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주 언급한 미국·이란 간 핵 협상 재개와 관련해 이란 측이 '미국이 추가 공격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이 전제돼야 양국 간 대화를 시작할 수 있다고 29일(현지시간) 밝혔다.
마지드 타흐트라반치 이란 외무부 차관은 이날 보도된 영국 B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아직 협상 시점(date)이나 방식(modality)에 합의하지 않았다"면서 "지금 우리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앞서 지난 25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 후 이란과 회담을 갖고 협정에 체결할 수 있다고 밝힌 것과 상충한다.
타르트라반치 차관은 "트럼프 행정부는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추가 공격을 할지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면서 "이는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보장이 있어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것이란 입장을 분명히 밝힌 셈이다.
타흐트라반치 차관은 대이란 제재 완화 대가로 핵 프로그램을 재고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왜 우리가 그런 제안에 동의해야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특히 우라늄 60% 농축도 평화적 목적임을 거듭 주장했다.
60% 농축 우라늄은 최대 9대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수준이다.
이는 전력 생산용 상업 시설 수준(3.67%)을 초과한 수치임에도 불구하고 정당성을 강조했다고 BBC는 덧붙였다.
타흐트라반치 차관은 핵물질의 수준 등에 대해서는 논의가 가능하다면서도 "농축을 하지 말라고, 농축을 '0'으로 하라고, 동의하지 않으면 폭격하겠다고 하는 것은 정글의 법칙"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란이 중재국을 통해 미국은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를 표적으로 삼아 이란 정권교체에 관여하길 원하는 것은 아니라는 메시지를 받았다고 전했다.
이란이 이스라엘과의 휴전을 유지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확답을 내놓지 않았지만, 군사 공격이 없는 한 휴전을 지킬 것이란 입장을 내놨다.
그는 "우리는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며 "대화와 외교를 원하지만, 또다시 기습당하지 않도록 대비하고 조심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미국과 이란은 이달 15일 오만에서 6차 핵 협상을 앞두고 있었으나,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무산됐다.
이스라엘의 선제공격으로 시작된 양국 간 무력 분쟁은 12일간 지속됐다.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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