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자국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들의 이익을 위해 관세 전쟁을 이용하고 있다고 2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관련 협상에 정통한 소식통은 미국 인터넷 대기업들을 겨냥한 조치가 한국과 브라질, 유럽연합(EU)과의 협상에서 난제로 남아있다고 전했다.
미국의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25일 워싱턴에서 한국의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 등과 회동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도 관련 논의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의 디지털세를 문제 삼아 관세 협상을 중단하겠다고 압박했다.
결국 캐나다는 디지털세를 폐지했다.
WSJ는 이에 대해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의 기술 분야 지배력에 집중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설명했다.
인도네시아와의 협상에서도 미국 협상단은 인도네시아 정부로부터 영화나 소프트웨어 다운로드 등 디지털 상품에 대한 관세 부과 계획을 철회한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해당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들에 따르면 베트남에서도 유사한 약속을 받았는데 아직 협상 관련 문서를 공개하지 않았다.
이는 수년에 걸친 빅테크들의 정치권 설득 노력에 따른 결과다.
이들 기업은 해외의 불공정한 세금과 규제가 수익을 제한하고, 그로 인해 미국 내 투자 여력이 줄어들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메타와 구글 등에서 일했던 누 웩슬러 공공정책 컨설턴트는 "기술 기업들은 '빅테크 의제'를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와 동일시하도록 매우 능숙하게 움직여 왔다"고 말했다.
실제로 주요 빅테크 경영진들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 수백만달러를 기부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와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 등 IT 업계 거물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자택인 마러라고를 방문하기도 했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당시 해외 규제 문제가 거론됐다.
트럼프 1기 행정부 출신 인사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내에선 기술 기업과 갈등을 빚기도 하지만 다른 나라들이 미국 기술 기업에 세금을 부과하고 규제하려는 것엔 오랫동안 반대해왔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인 에버렛 아이센스타트 전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부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이것(세금, 규제)을 다른 나라들이 미국 기업으로부터 부당하게 수익을 빼앗는 방법으로 여긴다"고 했다.
쿠시 데사이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행정부가 해외의 불공정 관행으로부터 혁신적인 미국 기업을 보호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공약을 이행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수연 기자 sy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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