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국가 인정” 마크롱 겨냥 트럼프 “일고의 가치도 없어”세계일보 기사제공: 2025-07-26 12:12:36

“마크롱의 말은 전혀 중요하지 않아” 조롱
美 국무부 “佛 결정, 무모하고 평화 저촉”

팔레스타인을 정식 국가로 인정하기로 한 프랑스의 발표가 국제 사회에 파문을 일으킨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가소롭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트럼프는 서방 국가 정상들 중 가장 강력한 이스라엘 지지자로 꼽힌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왼쪽)과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 사진은 2020년 1월 팔레스타인을 방문한 마크롱이 압바스와 인사를 나누는 모습. AFP연합뉴스

25일(현지시간) dpa 통신에 따르면 트럼프는 전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오는 9월 유엔 총회에서 팔레스타인을 독립 국가로 정식 인정하겠다”고 발표한 것과 관련해 “여기 좋은 소식이 있다”며 비꼬는 듯한 발언을 했다.
이어 “마크롱이 말한 것은 중요하지 않을(doesn't matter) 뿐더러 일고의 가치도 없다(doesn't carry any weigh)”고 폄훼했다.
미국에 비해 국력이 한참 떨어지는 프랑스가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한다고 해서 무슨 실질적인 효과가 있겠느냐는 의미다.

현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5대 상임이사국인 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중국 중에서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한 나라는 러시아와 중국뿐이다.
여기에 프랑스가 가담하면 3개국으로 늘어나 5개국 중 과반이 된다.
미국과 영국은 물론 독일, 일본 같은 주요국들도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다.

트럼프는 올해 1월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한 뒤 첫 백악관 정상회담 파트너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선택했다.
그는 이스라엘에 비판적인 나라를 ‘반미(反美) 국가’로 지목해 불이익을 가하고 있다.
팔레스타인을 지지하고 유대인에 적개심을 드러내는 미국 내 외국 유학생들을 탄압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미 공군의 B-2 스텔스 폭력기 등 첨단 무기를 총동원해 이란 핵 시설을 폭격하는 방식으로 이스라엘에 도움을 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사진은 지난 4월 백악관을 방문한 네타냐후가 트럼프의 환영을 받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미 행정부는 국무부가 직접 나서 프랑스의 태도를 비판했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글에서 “프랑스 정부의 결정은 무모하고 평화를 후퇴시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2023년 10월7일 이스라엘에서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자행한 학살 희생자들을 배신한 처사”라고도 했다.
당시 하마스의 기습으로 이스라엘 국민과 미국인 등 250명가량이 인질로 붙잡혀 하마스 근거지인 가자 지구로 끌려갔다.
군인과 민간인을 포함한 사망자도 1200명이 넘었다.
그때부터 이스라엘군의 하마스 공격으로 가자 지구 전쟁이 시작돼 현재까지 1년 9개월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미국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충돌을 끝낼 대책으로 ‘2국가 해법’을 지지했다.
이스라엘과 마찬가지로 팔레스타인도 정식 국가로 인정해 두 나라가 평화롭게 공존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 들어 미국은 2국가 해법 대신 이스라엘에 ‘올인’하고 있다.
김태훈 논설위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