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북부의 오르보르(Aalborg Zoo) 동물원이 생을 마감하거나 더는 함께하길 원치 않는 반려동물을 기증해 달라는 요청에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앞서 지난달 31일 오르보르 동물원은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게시물에서 "어떠한 사유로든 삶을 마감할 시점에 이른 동물을 기꺼이 받는다"며 "기부된 반려동물은 훈련된 직원이 편안하게 안락사를 시킨 뒤 포식동물의 먹이로 사용할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이 동물원은 기부를 받는 반려동물로 기니피그·토끼·닭, 심지어 어깨높이가 147㎝ 이하의 작은 말 등 생의 끝자락에 있는 반려동물로 명시했다.
오르보르 동물원에는 사자, 호랑이 외에도 유라시아 스라소니 등 다양한 포식 동물이 수용돼 있다
동물원 게시물은 "이렇게 하면 아무것도 낭비되지 않고, 동물원 내 포식동물에겐 자연스러운 먹이 행동과 영양, 복지를 보장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닭, 토끼, 기니피그는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 사이에 기증할 수 있으며, 사전 예약이 없는 경우 1인당 4마리까지 기부가 가능하다고 명시해놓기도 했다.
아울러 이 동물원 웹사이트는 말을 기부하는 절차도 소개했다.
이 웹사이트는 "말은 살아있는 상태로 오르보르 동물원에 보내지며, 동물원 사육사와 수의사가 함께 안락사시킨 후, 도축된다"고 밝혔다.
특히 말을 기증하는 사람은 세금 공제 혜택도 받을 수 있다.
기증된 말은 반드시 말의 신원과 건강 상태, 소유자 정보 등이 담긴 공식 문서(horse passport)가 있어야 하며, 최근 30일 이내에 질병 치료를 받은 병력이 없어야 한다.
말고깃값은 ㎏당 약 1000원가량으로 산정했다.
동물원은 기부되는 반려동물과 관련해 "연중 동물원이 필요로 하는 수요가 다르기에 대기해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 누리꾼은 이를 "덴마크에서 점점 심해지는 동물에 대한 무관심의 추세"라고 표현했고, 다른 사람은 "반려동물을 육식동물의 먹이로 주는 행위는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야만적인 일"고 썼다.
그러나 일부 이용자들은 동물원의 제안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기부 절차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요청했다.
기르던 토끼를 이 동물원에 기부한 적이 있다고 밝힌 한 누리꾼은 "정말 친절하고 전문적인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인간은 매일 엄청난 육식을 하면서 동물원의 정책을 비판하는 건 모순"이라고 비판하며, "역설적으로 이렇게 반려동물을 동물원에 기증하는 행위가 자연의 순리를 따르는 것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논란이 확산하자 해당 동물원 측은 "우리는 동물의 자연적인 먹이사슬을 따라야 할 의무가 있고, 소형 가축은 포식동물의 먹이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이런 방식으로 제공되는 먹이는 야생에서 사냥했을 법한 먹잇감"과 유사하며, 유라시아 스라소니에게는 특히 그렇다"고 강조했다.
덴마크 동물원들이 사육하는 동물의 사육과 죽음을 다루는 방식은 이전에도 논란이 된 적이 있다.
지난 2014년에 코펜하겐 동물원은 건강한 어린 기린 마리우스(Marius)를 안락사시킨 바 있다.
어린 기린의 유전적 형질이 이미 다른 기린에게도 있어 동물원 측에서 굳이 사육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에 이 동물원은 마리우스의 해부 과정을 일반인에게 공개해 교육 기회로 삼았고, 마리우스 사체는 사자 등 맹수에게 먹이로 제공했다.
또 몇 주 뒤, 이 동물원은 사자 무리에서 부모와 새끼 두 마리 등 네 마리를 안락사시켰다.
수컷 사자가 생물학적으로 자신이 낳은 암컷과 번식하는 것을 막고, 다른 수컷들이 새끼 사자들을 공격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이와 관련, 뉴욕타임스는 미국 동물원은 피임을 통해 사육하는 동물의 번식을 통제하는 반면에, 유럽의 동물원들은 동물의 자연스러운 행동을 장려하기 위해 번식을 허용하고, 과잉 개체는 안락사시키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고 전했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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