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내부서도 ‘팔 말살정책’ 규탄세계일보 기사제공: 2025-07-29 19:48:20

“가자지구 파괴 고의적 행위 이어가”
유력 인권단체 2곳 ‘제노사이드’ 비판

이스라엘 정부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주민들을 상대로 ‘제노사이드(특정 집단을 겨냥한 말살정책)’를 저지르고 있다고 이스라엘 유력 인권단체 2곳이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최근 가자지구 내 아사자 급증 등 인도적 위기가 심화하며 이스라엘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이 이어지는 가운데 자국 내부에서까지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28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구호 음식을 받고 있다. 타스연합뉴스

28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이스라엘 인권단체 ‘비첼렘’, ‘인권의사회(PHR)’는 이날 예루살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 사회를 파괴하기 위해 조직적이고, 고의적인 행위를 이어가고 있다”는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공개했다.
율리 노박 비첼렘 사무총장은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것은 한 집단을 말살하기 위해 민간인들을 상대로 한 명백하고 고의적인 공격”이라고 지적했다.
가이 샬레브 PHR 사무총장은 집단의 전체 또는 일부를 파괴할 목적으로 생활조건에 고의로 위해를 가하는 것을 금지하는 ‘제노사이드 협약’의 조항에 따라 최근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서 행한 보건시스템의 파괴만으로도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벌이고 있는 행위는 제노사이드라고 강조했다.

나치에 의한 유대인 대량 학살 직후인 1948년 유엔에서 채택된 제노사이드 협약은 인종, 민족, 종교 등의 차이를 이유로 집단을 박해하고 살해하는 행위를 국제 범죄로 규정하고 있다.
두 단체는 이스라엘의 제노사이드가 서방 국가들의 묵인 아래 자행되고 있다면서 가자지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참극에 서방도 책임을 공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제 단체, 팔레스타인 인권단체들이 이스라엘의 제노사이드 행위를 고발한 경우는 수차례 있었지만, 이스라엘 유력 인권단체가 같은 목소리를 낸 것은 처음이다.
가자지구 내 인도적 위기가 고조되며 국제사회의 비난이 확산하는 가운데 최근 이스라엘 내부에서도 자국 정부의 비인도적 행위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이다.
지난 22일 수도 텔아비브에서 수천명의 시위대가 굶주린 가자 어린이들의 사진과 밀가루 포대를 들고 도심을 행진하며 전쟁 중단과 기근 종식을 요구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이런 비판이 “근거가 없다”고 일축하고 있다.
데이비드 멘서 대변인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주민들에게 구호 식량을 지원하고 있는 점을 내세우면서 “(이스라엘의 행위에는) 제노사이드의 핵심인 ‘의도’가 존재하지 않는다.
만약 집단말살의 의도가 있다면 한 나라가 190만t에 달하는 구호품을 보내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