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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무슨 날인지 몰랐다. 회의가 세 개였고, 메일은 그보다 많았으며,
파악해야 할 문서는 끝이 없었다.
점심은 늦었고, 커피는 두 잔째였고,
하품은 셋째였고, 실수는 넷째쯤이었다. 퇴근시간이 가까워졌고,
그제야 겨우 화장실에 도착할 수 있었다.
변기 앞에 앉자 비로소 핸드폰을 열 수 있었고,
뉴스 헤드라인이 말했다 — 사전투표 첫날. 화면 속 민중은 의욕적으로 줄을 서 있었고,
SNS에서는 누가 누구를 찍었는지,
그게 얼마나 올바른 선택인지,
그 선택을 하지 않는 자가 얼마나 무책임한지를
타이핑으로 말하고 있었다. 그 에너지는 놀라웠다.
말다툼은 길었고, 문장은 격렬했으며,
대화는 구호처럼 변했고,
구호는 짧고 굵으며,
내용보다 목소리가 먼저 도달했다. 나는 아직 해야 할 메일 회신 두 건이 있었고,
사내 시스템에 입력하지 않은 보고서가 떠올랐고,
내일 오전에 있을 재검토 건도 머릿속에 떠다녔다.
어떤 후보가 당선되든,
그 세 건은 여전히 내일의 내가 처리할 일이었다. 정치는 삶을 바꾸지 않는다고 말하는 건
대부분 무기력처럼 들리지만,
그보다는 반복에 가까웠다.
늘 바뀌는 건 색상, 표정, 말투였고,
내게 도달하는 건 세금 고지서였다.
그 고지서는 두껍고, 일정했고,
색은 바뀌지 않았고, 설명은 줄지 않았다. 선거는 시작되었고,
나는 아직 퇴근하지 못했으며,
세 번째 회의의 회의록은 아직 공유되지 않았다. 이 상황은 특별하지 않았고,
그래서 조금 지루했고,
그래서 더욱 실감 났다. 선택하지 않은 자는 종종 비난받지만,
오늘은 선택의 여유가 없었다기보다
선택의 효용이 보이지 않았다. 커피는 미지근했고,
화장실은 조용했고,
뉴스는 계속해서 갱신되고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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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익명1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