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이 따로 없다”…러브버그에 점령 당한 계양산 [현장FACT]더팩트 기사제공: 2025-07-01 00:06:04

<더팩트>가 30일 찾은 인천 계양산은 말 그대로 러브버그가 만든 '지옥'을 연상시켰다. 정상에 오르면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북한산, 김포공항 등이 한 눈에 내려다 보여 조망 명소로 손 꼽히며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 계양산이지만 지금은 어디에나 날아다니는 러브버그와 죽은 러브버그의 사체들이 만든 얕은 언덕이 곳곳에 보여 사람들의 발길을 막고 있었다. /인천 계양산=오승혁 기자

[더팩트｜인천 계양산=오승혁 기자] "여기는 벌레(러브버그) 있는 것도 아닙니다. 저 위에 정상은 완전 '지옥'이에요. 냄새가 아주 썩은 내가 진동해서 그냥 서 있기도 힘듭니다." -계양산 등산객

"작년에는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는데... 올해는 번식하기에 뭐가 딱 맞았는지 진짜 너무 심각해요. 러브버그 때문에 수건이나 전기 파리채 휘두르면서 등산하는 사람들도 많아요." -매일 퇴근 후 계양산을 오른다는 인근 주민

<더팩트> 취재진이 30일 찾은 인천 계양산은 말 그대로 러브버그가 만든 '지옥'을 연상시켰다. 정상에 오르면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북한산, 김포공항 등이 한 눈에 내려다 보여 조망 명소로 손 꼽히며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 계양산이지만 지금은 어디에나 날아다니는 러브버그와 죽은 러브버그의 사체들이 만든 얕은 언덕이 곳곳에 보일 정도로 사람들의 발길을 막고 있었다.

특히 계양산 정상은 러브버그가 지배한 상태였다. 전날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확산됐던 것처럼 러브버그가 검은색 산을 만들고 쌓여있는 모습은 이날 오전부터 방역에 나선 직원들이 송풍기를 이용해 사체를 치워 사라졌지만, 이들의 청소도 러브버그를 기세를 누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정상 전체를 두른 테이프에 러브버그가 빈 틈이 없을 정도로 가득 붙었다. 그럼에도 하늘에는 러브버그들이 가득했고 전망을 보기 위해 설치된 망원경도 러브버그가 모두 차지했다. 실시간으로 러브버그의 사체도 쌓이고 있어 직원들은 점심 식사 후 방역을 이어갔다.

러브버그의 사체에서 나온 진액이 정상 주변의 나무 계단의 색을 바꿀 정도로 흘러 인근까지 썩은 내가 진동했다. 이에 인천시에는 하루에 100여 건의 신고 전화가 접수될 정도로 러브버그에 대한 민원이 끊기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러브버그 방역을 위해 나온 직원은 "뉴스에서는 7월 중순이면 줄어들 것 같다는데, 언제까지 얘네(러브버그)들이 이렇게 기승을 부릴지 모르겠다. 일단 계속 치워봐야지"라고 했다.

러브버그는 중국 동남부, 일본 오키나와에 주로 서식했으나 2022년부터 수도권을 중심으로 대량 발견되고 있다. 서울 은평구, 경기 고양시 등 수도권 서북쪽 지역에서 발견되다가 최근 인천, 서울, 경기 지역 등 수도권 전역에서 목격되고 있다.

인간을 물지 않고 독성이 없으며 질병을 옮기지 않는 동시에 낙엽을 분해해 토양을 비옥하게 하고, 꿀벌과 꽃의 수분을 도와줘 익충으로 분리된다. 다만 떼를 지어 몰려다니며 사람들에게 달라 붙기에 생활불쾌곤충으로 분류된다.

산성이 강하고 딱딱해 새와 개구리 등의 곤충 천적들이 러브버그를 먹지 않아 번식이 더 빠르게 이뤄지는 것도 문제다. 전문가들은 외출시 어두운 색 옷을 착용하고 물을 뿌려 벽이나 창문에 붙은 개체를 떼어내는 방법 등을 권장하고 있다.

shoh@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