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조 100년의 숫자 네이밍 철학’ 포르쉐 911의 탄생은 푸조 때문이다…왜?세계일보 기사제공: 2025-06-28 13:00:00

푸조 올 뉴 3008 스마트 하이브리드. 사진=스텔란티스코리아 제공

많은 유럽 브랜드들이 자동차 모델명에 숫자를 사용하는데, 특히나 푸조는 1929년부터 100년 가까이 모든 차량에 숫자로만 구성된 이름을 붙이는 독자적인 네이밍을 지켜온 것으로 유명하다.
여기엔 프랑스 브랜드 푸조의 꽤나 흥미로운 철학과 전통이 녹아있다.

푸조의 모델명 체계는 1929년, 가운데 ‘0’이 포함된 최초의 양산차 ‘201’에서 시작됐다.
푸조는 전 모델의 이름을 3자리 혹은 4자리 숫자로만 구성하고 있으며 이 숫자에는 나름 명확한 규칙이 있다.

푸조 차량에서 첫 번째 숫자는 차의 크기와 차급을 나타낸다.
가운데 자리의 숫자 ‘0’은 차종을 구분하는 고유 표식이며, 마지막 숫자는 해당 모델이 몇 번째 세대인지를 뜻한다.

그런데 푸조는 왜 하필 숫자를 선택했을까? 숫자 네이밍에는 다양한 장점들이 존재한다.
먼저, 숫자는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문자로 언어나 문화에 관계없이 누구나 인식하기 쉽다.
발음이나 의미에 대한 오해의 소지가 적어 글로벌 브랜딩에도 유리하다.
또한 신모델 추가나 리뉴얼 등 라인업 확장 시에도 번호 조정을 통해 모델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모델명만 보아도 그 차량의 크기, 성격, 그리고 몇 세대인지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어 소비자 입장에서 이해와 기억이 용이하다는 장점도 있다.

때문에 각 브랜드에서는 기억하기 쉬운 숫자명을 차지하기 위한 법정 다툼도 마다하지 않았다.

일례로 1963년 포르쉐가 출시한 유명한 911 모델은 본래 901이라는 이름으로 출시를 준비했지만 ‘가운데 0이 들어간 세 자리 숫자’의 상표권을 보유한 푸조와 충돌해 치열한 법정 다툼을 벌인 결과 결국 포르쉐가 오늘날의 911로 바꿔 출시해야 했다는 유명한 일화가 있다.

이는 푸조가 차명에 강한 자부심과 가치를 지니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동시에 작은 디테일 하나에도 원칙과 정체성을 지켜오며 단순히 자동차를 넘어서는 경험을 선사하기 위해 노력해왔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푸조는 국내에서 308(준중형 해치백), 408(중형 세단), 3008(준중형 SUV), 5008(중형 SUV) 모델을 판매 중이다.

이중 이번 완전변경을 통해 8년 만에 국내 출시되는 올 뉴 3008은 완전히 새로워진 모던 패스트백 외관 스타일, 최초 적용된 3세대 파노라믹 아이콕핏(Panoramic i-Cockpit®), 푸조만의 스마트 하이브리드 시스템까지 200년이 넘는 브랜드 헤리티지와 철학을 바탕으로 혁신을 이뤄내며 다시 한번 존재감을 드러낼 예정이다.

올 뉴 3008는 유럽 시장에 먼저 출시돼 6개월 만에 누적 판매 10만 대를 돌파하는 등 상품성과 경쟁력을 입증하고 있다.
영국 왓카(What Car)는 “패밀리 SUV의 요소에 날렵한 쿠페 스타일이 더해진 매력적인 패스트백”이라 평가했으며, 탑기어는 “독일차보다 품질 면에서 우위에 있고, 조작이 쉬우며 진보적인 모델”이라고 호평했다.
국내에서는 오는 7월 공식 출시될 예정이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