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단장한 서울역… 쇼핑·외식 ‘핫플’로 뜨다세계일보 기사제공: 2025-08-04 06:00:00

교통 중심지서 복합문화공간 변신
한화커넥트, 역사 내 상업시설 리뉴얼
블루보틀·스타벅스 등 유명카페 16곳
음식점 22곳 입점… 쇼핑성지 다이소도
외국인 관광객도 “한국 오면 필수코스”
실적 개선 시너지… 식음료 매출 131% ↑

지난달 31일 서울 중구 서울역사에는 여름철 휴가를 떠나는 여행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여행객 3명 중 1명은 외국인 관광객으로 보일 만큼 서울역 이용객도 다양해진 모습이었다.
관광객들은 서울역에 있는 마트, 아웃렛 등에서 산 물건들을 한 아름씩 들고 있었고, 음식점, 카페를 비롯한 식음료(F&B) 매장 앞에는 줄이 길게 늘어섰다.

일본인 모리 가나에(29)는 “한국에 자주 오는 편인데 올 때마다 부산이나 다른 도시 여행하려고 서울역을 이용한다”며 “음식점도 많고 쇼핑, 구경거리도 꽤 많아서 재밌다”고 말했다.
주로 귀성길에 서울역에 온다고 한 김모(74)씨는 “예전엔 상상도 못 할 만큼 서울역에 외국인들이 많다”며 “관광객들이 흥미로워할 곳들이 더 있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커넥트 플레이스 서울역점. 한화커넥트 제공

과거 명절을 앞두고 귀성객들로 붐비던 서울역이 서울의 교통 중심지에서 일상과 여행, 문화와 트렌드가 연결된 복합문화공간으로 바뀌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대형마트와 아웃렛, 음식점 등이 있는 서울역 통합민자역사는 2003년 말 완공된 뒤 서울 지하철 1·4호선과 공항철도, GTX-A가 연결되는 교통 중심지 역할을 하고 있다.
2023년 기준 서울역 지하철 이용객을 포함해 하루 평균 60만명이 서울역사를 오간다.

◆“외국인 필수 코스됐다”

서울역사를 운영하는 한화커넥트는 기존 역사 내 상업시설을 차례로 리뉴얼하면서 차별화된 공간으로 바꿔왔다.
서울역 사업장은 6만3838㎡(약 1만9311평) 규모로, 여기엔 롯데 아울렛·마트, 식음료 매장 등이 입점해 있다.
한화커넥트는 2022년 말 신규 브랜드 아이덴티티(BI) ‘커넥트 플레이스’를 새로 만들어 서울역을 복합문화플랫폼으로 탈바꿈하는 중이다.
교통 중심지 역할을 확장해 여가와 쇼핑, 예술 작품 전시·음악회 개최 등 문화 공간이 어우러진 복합문화공간으로 입지를 공고히 할 계획이다.
지난달 기준 블루보틀과 스타벅스, 벤슨 등 국내외 유명 디저트·카페 16곳이 입점했고, 음식점은 22곳, 총 50곳이 커넥트 플레이스 서울역에서 운영 중이다.
내외국인 쇼핑 ‘성지’로 거듭난 다이소와 올리브영도 들어와 있다.

서울역의 이용객들과 이용 목적이 과거와는 달라지는 추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끝나고 세계적인 한류 열풍과 맞물려 외국인 관광객이 급증했다.
단체 관광을 오던 중국 등 아시아 관광객들의 여행 스타일이 개인 단위 자유여행으로 바뀌면서 철도 이용도 늘었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에스알(SR)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에서 고속·일반철도를 이용한 외국인은 284만1504명에 달한다.
지난해(250만8000명)보다 13.3%, 2023년(143만명)보다 98.8% 증가했다.
1∼5월 방한 관광객 628만4000명 중 외국인 철도 이용객은 232만2000명으로 방한 외국인 3명 중 1명은 열차를 탄 셈이다.

서울역 열차를 운행하는 코레일 승객이 많았던 것으로 분석됐다.
코레일의 외국인 승객은 지난해 상반기 전년 대비 137만명, 올해는 33만명 늘어나며 증가세가 가파르다.

이에 서울역사 내 매장 이용객 비중도 바뀌고 있다.
롯데마트 제타플러스 서울역점 외국인 매출 비율은 지난해 약 40%로 전년(35%)보다 5%포인트가량 증가했다.
롯데마트는 서울역과 인천의 영종도점, 부산 광복점 등 10여곳을 외국인 특화 매장으로 운영 중이다.
외국인 매출 비율 2, 3위인 영종도점과 광복점 외국인 매출 비율이 각각 10%인 것을 고려하면 서울역점의 외국인 매출 비율은 독보적인 셈이다.

내국인의 경우에도 세종시 등 수도권 밖 출퇴근이 늘어난 데다 교통·상권 중심지 역할이 강화돼 서울역 이용이 늘어나고 있다.
고가도로를 보행로로 바꾼 서울로7017이 2017년 문을 연 뒤 관광 명소 남대문과,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만리재길까지 연결돼 산책로로도 인기가 많다고 한다.
◆쇼핑·문화 공간을 한곳에

한화커넥트는 이런 추세를 반영해 2022년부터 서울역사를 차례로 리뉴얼하고 있다.
2022년엔 비즈니스 고객을 위해 4층 스테이션존을 재단장했다.
‘한와담 스테이션’, ‘도원스타일’ 등 고급 식음료 매장을 늘렸고 개방형 구조의 갤러리도 같이 개관했다.
지난해부터는 아트커머스 플랫폼 아트태그와 같이 전시를 진행하고 있다.
2023년엔 KTX 대합실과 연결된 3층 스테이션존을 전격 리뉴얼했다.
유명 맛집과 카페를 한데 모은 ‘커넥트테라스’를 그해 11월 선보였고, 최신형 의류관리기 설치, 캐리어 보관 공간 등 편의시설도 확충했다.
지난해엔 글로벌 콘셉트를 반영해 마켓존 상품기획(MD) 개편 등으로 공간 경쟁력을 높였다.
글로벌 프랜차이즈 ‘파이브가이즈’를 당시 국내 최대 규모로 들여왔고, 일식, 멕시칸 요리 전문점 등으로 공간을 꾸렸다.

올해는 KTX 탑승구와 연결된 2층을 새로 단장하고 있다.
이용객이 많아 구역별로 바꿀 계획이다.
문화 프로그램도 다양하게 운영하고 있다.
서울역점 스테이션존과 마켓존을 연결하는 외부 통로 ‘더 데크’와 더 누크·더 월·옥상정원 등 공간을 활용해 유명 작가 작품을 전시하는 ‘커넥트 갤러리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4월에는 서울을 상징하는 캐릭터 해치의 새 디자인 ‘빼꼼해치’와 해치 전시를 열기도 했다.
무료 음악 콘서트, 웰니스 페스티벌 등 국적을 불문하고 모두가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기획·운영한다.

서울역사 대규모 리뉴얼은 실적 개선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커넥트 플레이스 서울역점 식음료 매출은 전년보다 131% 성장했다.
한화커넥트 관계자는 “올해도 커넥트 플레이스 서울역점 2층 리뉴얼과 문화예술 공연 확대를 통해 서울 대표 복합문화공간으로서의 이미지를 공고히 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정한 기자 ha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