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화 시대 폭발적 성장…위로·응원 마케팅으로 공감대 자극
1963년 출시된 '국민 피로회복제' 박카스…'얼박사'로 젊은층 겨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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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카스 광고. /동아제약 |
아플 땐 약을 먹고, 건강을 챙기기 위해서는 영양제를 먹습니다. 이제는 약국뿐만 아니라 편의점이나 온라인 등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이렇듯 우리에겐 익숙한 약과 영양제들은 각자의 역사와 속사정을 갖고 있습니다. 이 코너는 유명한 약·영양제의 개발과정이나 히스토리를 조명합니다. <편집자주>
[더팩트ㅣ조성은 기자] 편의점 얼음컵에 국민 피로회복제 '박카스'와 사이다를 섞은 '얼박사'가 여름철 피로회복 트렌드로 떠올랐다. 누가 언제 어떻게 만들었는지 모르지만 찜질방에서 땀을 흠뻑 뺀 뒤 기력 보충을 위해 먹기 시작했다는 '썰'이 있다. 그러다 대학생들의 시험기간 '밤샘 포션'으로 인기를 끌었고 최근에는 동아제약이 GS25와 협력해 완제품 형태로 출시하기 이르렀다.
박카스는 명실상부한 한국인의 대표 피로회복제다. 국내 자양강장제 시장을 개척한 최초의 음료형 피로회복제로, 역사는 60년이 넘는다. 특히 공격적이고 트렌디한 마케팅으로 유명했다. 지금도 회자되는 "피로회복엔 박카스", "기운내세요, 박카스가 있잖아요", "당신의 하루 끝에, 박카스", "할 수 있다는 자신감, 피로엔 박카스" 등은 국내 마케팅 역사에서도 가장 성공적인 브랜드 구축 사례로 평가받는다. 판매 홍보원이 직접 거리에 나서서 판촉활동을 하는 홍보 방식도 '박카스 아가씨'가 최초였다.
박카스는 1960년대 초, 고 강신호 전 동아쏘시오그룹 회장이 만들었다. 강 전 회장은 동아제약 창업주 고 강중희 전 회장의 아들로,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독일 유학을 마친 뒤 1959년 동아제약에 합류했다. '박카스'라는 이름도 강 전 회장이 지은 것으로 유명한데 로마 신화 속 술과 축제의 신 '바쿠스'에서 따왔다.
당시 한국은 전후 영양 결핍 상태인 사람들이 많았고 장시간 중노동과 불규칙한 식사가 일반적이었다. 강 전 회장은 한국인의 체질과 식생활에 맞는 피로회복제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박카스 개발을 주도했다고 알려졌다. 박카스가 등장하기 전까지 피로 회복을 위한 약을 주사제나 알약 형태였다. 박카스도 1961년 처음 출시될 때는 정제 형태였으며 음료 형태로는 1963년 출시됐다. 동아제약은 1963년을 박카스의 원년으로 삼고 있다.
일설에 의하면 강 전 회장이 일본 출장 중 접한 다이쇼제약의 '리보비탄D'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하나 확인되지는 않았다. 다만 박카스는 출시 초부터 리보비탄D와 비교되곤 했다. 주성분도 피로물질 제거와 간 기능 개선에 효과가 있는 타우린에 비타민 B1·B2·B6을 첨가한 형태다. 리보비탄D가 타우린 1000mg를 함유한 반면 박카스는 2000mg으로 함량이 높다. 맛도 리보비탄D보다 단맛이 덜하고 약맛이 난다.
박카스는 출시 직후부터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산업화가 본격화되던 1960~1970년대와 맞물려 과로에 지친 노동자, 수험생 등이 주요 소비층이 됐다. 1971년 리뉴얼을 거쳐 '박카스-D'로 새롭게 출시되며 유리병 포장과 자판기 유통이 확대됐다. 박카스가 사회적 상징이자 생활문화의 일부로 자리잡은 시기이기도 하다.
박카스의 성공은 국내 자양강장제 시장을 급격히 성장시켰다. 출시 1년 만인 1964년 670만병을 판매했으며 1968년 7006만병으로 늘어나는 등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했다. 1980~90년대에는 경쟁사들이 앞다퉈 음료형 제품을 출시했다. 2024년 기준 국내 자양강장제 시장은 약 4000억원 규모로, 이중 절반은 박카스 계열이다. 출시 60주년을 맞은 2023년에는 누적 판매량 233억병을 넘어섰다. 현재 박카스 더블, 무설탕 박카스, 디카페 등에 이어 박카스 젤리 등 제품군을 다변화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명예교수는 "박카스는 장수상품이면서도 지루해지거나 올드해지지 않는 다양한 시도를 거듭해왔다. 특히 직장인, 학생 등의 삶에 공감대를 형성하는 마케팅이 성공적이었다"며 "젊은 세대에 유행한 '얼박사'를 빨리 캐치해 새로운 상품으로 만들었다는 점도 감각적"이라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