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권고만 14번째…사회적 합의 이유로 번번이 '좌절'
시민 10명 중 7명 찬성…윤석열 탄핵 광장서 제정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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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선고 전날인 지난 4월3일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비상행동)의 서울 도심 철야 집회 현장에는 시민들의 염원을 담은 리본이 곳곳에 걸렸다. 형형색색의 리본들 중 '윤석열 없고 차별금지법 있는 나라'라는 문구가 눈에 띄었다. /장윤석 기자 |
6월3일 조기 대선으로 대한민국은 새로운 출발점에 섰다. 지난해 12월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우리 사회는 유례없는 혼란의 시간을 겪었다. 이번 선거는 계엄에 따른 대통령 파면으로 치러진 만큼 사회 변혁의 변곡점이 될 것이란 관측이다. <더팩트>는 분열과 갈등을 넘어 통합과 화합의 시대로 나아가기 위해 새 정부에 바라는 사회 각계각층의 목소리를 들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더팩트ㅣ조성은 기자]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선고 전날인 지난 4월3일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비상행동)의 서울 도심 철야 집회 현장에는 시민들의 염원을 담은 리본이 곳곳에 걸렸다. 형형색색의 리본들 중 '윤석열 없고 차별금지법 있는 나라'라는 문구가 눈에 띄었다.
7일 시민사회단체에 따르면 차별금지법은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전 영역에서의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을 금지·예방·규제하는 법이다. 한국은 남녀고용평등법, 장애인차별금지법 등 개별적 차별금지법이 있지만 특정 분야와 대상으로 한정돼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지난 1997년 대선을 앞두고 차별대우 금지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후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2003년 노무현 정부 출범 과제 중 하나로 차별금지법 제정을 제시했고, 2006년 인권위 권고를 거쳐 이듬해 법무부 입법예고로 이어졌다.
하지만 보수 성향 단체 및 일부 종교계, 재계의 반발에 부딪쳤다. 이후에도 차별금지법 제정 시도는 계속됐으나 정치권은 '사회적 합의'를 이유로 매번 물러섰다. 특히 문재인 정부 들어 21대 국회에서는 차별금지법(평등법) 4건이 발의되고 인권위가 평등법 제정을 권고하는 등 어느 때보다도 차별금지법 제정 요구가 높아졌으나 제정으로 이어지진 못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이제는 충분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졌다고 주장한다. 인권위가 지난 2022년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에 의뢰해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응답자의 67.2%가 차별금지법 제정에 찬성했다.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는 지난 7일 대한민국 제20-22차 정기 심의에 대한 최종견해를 발표하면서 차별금지법 제정을 권고했다. 유엔 기구 권고는 지난 2007년부터 14번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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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별금지법제정연대가 지난 4월10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했다. /조성은 기자 |
윤 전 대통령 탄핵 촉구 광장을 이끌었던 비상행동은 지난 2월10일부터 5월10일까지 3개월간 온라인공론장 '천만의연결'을 통해 제안된 시민의견 788건을 분석한 결과, 차별금지·성평등·인권·소수자권리(25.9%)가 가장 많았다고 밝혔다.
비상행동은 "구체적으로 차별을 막고 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법과 제도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았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두드러졌다"고 설명했다.
노동계도 차기 정부 출범에 맞춰 본격적으로 차별금지법을 들고 나왔다. 민주노총은 지난달 1일 세계노동절을 맞아 발표한 대선 핵심 요구안 중 하나로 차별금지법 제정을 주장했다. 한국노총도 처음으로 대선 요구안에 차별금지법을 포함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예전엔 '성소수자를 위한 법'이라는 인식이 있었지만 점차 '모든 사람을 위한 법'이란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면서 "차별로 인한 분쟁 가능성이 큰 곳이 일터인 만큼 차별금지법 제정으로 가장 혜택받는 쪽은 노동계일 것"이라고 했다.
다만 차기 정부에서도 차별금지법 제정이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차별금지법을 두고 "방향은 맞지만 새롭게 논쟁, 갈등이 심화되면 지금 당장 해야 될 일들을 하기 어렵다"며 소극적인 입장을 보였다. 이번 대선 후보자들 중 차별금지법 제정을 약속한 이는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뿐이었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관계자는 "극우 세력이 반차별 선동으로 다시 세를 모으려는 이 시점에 차별금지법 제정은 이 사회가 혐오와 차별을 넘어서겠다는 분명한 선언이 될 것"이라며 "장애를 가진 여성 노인, 소수 종교를 믿는 이주민, 페미니즘을 지지하는 성소수자, 청소년 등 복잡하게 얽혀있는 차별을 다루기 위해서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