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독립성 강화②] "검찰과 대등한 수장"…장관급 청장, 인사 적체 해소도 기대더팩트 기사제공: 2025-06-15 00:06:04

경찰은 13만명 규모의 거대 조직이지만 수장인 경찰청장이 차관급에 머물러 있다. 이로 인해 국정 운영의 핵심인 국무회의나 주요 정책 결정 과정에서 실질적인 발언권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경찰청장 장관급 격상은 이번 대선 공약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이 관련 법안을 발의한 만큼 경찰의 숙원인 장관급 경찰청장이 들어와 검찰과 대등한 위치를 확보하는 것은 물론, 불균형 계급 체계를 바로 잡고 이에 따른 실질적 처우 개선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크다. /김영봉 기자

이재명 정부가 검찰·사법 개혁에 강력한 의지를 보이면서 경찰도 변혁이 불가피하게 됐다. 경찰은 수사구조 재편으로 책임이 커지는 만큼 독립성 강화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지난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에도 경찰은 여전히 검찰의 그늘에 가려져 있는 것이 현실이다. 윤석열 정부에서는 행정안전부 산하 경찰국 설치로 경찰의 중립성과 투명성이 보장되지 못하고 정권에 휘둘린다는 지적까지 나왔다. <더팩트>는 새 정부 출범을 맞아 수사기관 간 견제와 균형을 이루고 국민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경찰 독립성 강화 방안을 총 다섯 편에 걸쳐 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더팩트ㅣ김영봉 기자] 경찰은 13만명 규모의 거대 조직이지만 수장인 경찰청장이 차관급에 머물러 있다. 이 때문에 국정 운영의 핵심인 국무회의나 주요 정책 결정 과정에서 실질적인 발언권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경찰청장 장관급 격상은 이번 대선 공약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이 관련 법안을 발의한 만큼 경찰의 숙원인 장관급 경찰청장이 검찰과 대등한 위치를 확보하는 것은 물론, 불균형 계급 체계를 바로 잡고 실질적 처우 개선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크다.

15일 정치권에 따르면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지난 4월 경찰청장을 장관급으로 격상하는 내용을 담은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조직 및 운영에 관한 법률(경찰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경찰법 개정안은 경찰청장을 장관급 공무원 봉급과 그 밖의 보수를 받도록 하고, 필요한 경우 국무회의에 출석해 발언할 수 있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이를 통해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해 행정 조직에 휘둘리지 않고 검찰과 균형을 이루는 것은 물론 국민 안전·치안 문제가 국가 주요 정책에 신속하게 반영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현행 정부조직법 34조에 따르면 치안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기 위해 행정안전부장관 소속으로 경찰청을 둔다. 이에 경찰청장은 13만 경찰을 지휘·감독하면서도 직급은 차관급이다. 법령에는 경찰청장을 차관급으로 규정하고 있지는 않지만, 공무원보수규정에 따라 기본급이 차관급과 같다.

경찰청장의 지위를 높여야 한다는 의견은 그간 경찰 안팎에서 꾸준히 제기돼 왔다. 경찰 내부에서는 경찰청장 장관급 격상으로 경찰의 자긍심 회복과 리더십 정립, 정치권으로부터의 독립성 확보, 타 기관과의 협력 관계 재정립, 대국민 정책 책임성 강화 등을 기대한다.

이호영 경찰청장 직무대행도 지난 4월28일 정례 간담회에서 "범죄예방, 수사, 재난, 안보 등 경찰의 책임과 역할이 굉장히 높아졌다"며 "법안이 통과되면 현장 경찰관들도 자긍심을 갖고 치안 활동에 집중할 수 있어서 그 효과가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검찰과 경찰이 대등한 위치에서 상호 견제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라도 경찰청장 장관급 격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수천 명에 불과한 검사 수장인 검찰총장은 장관급이지만, 13만명을 거느린 경찰 수장인 경찰청장이 차관급인 점은 수사기관 간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검찰은 차관급 대우를 받는 지검장급만 40명이 넘는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청장은 차관급이라 국무회의에서 발언 기회조차 제한됐다"며 "장관급 격상이 이뤄지면 경찰청장도 당당히 경찰 입장을 밝히고, 주요 정책 결정에 힘을 실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어 "특히 주요 예산이 필요할 때 항상 기획재정부 눈치를 봤다"며 "이번 정부에서는 반드시 경찰청장이 장관급으로 격상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경찰 관계자도 "우리도 이제는 힘 있는 청장을 가져야 한다"며 "수사권 문제든, 인사권 문제든, 예산 문제든 타 기관과 대등한 위치에서 논의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치권에 따르면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지난 4월 경찰청장을 장관급으로 격상하는 내용을 담은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조직 및 운영에 관한 법률(경찰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김영봉 기자

직원들의 사기 문제뿐만 아니라, 승진 적체 해소와 급여 수준 향상 등 고질적 인사 구조 개선도 이뤄질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있다. 9개의 계급으로 나눠진 일반직 공무원과 달리 경찰은 순경부터 치안총감까지 11개 계급으로 구성돼 있다. 이 때문에 승진이 느리고 대우도 열악하다는 지적이다. 일선 경찰서장인 총경은 지역 치안을 책임지지만 공무원 계급상 4급에 해당돼 초임검사와 직급이 같다.

경찰 내부에서는 공무원 조직 중 자신들이 가장 홀대받는 조직이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 순경으로 들어와 경찰의 꽃인 총경을 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자조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13만명 중 총경은 지난해 말 기준 746명에 불과하다.

서울 일선 경찰서의 한 직원은 "경찰청장이 장관급으로 격상되면 인사 적체 해소 기대는 물론 성과급 기근에 허덕이는 경찰 조직 전반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이하 계급의 연쇄적인 직위 및 임금 인상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다만 정작 이재명 정부의 대선 공약에는 경찰청장 장관급 격상이 포함되지 않아 회의적인 시선도 감지된다. 앞서 윤석열 전 대통령도 대선 후보 시절 경찰청장 장관급 격상을 공약으로 걸었지만 무산된 바 있다.

경찰청 한 관계자는 "경찰청장 장관급 격상은 전 정부에서도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며 "실제 경찰청장이 장관급으로 격상될지는 그때 가봐야 하는 문제다. 큰 기대는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경찰 관계자는 "경찰청장 장관급 격상이 법안으로 발의된 데다, 해당 법안을 낸 정당에서 대통령이 된 만큼 내심 기대하는 분위기"라며 "이번에도 쉽진 않겠지만 반드시 법안이 통과돼 경찰의 오랜 숙원이 해결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kyb@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