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그 광경이 중국에서 재현되고 있는 듯하다.
”
중국산 와인의 발전사(史)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잠든 포도를 깨우다(영문명:Waking the sleeping Grape)’에 나오는 대사다.
영화는 최근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중국산 와인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중국어 제목은 '覺醒的葡萄‘으로 번역됐다.
다큐엔 중국 윈난·산둥·닝샤·신장 등 중국 대표 와인 생산지 4곳에 소재한 개성 넘치는 부티크 와이너리 10여곳을 탐방하고 와이너리 소유주들의 제각각 스토리가 담겼다.
100여명이 넘는 중국 국내외 와인 전문가와 애호가 등의 인터뷰도 실렸다.
최근 중국의 ‘와인 수도’로 급부상하고 있는 닝샤자치구 와인 산업 발전을 진두지휘한 하오린하이 닝샤자치구 전 부주석 등 중국 정치인부터 중국 영화배우 쉬정, 농구 스타 스테판 마버리 같은 유명인, 그리고 전 세계 유명 와인 전문가들이 총출동했다.
메가폰을 잡은 세바스찬 바스코 감독은 중국에서 8년째 거주하면서 중국산 와인에 대한 편견과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 ‘포도의 각성’ 다큐 영화를 제작했다고 한다.
그는 영화 개봉 당시 시사회에서 “서양에서는 오랫동안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중국의 경쟁력을 과소평가했다”며 “오늘날 중국산 전기차가 전 세계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것만 봐도 잘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스토리텔링을 통해 중국에 대한 오해를 불식시키는 게 목표라고도 그는 전했다.
“감기 시럽약같다.
역겹다.
이빨에 달라붙는다….” 지금으로부터 15년 전 베이징에서 중국산 와인을 맛본 와인 전문가들은 중국산 와인에 무더기로 최저점을 줬다는 2013년 12월 영국 BBC 보도로 다큐는 시작한다.
'잠든 포도를 깨우다'는 영화 제목은 중국 경제가 급속히 발전하고 중국인들의 해외 유학생도 늘면서 중국의 잠자던 와인 시장이 깨어나게 됐다는 기획에서 비롯된 것이다.
중국 주재 유럽연합 상공회의소 부회장인 카를로 단드레아는 “모든 중국인이 평생 와인을 단 한 잔만 마셔도 세계 와인 생산 시장은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며 “그만큼 중국은 중요한 시장”이라고 말한다.
특히 중국 기업인들이 윈난·닝샤·산둥·신장 등에 각기 개성 넘치는 자체 부티크 와이너리를 건설해 세계적 수준의 와인을 생산하는 데 열정을 쏟아부으면서 중국 소비자들이 점차 '보르도산'보다는 '중국산'을 선택하는 경우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고 다큐는 조명한다.
프랑스·미국·스페인 등 다른 나라에서 생산된 와인과 비교해 손색이 없을 정도로 중국산 와인이 발전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중국인들이 중국산 와인에 빠지기 시작하자 중국의 수입산 와인 수요가 줄어들 것을 전 세계 와인업계가 걱정하고 있다.
중국 와인 시장이 이렇게 빨리 변할지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다"는 한 와인업계 전문가의 말은 그만큼 중국산 와인의 굴기를 잘 표현한다.
중국 영화감독 쉬정도 “10~20년후 중국산 와인은 전 세계를 선도하는 와인이 될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친다.
실제 중국산 와인은 이제 전 세계적으로도 인정받고 있다.
중국 와인 포도밭 재배 면적은 스페인 다음으로 넓은 세계 2위, 소비시장은 세계 3위, 와인생산은 세계 5위다.
‘와인계 오스카상’이라 불리는 세계 최대 와인 경진대회‘콩쿠르 몽디알 드 브뤼셀(CMB)’도 올해 개최지로 중국 대표 와인 생산지인 닝샤자치구 인촨을 선택했다.
지난 9일부터 사흘간 열린 CMB에는 올해 49개국에서 7165종 와인이 출품됐다.
이 중 중국산 와인만 672종으로 거의 10%를 차지했다.
중국산 와인은 CMB에서 2015년부터 2024년까지 지난 10년간 최고 등급인 그랑골드 47개를 포함해 모두 967개 메달을 받았다.
아주경제=베이징=배인선 특파원 baeinsun@ajunews.com
<본 콘텐츠의 저작권 및 법적 책임은 아주경제(www.ajunews.com)에 있으며, 뽐뿌는 제휴를 통해 제공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