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만 총통 뉴욕 경유 불허"…中과 정상회담 의식했나아시아경제 기사제공: 2025-07-29 09:40:14

라이칭더 대만 총통이 다음 달 중남미를 방문하면서 미국 뉴욕을 경유하려 했으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이를 허락하지 않았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대만 총통부는 이날 태풍 피해 복구 등을 이유로 들며 라이 총통이 가까운 미래에 외국을 방문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미국 측으로부터 '경유 불허' 통보를 받은 뒤 내린 결정이었다고 FT는 전했다.

친미 성향인 라이 총통은 당초 다음 달 4일 뉴욕을 경유해 파라과이, 과테말라, 벨리즈 등 중남미 3국을 순방할 예정이었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의 반대 이후 라이 총통의 뉴욕 방문을 불허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블룸버그통신은 "라이 총통의 방문 예정일은 외교적으로 민감한 시기와 맞물렸다"며 "이번에 트럼프 행정부가 라이 총통의 미국 방문 여부에 대해 논의한 것은 중국과의 무역 협상 및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이 무산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고 짚었다.

또 블룸버그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라이 총통이 미국을 방문하지 못하면서 미국과 대만의 일부 정부 관계자들이 불안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과의 회담을 성사하기 위해 중국에 과도하게 유화적인 태도를 보일까 걱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만을 자국의 일부로 간주하는 중국 정부는 미국과 대만 간 공식 교류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중국은 대만 총통이 경유 형식으로 미국에 체류하며 미국 측 인사들을 만나는 것에도 반대하고 있다.

미 국무부는 지난 17일 대변인 브리핑에서 라이 총통의 뉴욕 경유 계획에 대해 질문받자 마코 루비오 장관의 발언을 인용하는 형태로 "과거 관행에 부합하고, 우리의 오랜 정책과 전적으로 일치하는 것"이라며 허용 입장을 시사한 바 있다.
이 같은 결정을 내렸던 미국이 대만에 대한 입장을 바꾼 것은 대(對)중국 강경파와 대만 지지자들에게 중국에 대한 과도한 유화책으로 비치며 반발을 살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중 강경파로 평가받는 로라 로젠버거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중국·대만 담당 선임 국장은 "미 행정부 내 일부 인사들이 대만과의 파트너십을 중국과의 협상 카드로 삼고 있다는 사실이 매우 우려스럽다.
이는 중국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며 "중국이 대만을 향해 점점 더 강압적인 행동을 취하는 가운데, 미국은 (대만을 지원하는) 기존 원칙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의 반대 속에서도 대만 총통의 미국 경유를 허용했고, 이 같은 결정으로 인한 대만해협의 긴장 고조를 감내한 바 있다.
라이 총통은 지난해 11월30일부터 6박 7일 일정으로 태평양 도서 지역 수교국인 마셜제도·투발루·팔라우를 방문하면서 미국령 하와이와 괌을 찾은 바 있다.
당시 이에 반발한 중국은 대만 주변에서 대만을 포위하는 형태의 훈련을 실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