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추락한 해군 해상초계기(P-3CK)가 사고 1분 전까지 관제탑과의 교신에서 별다른 이상 징후가 나타내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해군은 사고기의 음성기록저장장치를 회수해 본격적인 사고 조사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30일 해군에 따르면 사고기는 사고 당시 포항기지에서 조종사 기량 향상을 위한 이착륙훈련(Touch and Go·활주로 접촉 후 재상승)을 실시했다.
이는 포항기지를 이륙 후 선회해 활주로 접촉 후 재상승을 반복하는 절차로 이뤄진다.
사고기는 당일 총 3회의 훈련을 계획했으며, 오후 1시43분에 이륙해 1차 훈련을 마치고 2차 훈련을 위해 이륙한 후 우선회 하던 중 1시49분께 인근 야산에 추락했다.
사고기의 훈련비행경로는 평소와 같았고, 포항기지의 기상 상태도 양호했다.
이 사고로 정조종사인 고(故) 박진우 소령, 부조종사 고 이태훈 대위, 전술사 고 윤동규 중사, 전술사 고 강신원 중사 등 4명이 숨졌다.
정 조종사인 고 박 소령은 1700여시간, 부조종사인 고 이 대위는 900여시간의 비행 경력을 갖고 있었다.
이들은 각기 약 5년, 약 3개월간 포항기지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기도 하다.
사고기엔 낙하산 15개가 탑재돼 있었지만, 탑승자들 모두 탈출하지 못했다.
해군 관계자는 "(사고 당시) 탈출하기 어려웠던 상황이 아닌가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해군에 따르면 사고기와 관제탑의 마지막 교신은 사고가 발생하기 1분 전인 1시48분이었다.
당시 교신 내용에선 비상 상황과 관련한 내용은 없었다.
해군 관계자는 "1차 훈련 이후 2차 훈련을 위해 이륙해 우선회 비행을 들어가면서 관제탑과 '장주(비행)에 들어가겠다'라고 교신한 뒤 추락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군은 사고 직후 참모차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사고조사본부를 구성해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다.
마지막 교신 과정에서도 비상 상황과 관련한 별다른 내용이 없었던 만큼, 조류 충돌 가능성과 기상 급변 및 난기류 등 외력에 의한 추락 등 여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해군은 이날 사고기의 음성기록장치(CVR)를 회수했다.
통상 비행기록저장장치는 비행자료기록장치(FDR)과 음성기록장치(CVR)로 구성돼 있는데, 사고기엔 CVR만 탑재된 것으로 전해졌다.
해군 측은 관제탑과 마지막 교신을 한 1시48분 부터 추락까지 약 1분간의 기내 통화 내용이 CVR에 저장돼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조사를 진행 중이다.
조영성 해군 사고조사본부 사고조사반장(준장)은 "정확한 사고원인은 관제탑에 저장된 항적 자료와 사고기의 음성녹음저장장치 회수 시 녹음된 내용, 기체 잔해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확인할 것"이라고 전했다.
사고기인 P-3CK는 1966년 미국 록히드마틴이 생산한 기체로, 2007년 한국항공우주(KAI)에 인도돼 보강 및 성능개량 작업을 거쳐 2010년 도입했다.
기령은 60년에 달하지만, 보강과 성능개량을 거쳐 운용 연한은 2030년, 비행시간은 1만5000시간까지로 보장된 상태였다는 게 해군 설명이다.
또 사고기의 마지막 기체 창정비는 2021년으로, 주기 도래(4.5년)에 따라 올 연말께 창정비가 계획된 상황이었다.
지난 2월, 4월엔 야전 정비와 부대 정비도 마쳤다.
해군 관계자는 "창정비 외에도 평상시 주기검사 등을 진행하는데 연초부터 고장 상황을 봤을 때 중대한 결함은 없었다"면서 "작은 결함들은 모두 해소된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한편 해군은 이날 오전 해군본부 보통전공사상 심사위원회를 열어 사고자들에 대해 순직으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해군은 국방부로 일계급 추서 진급을 건의할 예정이다.
아울러 해군은 희생자들의 장례를 유가족과의 협의에 따라 해군장으로 엄수할 예정이다.
이날 오후 1시부터 해군항공사령부 체육관에 합동분향소를 마련하며, 영결식은 오는 6월1일 해군항공사령부에서, 봉안식은 국립대전현충원에서 거행한다.
해군 측은 "다시 한번 불의의 사고로 순직한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 여러분께 깊은 애도를 표한다"면서 "해군은 이번 사고원인을 철저히 조사해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재발 방지대책을 수립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