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파주=김용일 기자] 뛰지 않아도 ‘캡틴의 존재 가치’가 느껴진다.
홍명보호의 주장인 손흥민(토트넘)은 쿠웨이트전을 앞두고 재소집해 시행한 축구대표팀 훈련 내내 ‘분위기 몰이꾼’ 구실을 했다.
그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예정된 쿠웨이트와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 B조 최종 10차전을 이틀 앞둔 8일 파주NFC에서 시행한 대표팀 훈련 내내 쩌렁대게 목소리를 냈다.
지난 6일 이라크 바스라에서 끝난 이라크와 9차전 원정에서 2-0 완승하며 쿠웨이트전 결과와 관계없이 최소 월드컵 본선 직행권이 주어지는 조 2위를 확보한 한국(5승4무.승점 19.현재 1위)은 전날 휴식한 뒤 이날 다시 모였다.
코어 훈련 등 회복에 중점을 둔 가운데 손흥민은 팔굽혀펴기와 힙브릿지 동작을 할 때 부러 ‘곡소리’를 내며 동료에게 웃음을 줬다.
고요한 분위기를 깨웠다.
2인1조로 볼 터치 훈련할 때도 1992년생 동갑내기인 이재성(마인츠)과 짝을 이뤄 밝은 표정으로 임했다.
이재성이 공을 터치할 때마다 “아이 좋아~”라며 사기를 북돋았다.
또 주변 동료를 향해 “열심히 좀 해”라고 장난스럽게 말을 걸기도 했다.
손흥민은 이라크 원정을 관중석에서 바라봤다.
지난시즌 막판 발 부상으로 한동안 실전 경기를 뛰지 못한 그는 대표팀 합류 전인 지난달 스페인 빌바오에서 열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유럽축구연맹 유로파리그(UEL) 결승전(토트넘 1-0 승)에 후반 교체로 뛰며 커리어 첫 클럽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다만 발 부상에서 온전하게 회복되지 않은 만큼 홍명보 감독은 손흥민을 무리하게 기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적이 있다.
손흥민은 비록 경기엔 뛰지 못했으나 라커룸서부터 정신적 지주 구실을 했다.
후배가 평정심을 유지하며 살 떨리는 이라크 원정에서 월드컵 본선행을 확정 짓는 데 조력자가 됐다.
손흥민은 더 나아가 후배가 자부심을 품고 더욱더 큰 꿈을 그리도록 이끌었다.
이라크전에서 후반 쐐기포를 터뜨린 스트라이커 오현규(헹크)는 “흥민이 형이 해준 말이 기억에 남는다.
월드컵에 나가는 건 누군가에게 당연할 수 있으나 어느 나라는 당연한 게 아니라고 했다.
그러면서 월드컵을 나가는 순간도 즐길 줄 알아야 한다더라. 우리가 일궈냈고, 국민과 함께한 일이기에 행복하게 즐겼으면 좋겠다더라”고 밝혔다.
큰 무대를 경험하고 토트넘에서 꿈에 그리던 우승컵을 품으며 축구 인생의 또다른 영감을 얻은 손흥민이 진심을 담아 한 말이다.
승패에 의미가 없는 쿠웨이트전 역시 손흥민이 무리하게 뛸 이유는 없다.
다만 출전 여부를 떠나 어느덧 서른 중반을 향하는 손흥민은 주장으로 한결 성숙한 모습으로 그라운드 밖에서도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1년 뒤 북중미에서 커리어 네 번째 월드컵이자 ‘라스트 댄스’가 유력한 그가 대표팀에도 자신의 우승 기운을 입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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