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주요국 대사 귀국 지시… 이임작업 속도세계일보 기사제공: 2025-07-01 19:05:00

美·日·러·英 등 공관장에 일괄 지시
외교 장관 임명 전 교체작업 착수
尹 임명 인사들 부적절 판단한 듯

정부가 윤석열정부 시절 임명된 미국, 일본 등 주요국 주재 공관장들에게 이임 지시를 내린 것으로 1일 알려졌다.
통상 새 정부 출범 후 이뤄지는 주요국 대사 교체 작업에 속도가 붙을지 주목된다.

이날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달 말쯤 조현동 주미대사와 박철희 주일대사 등 주요국 특임공관장을 중심으로 귀국을 개별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도훈 주러대사와 황준국 주유엔대사, 문승현 주프랑스대사, 윤여철 주영국대사 등도 포함됐다.
올해 초 이임식을 가진 정재호 전 주중대사는 이미 귀국한 상태라 주요국 대사 모두가 귀임 대상이 된 셈이다.
이에 따라 미국, 일본 주재 대사관은 귀임 준비를 서두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도 정년이 된 일부 공관장들은 이미 한국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조현동 주미대사와 박철희 주일대사. 연합뉴스

통상 새 정부가 들어서면 특임공관장을 위주로 주요국 대사가 교체된다.
특임공관장은 직업외교관 외에 대통령이 전문성과 자질을 갖췄다고 판단해 특별히 공관장으로 발탁하는 인사이기 때문이다.
대통령과 가깝거나 새 정부의 코드에 부합하는 인사가 새롭게 부임하는 경우가 많았다.

윤석열정부 첫 외교부 1차관을 지내다 부임한 조현동 현 주미대사가 대표적이다.
조 대사는 북미국 3과장이었던 2004년 사석에서 노무현 당시 대통령과 청와대 인사들의 대미 외교를 폄하했다가 청와대에 투서가 접수되면서 촉발된 이른바 ‘자주파 대 동맹파’ 논란의 핵심 인물이다.
조 대사는 이 일로 보직 해임됐고, 당시 북미국장이던 위성락 현 국가안보실장도 직에서 물러났다.
박철희 현 주일대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대선 후보 당시 캠프에서 외교 정책의 기틀을 만들었고, 황준국 현 주유엔대사는 캠프 후원회장을 지냈다.
정 전 주중대사는 윤 전 대통령과 충암고 동기동창이다.

조현 외교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일정이 잡히지 않은 상황에서 대사 이임 작업이 신속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처럼 인수위원회 없이 출범한 문재인정부 때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임명되자마자 모든 재외공관장에게 일괄 사표를 제출하게 했다.
계엄에 이어 탄핵으로 물러난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한 공관장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인식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이재명정부의 새 공관장 교체 작업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새 대사 부임을 위해선 인사 검증에 더해 아그레망(주재국 동의) 절차도 거쳐야 해 시일이 다소 소요되는 관계로 공관은 당분간 대사대리 체제로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
김병관 기자 gwan2@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