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아베스틸과 세아창원특수강이 중국산 특수강 봉강에 대해 정부에 반덤핑 조사를 신청했다.
업계에선 범용 철강을 넘어 전략소재까지 방어전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수강 봉강은 자동차와 항공, 원전, 방산 등 고신뢰성이 요구되는 산업에 쓰이는 고부가가치 소재로, 일반 열연이나 후판과는 차별화되는 특수 철강으로 분류된다.
세아베스틸과 세아창원특수강은 4일 중국산 특수강 봉강의 무분별한 유입이 국내 산업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며 산업 보호와 소재 주권 확보 차원에서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회에 반덤핑 조사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세아 측이 특수강 봉강을 대상으로 한 제소는 사실상 처음이다.
세아베스틸은 국내 특수강 봉강 시장을 현대제철과 양분하고 있다.
특히 고부가가치 특수강에 주력하는 만큼 이번 제소의 직접적인 이해당사자다.
이번 제소 결정은 최근 1년간 후판과 열연강판에 이어 철강업계에선 세 번째다.
앞서 현대제철은 중국산 후판과 일본·중국산 열연강판에 대해 반덤핑 제소를 제기한 바 있다.
무역위는 지난 2월 중국산 후판에 대해 최고 38.02%의 잠정 관세를, 지난달에는 일본·중국산 열연강판에 대해 최고 33.57%의 관세를 기재부에 건의했다.
중국산 특수강 봉강을 반덤핑 제소키로 한 건 국내 정밀 소재 분야까지 잠식당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전체 철강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로, 국내 수요는 지난해 기준 294만t으로 추정된다.
다만 고강도·경량화 등 특성이 뛰어나 자동차, 중장비, 방산, 항공, 원전 등 전략 산업 전반에 널리 쓰인다.
특히 내열성·내압성·내구성 등 정밀 사양이 요구되는 부품에 주로 적용된다.
하지만 최근 중국산 저가 제품이 빠르게 시장을 잠식하면서 국내 부품·장비 산업 기반까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특수강 봉강 수입량은 75만t에 달했다.
이 가운데 92%인 67만t이 중국산이었다.
2022년 45만t 수준이던 중국산 수입량은 2년 새 약 50% 늘었고 t당 수입 단가는 24% 하락해 가격 왜곡이 심화됐다는 지적이다.
특수강 봉강을 생산하는 국내 철강사들 실적도 직격탄을 맞았다.
세아창원특수강 영업이익은 2022년 1257억원에서 지난해 114억원으로 91% 급감했다.
업계는 중국산 저가 공세로 시장 가격이 하락해 결국 수익성 저하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번 반덤핑 제소의 또 다른 배경은 품질 리스크에 대한 우려다.
특수강 봉강은 외관상으로는 품질 식별이 어렵다.
이 때문에 사용 이후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자동차·원전·항공 등 고신뢰성이 요구되는 분야는 조달 소재의 이력과 품질 보증이 중요한데, 중국산 제품은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현장에서 자체적으로 걸러지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테스트 과정에서 중국산 소재가 부적합 판정을 받는 경우가 다수 발생하고 있다"고 했다.
세아 측은 이번 제소를 단순한 수출입 분쟁이 아닌 전략 산업 기반을 지키기 위한 방어 조치라고 강조한다.
세아베스틸지주 관계자는 "최근 미국, 유럽, 인도 등 주요국이 중국산 특수강 봉강 제품에 대한 반덤핑 제재를 강화하면서 국내로 유입되는 특수강 봉강의 물량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방산·우주·항공 등 국가 전략 산업의 핵심 소재인 특수강 봉강 산업에 대한 최소한의 보호 조치를 통해 소재 주권을 확보, 대한민국 소재·부품·장비 산업의 근본 경쟁력을 지켜야 한다"고 밝혔다.
조성필 기자 gatozz@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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