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친분따라 희비… 기세 꺾인 룰라 vs 성과 들뜬 밀레이세계일보 기사제공: 2025-07-29 20:00:00

관세전쟁서 남미 투톱 엇갈린 행보
브라질 룰라, 초기 美 관세 압박엔 “보복”
50% 관세 폭탄 맞고 “대화로 풀자” 선회
對美적자 심화 우려에 태도 전환
아르헨 밀레이, 확고한 친트럼프 성향
10% 최저 관세·무비자 방문 혜택 챙겨
양국 정상 간 신뢰 강조하며 치적 과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관계로 남미의 ‘투톱’ 브라질, 아르헨티나 정상의 희비가 교차하는 양상이다.
루이스 이나시우 다시우바 룰라 브라질 대통령은 미국 정부의 50% 관세 협박에 분연히 맞섰으나 지금은 대화를 촉구하며 기세가 한층 꺾였다.
반면 ‘아르헨티나의 트럼프’로 불리는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10%의 낮은 관세율을 받은 데다 미국 무비자 방문을 위한 협상을 진행하며 대(對)미 관계에서 얻은 성과를 자신의 치적으로 과시하고 있다.

루이스 이나시우 다시우바 룰라 브라질 대통령(왼쪽),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

룰라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리우데자네이루주(州)에서 열린 천연가스 발전소 준공식에서 “미국 대통령은 브라질의 중요성을 재고하고 일방적인 관세 부과 대신 대화의 자세를 취하기를 바란다”며 협상을 통한 무역 긴장 완화를 촉구했다.
“의견 차이가 있다면 테이블에 앉아 해결을 시도해야 한다”고도 했다.

대화를 읍소하는 듯한 룰라 대통령의 태도는 지난 11일 미국의 관세 압박에 “똑같이 보복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맞섰던 것과는 분명하게 대비된다.
17일 미국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는 “트럼프가 세계의 황제가 되기 위해 미국 대통령으로 선출된 건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노골적인 내정간섭이 룰라 대통령의 울화를 더한 것으로도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열대의 트럼프’로 불렸던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브라질 대통령이 2022년 대통령 선거에서 패배한 이후 쿠데타를 모의한 혐의로 기소된 것을 ‘마녀사냥’으로 규정했다.

룰라 대통령의 태도 변화는 냉엄한 현실을 따져 본 뒤에 이른 결론으로 보인다.
브라질 당국은 2009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브라질의 대미 교역 누적 적자액을 902억 달러(약 124조원)로 집계했다.
미국 정부가 공언한 대로 50% 관세가 부과될 경우 적자는 더 커지며 브라질 경제가 휘청일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밀레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친분이 큰 정치적 자산으로 작동하고 있다.
아르헨티나 대통령실은 크리스티 놈 미국 국토안보부 장관이 아르헨티나를 방문한 이날 “관광·상용 목적으로 미국을 방문하는 우리 국민에 대해 무비자 혜택을 적용하는 미국의 비자면제프로그램(VWP) 관련 협정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국토안보부는 이날 “밀레이 대통령 집권하의 아르헨티나 정부는 미국의 돈독한 친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호응했다.
아르헨티나 대통령실이 이런 성과를 “양국 정상 간 돈독한 신뢰를 기반으로 한 두드러진 인연” 덕분이라고 강조한 것이 허언이 아닌 것을 알 수 있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전 세계 주요 국가를 대상으로 한 미국의 관세 전쟁에서 가장 낮은 관세율(10%)을 통보받은 것에 대해서도 한껏 들뜬 모습이다.

밀레이 대통령은 ‘아르헨티나의 트럼프’라 불릴 정도로 트럼프 대통령과 친밀하며 정치적 성향도 비슷하다.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PC)’에 대한 반감, 국제기구 탈퇴 등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답습한다고 불릴 정도다.
임성균 기자 imsu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