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무협의 재개했지만 입장차 못 좁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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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내버스 노사는 지난 6일 송파구 모처에서 실무협상을 재개했다. /더팩트 DB |
[더팩트ㅣ정소양 기자]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 포함 여부를 놓고 파국 직전까지 갔던 서울 시내버스 노사가 임금·단체협상(임단협)을 재개했지만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17일 서울시와 버스노동조합, 버스운송사업조합에 따르면 노사는 지난 6일 서울 송파구 모처에서 실무협의를 열고 약 열흘 만에 공식 협상 테이블에 다시 마주 앉았다. 앞서 지난달 28일 서울지방노동위원회 주재로 열린 최종 조정회의에서도 이견을 좁히지 못해 교섭이 결렬된 바 있다.
이번 실무협상에서도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산정할지 여부를 두고 양측은 기존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협상 채널을 다시 열었다는 점에서 향후 진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노사는 매주 한 차례 정례 협의를 갖기로 했다.
아직도 문제의 핵심은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 포함'이다. 지난해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상여금도 통상임금에 포함돼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에 따라 노조는 '법적 기준에 따라 정기상여금을 반영한 임금을 바탕으로 협상하자'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측이 이를 인정하지 않으면 실질적인 협상은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서울시의 분석에 따르면, 노조 요구를 수용할 경우 4호봉 기준 월 80만원(약 15%)의 임금 인상이 발생할 수 있으며, 여기에 노조가 제시한 기본급 8.2% 인상 요구까지 포함하면 임금 인상률은 최대 25%에 이를 수 있다.
사측은 이번 기회에 기존의 복잡한 임금 체계를 단순화하자고 맞서고 있다. 기본급과 수당 위주로 개편하되, 지난해 총급여 6200만 원 수준은 유지하자는 제안이다. 사실상 성과급 성격인 상여금을 제외하고, 고정급 중심의 임금체계를 정비하자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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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공영차고지에 운행을 멈춘 버스들이 주차돼 있다. /더팩트 DB |
노조는 '통상임금' 문제 해결 없이는 협상도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노조 측은 '통상임금을 인정한다면 인상률은 0~8%까지도 조정 가능하다'며 유연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협상의 출발점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현재 서울만 유독 장기 교착상태에 머물러 있는 것도 주목된다. 부산, 창원, 울산 등 타 지역에서는 이미 합의를 마쳤다. 부산은 대법원 판결을 즉각 수용해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반영한 임금 체계를 도입했고, 울산은 같은 방식으로 합의하면서 월 급여 10.18% 인상이라는 결과를 얻었다. 창원도 상여금 차액분 정상 지급 및 임금 3% 인상에 합의하며 파업을 철회했다.
이처럼 타 지역 버스 노사가 법적 기준에 따라 실리적으로 협상을 마무리한 것과 달리, 서울은 인력 규모와 재정 부담, 시의 개입 정도 등 복합적 요인이 얽혀 협상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서울시의 경우 시내버스 65개 업체, 약 1만6000여 명의 운전기사가 근무 중이어서 노사 협상 결과는 시 재정에 큰 영향을 미친다. 시는 통상임금 확대에 따른 연간 추가 부담액이 약 17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시민들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협상 교착이 장기화될 경우 파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긴장감 때문이다. 당장 버스 운행에 차질이 발생하지는 않았지만, 여름철을 앞두고 출퇴근 교통 불편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서울 시내버스 노조 관계자는 "사측과 지난 6일 실무협의를 열고 서로의 입장을 전달하는 시간을 가졌다"며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시간을 갖기로 했고, 오는 18일에 실무협의를 또 개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같은 상황이 장기화가 될 경우 '파업'도 당연히 고려하고 있다"며 "현재 진행 중인 소송과 노동부 진정 사건 결과가 예정대로라면 9월쯤 나온다. 그 결정이 나오기 전까지는 협상에 큰 의미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측과 노조가 실무적으로 한 번 만났는데, 양측의 논의가 진척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시 재정과 직결되는 부분이고, 결국 시민 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서로 납득할 수 있는 수준에서 입장 차이를 줄여갈 수 있도록 중재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