고객 만족과 시장 성장을 동시에 이끌어 나가는 풀 스택 AI 메모리 프로바이더로 성장하겠다"고 말했다.
rocky@tf.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