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는 바이오 및 뇌 공학과 장무석 교수 연구팀이 이중층 무질서 메타표면(두 겹의 무질서한 나노 구조층으로 빛을 복잡하게 산란시켜 파장별로 고유하고 예측 가능한 스페클 패턴을 만드는 광학소자)을 이용한 복원 기반 분광기 기술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고 13일 밝혔다.
분광기는 빛을 파장별로 분해해 물성을 분석하는 광학 장비다.
재료분석, 화학 성분검출, 생명과학 연구 등 과학·산업 분야에서 폭넓게 사용된다.
다만 기존의 고분해능 분광기는 크기가 크고 복잡해 일상에서 사용하는 데 제약이 따랐다.
이러한 제약은 근본적으로 무지개가 색을 분리하듯 빛의 파장을 빛의 진행 방향으로 분리하는 전통적 분산 부품의 작동 원리에서 기인한다.
이 때문에 분광 기술은 그간 실험실이나 산업 제조 현장에서 주로 사용되고, 일상에서의 활용성은 제한적이었다.
하지만 연구팀이 개발한 초소형 고해상도 분광기는 앞으로 스마트폰, 웨어러블 기기에 탑재돼 빛의 색 정보를 활용할 수 있게 할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팀은 빛의 색 정보를 빛의 진행 방향으로 대응(1대 1)시키는 회절격자나 프리즘을 사용하는 기존의 분광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설계된 무질서 구조를 광학 부품으로 활용하는 방식을 고안했다.
또 '복잡한 무작위적 패턴(여러 파면의 빛이 간섭해 만들어지는 불규칙한 밝기의 광 패턴, '스페클')'을 정확하게 구현하기 위해 수십-수백 나노미터 크기의 구조체를 활용, 빛의 전파 과정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는 메타표면을 활용했다.
이중층 무질서 메타표면을 구현해 파장 특이적인 방식으로 스페클 패턴을 생성하고, 카메라로 측정된 무작위 패턴을 토대로 빛의 정밀한 색 정보(파장)를 복원하는 과정도 거쳤다.
이 결과 촬영된 1장의 영상만으로도 손톱보다 작은(1㎝ 미만) 장치를 이용해 1㎚ 수준의 고해상도 가시광-적외선(440~1300㎚) 범대역의 빛을 정확하게 측정하는 신개념 분광기 기술 개발이 가능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제1 저자로 참여한 이동구 연구원은 "이번 기술은 상용 이미지 센서에 직접 통합된 방식으로 구현돼 앞으로는 모바일 기기에 내장된 형태로 일상에서도 빛의 파장 정보를 손쉽게 취득하고 이용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무석 교수는 "연구팀이 개발한 기술은 R(빨강), G(초록), B(파랑) 3가지 색 성분으로만 구분해서 인식되는 기존 RGB 삼색 기반 머신 비전 분야의 한계를 뛰어넘는 기술"이라며 "음식 성분 분석, 농작물 상태 진단, 피부 건강 측정, 환경 오염 감지, 바이오·의료 진단 등 실험실 수준의 기술을 일상 수준의 머신 비전 기술로 넓혔다는 점에서 의의를 갖는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연구재단이 주관하는 우수신진연구자사업, 선도연구센터지원사업, 바이오·의료기술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연구에는 바이오 및 뇌 공학과 이동구 박사과정과 송국호 박사과정이 공동 제1 저자, 장무석 교수가 교신저자로 참여했다.
연구 성과(논문)는 지난달 28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대전=정일웅 기자 jiw30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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