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처럼… EU, 미국산 에너지 구입 등 1860조원 투자 보따리 [美·EU 관세 타결]세계일보 기사제공: 2025-07-28 18:07:00

관세율 30→15%… 내용 보니
EU, 3년간 7500억弗 에너지 구매
트럼프 “6000억弗 추가 투자” 밝혀
EU ‘기본 관세도 불가’ 입장 포기
車 관세율 日과 같아져 일단 안도
항공기·반도체 장비 ‘상호 무관세’

관세 협상 종료 시한(8월1일)을 닷새 앞두고 미국과 유럽연합(EU)이 도출한 무역 합의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관세율을 기존 30%에서 15%까지 절반으로 낮추는 대신 EU가 미국에 대규모 에너지 구매와 투자를 약속했다는 것이다.
이는 EU가 미국과의 무역이 사실상 균형적이라고 주장했던 기존 입장을 포기한 것이다.
EU의 협상 방식은 일본이 미국과 합의에 도달한 방식과 유사하며 미국이 향후 다른 나라와도 최소 15% 관세율에 대규모 투자 약속을 받아내는 형태로 무역 협상을 정형화시킬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풀이된다.

프랑스에서 출발한 컨테이너선이 27일(현지시간) 미국 뉴저지의 한 항구에 도착해 입항하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27일(현지시간) 영국 스코틀랜드 턴베리에서 약 한 시간 회동한 뒤 내놓은 관세율인 15%보다 적은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율은 미국에 무역 적자를 보이고 있는 영국(10%)밖에 없다.
그 외 합의에 도달한 국가들 중 최소 관세율은 대규모 투자가 거론된 일본과 EU(모두 15%)여서 트럼프 대통령이 말한 대로 ‘투자하면’, 즉 돈을 내면 관세를 낮출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것이나 다름없다.

특히 15% 관세율은 자동차에도 적용되는데, EU산 자동차 제품에는 현재 기존 2.5에 트럼프 대통령이 모든 수입 자동차에 도입한 25 품목관세를 더해 총 27.5 관세가 부과되고 있다.
대미 자동차 수출 경쟁자인 일본이 자동차 관세율 15%를 얻어낸 상황에서 유럽 자동차 업계 입장에서는 일단 한숨을 돌리게 된 것이다.

대신 EU는 연간 2500억달러(약 344조6000억원)씩, 향후 3년간 총 7500억달러(1038조원) 규모의 미국산 에너지를 구매하게 됐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2028년부터 러시아산 화석연료를 완전히 퇴출하기로 한 EU의 계획에 맞춰 추산된 액수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EU가 6000억달러(830조7000억원)를 추가 투자하기로 했으며 “막대한 규모”의 미국산 군사장비를 구매하기로 했다고도 밝혔다.
이에 대해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추가 투자와 관련해 구체적인 계획을 언급하지는 않았다.
다만 “미국산 인공지능(AI) 반도체는 우리의 AI 기가팩토리에 동력을 제공할 것이며, 미국은 기술적 우위를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 정상은 이날 ‘전략적 품목’에 대해서는 상호 무관세에 합의했다.
일부 전략 품목에 대한 상호 무관세 조치는 EU가 미국 측에 요구해온 협상 조건 중 하나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모든 항공기 및 관련 부품과 특정 화학 제품, 특정 복제약(generics), 반도체 장비, 특정 농산물 및 천연 자원과 핵심 원자재가 (상호 무관세) 적용 대상”이라며 “우리는 이 목록에 더 많은 품목이 추가될 수 있도록 계속해서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고쳐 쓴 투자액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이 27일(현지시간) 영국 스코틀랜드 턴베리에서 무역 협상을 타결한 후 악수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들고 있는 ‘EU 제안’이란 제목의 문서(빨간 원)에는 EU가 당초 제시했던 관세율, 대미 투자액 등이 수정된 숫자가 적혀 있다. 턴베리=AP연합뉴스

협상 시한 종료를 닷새 앞두고 이날 전격적으로 이뤄진 회동에서 ‘톱다운 합의’가 이뤄지면서 서방 자유진영의 두 축인 미국과 EU 간 무역 전쟁 전면전은 일단 피하게 됐다.
현재도 미국에 수출되는 EU산 제품에는 평균 4.8의 기존 관세와 트럼프 대통령이 새로 도입한 기본관세 10가 부과된다는 점에서 EU로서는 일단 현상 유지를 한 셈이다.
그러나 기본관세 10도 수용할 수 없다던 EU의 기존 입장을 고려하면 큰 후퇴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이번 합의에서 미국은 EU에 어떤 양보를 한 것인가’라는 취지의 질문을 받고 “출발점은 불균형이었다.
우리 측의 대미 흑자와, 미국 측의 적자”라며 “무역관계 균형을 맞추고자 했다”고 답했다.
EU는 그간 미국이 상품 부문에서는 적자를 보고 있으나 서비스 부문에서는 흑자를 보고 있다며 양국 무역이 불균형이 아니라고 주장했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 정부 당국자들은 브리핑 등을 통해 EU가 자동차와 일부 농산물에 대한 비관세 장벽 완화에 합의했다고도 밝혔다.
EU 관계자들은 해당 내용의 세부 사항에 대해 여전히 논의가 진행 중이라고만 말했다.
워싱턴=홍주형 특파원 jh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