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회수 막힌 사모펀드…컨티뉴에이션 펀드가 새 '출구전략'아시아경제 기사제공: 2025-07-24 11:05:06

사모펀드(PE) 운용사들이 자산을 자신에게 되파는 방식의 '컨티뉴에이션 펀드(continuation fund)'를 통한 자금 회수 규모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기업공개(IPO)와 인수합병(M&A) 시장의 침체로 전통적인 투자 회수(Exit) 경로가 막히면서 컨티뉴에이션 펀드가 사실상 대안적 출구전략으로 부상하고 있다.

투자은행 제프리스(Jefferies)의 보고서에 따르면 바이아웃(경영권 인수) 전략을 주로 쓰는 운용사들이 올해 상반기에만 총 410억 달러(약 56조 원) 규모의 자산을 컨티뉴에이션 펀드를 활용해 회수했다.
이는 업계 전체 매각의 19%를 차지하는 역대 최고 수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60% 이상 증가한 수치다.

컨티뉴에이션 펀드는 기존 펀드의 투자 자산을 동일 운용사가 새로 조성한 펀드에 매각하는 투자 방식을 뜻한다.
이 과정에서 기존 투자자들은 현금으로 자금을 회수하거나, 새 펀드로 지분을 이전(롤오버)할 수 있다.

사모펀드 운용사는 펀드의 수명이 다하면 투자자에게 원금과 수익을 되돌려줘야 한다.
하지만 IPO 시장이 위축되고 M&A도 부진한 상황에서 외부 매각이 어려워지자, 기존 자산을 내부 펀드로 이관하는 컨티뉴에이션 구조가 새로운 자금 회수 수단으로 떠오른 셈이다.
실제 여러 글로벌 PE 운용사가 올해 상반기 수십억 달러 규모의 컨티뉴에이션 펀드를 조성해 주요 자산을 내부로 넘겼다.
예컨대 글로벌 투자사 비스타에쿼티파트너스는 클라우드 소프트웨어 그룹의 기존 지분을 새 펀드로 이관하기 위해 56억 달러 규모의 컨티뉴에이션 펀드를 조성했다.

제프리스의 토드 밀러 세컨더리 어드바이저리 공동대표는 "우리는 지금 회수금 분배(distribution)가 저조한 3~4년차에 접어들었다"며 "회수 환경이 극도로 어렵고, IPO 시장은 사실상 멈춰 있는 상태"라고 진단했다.

컨티뉴에이션 펀드는 이제는 PE 업계 전반에서 하나의 정식 엑시트 전략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운용사 입장에선 자산을 팔지 않고도 성과보수를 실현할 수 있으며, 핵심 포트폴리오 기업의 소유권도 장기간 유지할 수 있다.
장기 보유를 통한 복리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실제 이러한 흐름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제프리스에 따르면, 사모펀드 및 기관 투자자들이 기존 자산 지분을 사고파는 세컨더리 시장 규모는 올해 상반기 1000억 달러를 돌파, 전년 동기 대비 약 50% 급증했다.
컨티뉴에이션 펀드와 함께 세컨더리 시장이 활황세를 보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제프리스의 스콧 베켈먼 세컨더리 공동대표는 "앞으로 대부분의 운용사들은 각 펀드마다 1~2건 정도의 컨티뉴에이션 딜을 기본 전략으로 포함시킬 것"이라며 "정기적이고 제도화된 회수 방식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하지만 자산을 '내부에서 돌려막기'하듯 되파는 구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된다.
컨티뉴에이션 펀드를 통한 자본 재순환이 진정한 투자 회수라기보다는 성과를 미루고 수익을 부풀리는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이집트의 억만장자 투자자 나세프 사와리스는 FT와의 인터뷰에서 "컨티뉴에이션 펀드는 지금까지 존재한 사기 중 가장 큰 사기(the biggest scam ever)"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자산을 팔 수 없으니 다시 레버리지를 일으켜 새 펀드로 옮기겠다는 논리는 본질을 흐리는 자기 변명일 뿐"이라고 날을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