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대선] 선거 막판 최대 변수 '이준석 발언'…김문수에 도움?더팩트 기사제공: 2025-05-30 00:06:05

보수 진영 단일화가 끝내 무산됐지만 비슷한 효과를 낼 만한 변수가 대선 레이스 막판 떠올랐다. /안산=박헌우 기자

[더팩트ㅣ국회=김수민 기자] 보수 진영 단일화가 끝내 무산됐지만 비슷한 효과를 낼 만한 변수가 대선 레이스 막판 떠올랐다. 국민의힘은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의 '여성 신체 관련 발언' 논란으로 이탈 표를 흡수하는 '반사이익'을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이탈 표 중 일부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29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단일화 무산을 인정하면서도 '유권자 선택에 따른 단일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준석을 찍으면 사표(死票)가 된다'는 심리로 인해 유권자 스스로 김문수 후보를 선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완주를 선택한 이준석 후보의 뜻을 존중한다"면서도 "이준석 후보의 가치와 노선은 김 후보와 거의 일치한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준석 후보 지지자를 향해 "김 후보의 공약에 포함되지 않은 이준석 후보의 정책 공약 중 우리가 받아들일 수 있는 공약은 최대한 수용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겠다"고 어필했다.

권 원내대표는 '지금은 김문수, 미래는 이준석'이라는 구호도 꺼내 들었다. 그는 "이번에 기호 2번 김문수를 대통령으로 반드는 게 이준석 후보 미래의 길을 만드는 것"이라며 "이재명 정부에서 이준석 후보의 가치와 노선이 수용될 수 없다는 것은 여러분이 더 잘 아실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준석 후보를 향했던 표심이 이재명 후보로 이동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국민의힘은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의 '여성 신체 관련 발언' 논란으로 이탈한 표를 흡수하는 '반사이익'을 기대하고 있다. /국회=박헌우 기자

국민의힘은 이 후보의 발언을 둘러싼 공방에 참전했다. 권 원내대표는 "민주당과 좌파 세력은 이준석 후보에게만 혐오의 낙인을 찍어내고 있다"라며 "문제의 발언을 인용한 이준석 후보가 언어 폭력과 여성 혐오를 자행했다면 그 발언을 실제로 했던 이재명 후보의 아들은 혐오와 폭력의 당사자 아닌가"라고 직격했다.

이재명 후보 아들 관련 의혹 '이재명 가족 비리 진상조사단'도 구성했다. 장동혁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상황실장은 같은 날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현안 관련 브리핑을 열고 "어제 공소장이 SNS를 통해 공개되면서 이재명 후보 아들의 성적 혐오 발언이 사실로 확인됐다. 억대 불법 사이버 도박을 한 사실도 드러났다"라며 "공적 지위에 있는 공직자에 대한 검증은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당 선대위 여성본부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여성 비하 발언으로 벌금형을 받은 아들의 행위를 여전히 개인적 일탈로 치부하고 침묵하겠는가.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이 이 정도 사안조차 책임지지 못한다면 무슨 자격으로 국민을 대표하겠다는 것인가"라며 이 후보의 사퇴를 촉구했다.

국민의힘 입장에선 이준석 후보의 발언으로부터 시작된 이번 논란이 나쁘지만은 않다. 이준석·이재명 후보 둘 모두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잘하면 양쪽 연성 지지자들을 끌어올 수 있는 기회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도 김 후보에게는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반대로 이준석 후보 지지층이 이재명 후보에게로 이동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최창렬 용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김 후보가 계엄에 대해 여전히 어중간한 태도를 취하고 있는 상황에서 범보수 진영에 대한 혐오감으로 확산된다면 '이럴 바에 차라리 이재명이 낫다'가 될 수도 있다"고 봤다.

김 후보가 '이준석 후보의 표를 얼마나 흡수할 수 있느냐'는 극우와의 선 긋기 여부에 달렸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김상일 정치평론가는 "김 후보 대신 이준석 후보를 뽑는 지지층들은 법치와 헌정질서, 안정성 등 보수 가치를 중요시하는 사람들"이라며 "윤석열 정부가 훼손한 보수의 가치에 대한 반성을 내놓지 않은 상태에서는 표심이 김 후보에게 이동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sum@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