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은 1·2위, 투자의견은 '동결'…한투·미래의 장외 신경전더팩트 기사제공: 2025-08-11 13:12:01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은 올해 상반기 실적발표에서 당기순이익이 나란히 전년 동기 대비 크게 상승했다. /더팩트 DB

[더팩트｜이한림 기자] 국내 증권업계 '투톱'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이 올해 상반기에도 '역대급' 실적을 이어갔다. 증시 호황과 국내외 투자 호재 등에 따라 실적이 크게 개선된 결과다. 다만 서로를 향한 신경전은 실적 발표 후에도 펼쳐져 눈길을 끈다. 과거에도 양사가 양사를 평가한 리포트에서 적극적인 매수를 내놓지 않은 만큼 이번에도 장외전으로 이어진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7일 '대규모 평가익으로 서프라이즈'라는 제목의 한국금융지주에 대한 리포트를 발간하고 투자의견 '중립'과 목표주가 14만5000원을 유지했다. 증권사 리포트는 상장사만 평가할 수 있기 때문에 비상장사인 한국투자증권을 평가할 때 모회사이자 코스피 상장사인 한국금융지주가 평가 대상이 된다.

우선 미래에셋증권은 한국금융지주의 올해 상반기 실적에 대해 호평을 내렸다. 무엇보다 한국투자증권이 상반기에만 1조252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이는 국내 모든 증권사 상반기 성적 중 압도적으로 1위를 기록한 수치다.

그러나 미래에셋증권은 한국금융지주가 주주환원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 것이나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계획을 공개하지 않는 점 등에 대해서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밀었다. 대규모 수익을 냈는데도 배당 성향이나 배당 수익률이 과거에 비해 전혀 개선되지 않고 경쟁사 대비로도 낮을 것으로 전망한 것이 '매수' 리포트를 내놓지 못한 배경인 셈이다.

정태준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한국금융지주의 지배주주 순이익이 당사 추정치 3358억원과 컨센서스 3754억원을 크게 상회했다"면서도 "한국금융지주는 실적발표 자료나 기업가치 제고 계획 등에서 주주환원 정책에 대해 제시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올해 배당 성향은 기존과 마찬가지로 20% 수준에 머무를 것이다. 이 경우 올해 예상 배당 수익률은 4.6%로, 대규모 이익 증가에도 불구하고 경쟁사 대비 낮은 수준이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한국투자증권이 미래에셋증권을 바라보는 시각도 이유는 다르지만 유사했다. 한국투자증권은 8일 미래에셋증권에 대한 투자의견 '중립'을 제시한 리포트를 발간하면서도 목표주가는 제시 하지도 않았다. 이날은 미래에셋증권이 전년 동기 대비 80% 넘게 오른 상반기 6641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한 날이다.

증권사 리포트는 회사의 공식 입장이 아닌 애널리스트 개인의 분석 자료지만, 투자자들이 매수와 매도를 고민할 때 판단하는 기준으로 활용돼 파장이 큰 경우도 존재한다. /더팩트 DB

한국투자증권이 주목한 미래에셋증권의 키워드는 기업 가치 평가지표인 멀티플이다. 상반기 견조한 트레이딩 손익을 통해 호실적을 기록하고 투자 목적 자산의 수익성이 개선됐고 자사주 정책에 대한 기대감도 있으나, 자기자본이익률(ROE) 개선과 자본을 활용한 비즈니스나 합병 자사주의 특성을 고려해 투자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백두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투자목적자산 수익성 개선과 예탁자산 증가로 수익성 개선이 진행 중"이라면서도 "PBR(주가순자산비율) 기준 추가 리레이팅(재평가)을 위해서는 ROE(자기자본이익률) 추가 개선이 필요하다. 자사주 관련 정책 기대감이 존재하면서도 자본 활용 비즈니스의 중요성이나 합병 자사주 특성을 고려할 필요. 이 경우 자원 배분의 효율성 관점에서 다양한 시나리오 제기가 가능하며, 이는 멀티플 디스카운트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분석했다.

양사의 투자의견을 통한 장외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각 사가 리포트를 내 놓은지 정확히 한 달 전인 지난달 7일 미래에셋증권이 '주주환원 계획 없이는 추가 상승 난망'이라는 제목의 한국투자증권 리포트를 발간하면서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내렸고, 다음날 한국투자증권도 미래에셋증권에 대한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낮췄기 때문이다.

증권사 리포트는 회사의 공식적인 발언이나 입장이 아닌 애널리스트 개인의 시각이 담긴 분석 자료다. 다만 리포트는 투자자가 매수와 매도를 고민할 때 판단하는 기준으로 활용되고, 특히 투자의견이나 목표주가 조정이 담긴 리포트는 주가에 단기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파장이 만만치 않은 경우도 발생해 주의가 요구된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애초 증권가 실적 전망이 밝았기 때문에 코스피가 최근 고공행진을 이어갈 때 미래에셋증권 등 증권주가 급등하는 등 주가에 선반영되는 시기가 빨랐다는 해석도 있다. 실적 발표 후에도 추가 상승 여력이 부족하다면 투자의견 등을 조정하기 쉽지 않다"면서도 "양사가 서로 투자의견을 내린 지 정확히 한 달 만에 발간한 리포트에도 투자의견이나 목표주가를 조정하지 않았다. 더군다나 두 증권사 외에 양사를 대상으로 한 다른 증권사 리포트에서는 투자의견을 내린 곳이 없어서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2kuns@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