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법적 지위 광역, 인구 39만 명의 허점아시아경제 기사제공: 2025-06-17 10:40:29

세종특별자치시 설치 등에 관한 특별법과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 특별법으로 2012년 출범한 세종특별자치시. 정치권의 우여곡절을 거쳐 지방분권의 상징이란 명분을 갖고 출범된 지 13년이 됐지만 인구수는 40만명이 채 안 되는 광역 법적 지위의 도시다.

지난 13년 동안 몇차례 치러졌던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 때마다 행정수도 세종은 모든 정당 후보들의 관심사이었고 완성은 그들이 주장하는 공약이었다.
하물며 지방선거에서조차도 행정수도 완성 공약이 나오기까지 한다.

그러나 현실은 어떠한가. 13년 동안 막대한 국민 혈세가 투입됐고, 현재도 투입되고 있다.
정부 부처가 대거 세종시로 이전한 상황인 만큼, 수정될 수 없는 현실 속에서 선거 때마다 한 표가 아쉬운 선출직 후보들은 행정수도 완성이란 역사적 마침표를 찍겠다고 주장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선거가 끝나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또 다른 명분으로 그들의 주장은 지지부진해지기 일쑤다.

그도 그럴 것이 사실상 인구부터 주장을 현실화하기에는 한표 한표로 직업을 연명할 수 있는 그들에겐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지난 조기 대선을 앞두고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세종시 전체 인구 39만여명 중 투표 자격을 갖춘 인구수는 30만 7028명이다.
이는 인근 도시인 충북 청주시나 충남 천안시보다도 못한 수치다.

이런 상황에서 표로 먹고사는 정치인이 행정수도 완성을 위한 후속 조치를 추진한다는 명분은 작아질 수밖에 없다.
서울-경기권만 해도 유권자 수가 2000만명에 가깝고, 영남지방도 1200만명을 넘는다.
호남지방도 500만명에 가까운 유권자들이 거주 중이다.

충청지방의 현실은 어떨까. 충청권 전체 유권자 수는 480만명 미만이다.
여기에 충청권에 속하는 세종시 유권자는 고작 31만명 미만이다.
과연 정치권력을 갖기 위한 그들의 주장을 유권자 수를 고려하지 않고 소신대로 현실화시킬 수 있게 할 수 있을까.

지역별 유권자 수에 따라 주장이 바뀌고, 그것이 어쩔 수 없는 현실 정치의 벽이라면 바라건대, 선거기간부터 현실적 공약과 주장을 펼쳐 현실 정치에 부합된 정치 행위를 보여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정치는 명분이라고 하지 않던가. 정치란 원래 이런 것이라는 카멜레온 정치를 정당화하지 말고, 명분 있는 정치가 뿌리내린다면 국민들은 결코 정치를 외면하지 않을 것이다.

특히 조기 대선 이전과 이후의 이슈에선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이 여론의 관심을 끌며 뜨겁게 급부상하고 있다.
지역감정도 나타나고 있는 모양새다.
국가적 차원에서의 균형발전 논리라면 부산 이전을 반대할 명분이 약하지만 행정수도 완성 논리라면 해석의 관점이 다를 수밖에 없다.

행정수도 완성은 필요하지만 세종에 설치된 해양수산부는 부산으로 이전을 검토한 이분법적 논리는 가지려는 자와 뺏기지 않으려는 자, 정치권에서 국민들을 더욱 혼란스럽게 하고 적대시하게 만드는 것은 아닌지, 지역감정을 만들어가는 것은 아닌지 정치권력은 신중히 추진하길 학수고대해 본다.

행정의 수도를 만들어가는 세종에서 이미 설치돼 있는 해양수산부를 부산으로 이전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선 명분 있는 후속 조치가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