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통상, 오는 26일 한국거래소 상장폐지 신청 계획
자진상폐 앞두고 오너일가 편법증여, 배임 등 경찰 전방위 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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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성통상이 8월 자진상폐를 앞둔 가운데 경찰이 오너 일가의 편법증여 등에 대한 수사에 나서면서 업계 이목이 쏠린다. 오른쪽 위는 염태순 신성통상 회장. /우지수 기자 |
[더팩트 | 문은혜 기자] 경찰이 패션 브랜드 '탑텐', '지오지아' 등을 운영하는 신성통상에 대한 수사에 나서면서 업계 이목이 쏠리고 있다. 오너 일가의 편법 증여, 배임 등과 관련해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달 자진 상장폐지에 나서려던 신성통상의 계획에 변수가 될지 주목된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서울지방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최근 서울 강동구 신성통상 본사를 압수수색하고 △염태순 회장 일가의 배임·횡령 혐의 △편법 증여 및 불공정 거래 여부 △상장폐지 과정에서의 소액주주 권익 침해 등에 대해 집중 조사 중이다.
경찰은 특히 신성통상 창업주인 염태순 회장이 지난 2021년과 2024년 두 차례에 걸쳐 딸들에게 지분을 증여하는 과정에서 편법은 없었는지 들여다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내용은 지난해 국정감사 당시 제기된 의혹 중 하나다. 당시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염 회장이 주식 내부거래를 통해 딸들에게 회사 지분을 편법 증여하고 이 과정에서 주식 불공정거래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염 회장은 지난 2021년 6월 세 딸인 혜영·혜근·혜민 씨에게 신성통상 지분을 각각 4%(574만여 주)씩 증여했다. 당시 주가 2645원을 기준으로 1인당 증여액은 약 152억원 수준이었다.
문제는 3개월 뒤인 2021년 9월 세 자매가 신성통상 최대주주인 가나안에 주식을 팔면서 벌어졌다. 가나안이 이들로부터 주당 4920원에 각각 100만 주씩 매입했고 이로 인해 세 자매는 약 22억원의 시세 차익을 얻었다.
이에 대해 오 의원은 "염 회장이 세 딸에게 개인주식을 증여할 2021년 6월 당시 신성통상의 2021년 실적이 과거에 비해 크게 개선되었다는 점을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주가가 더 오르기 전 주식을 증여하고 주가가 오른 뒤에는 가족기업인 가나안을 통해 세 딸 주식 일부를 매입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현금증여를 한 셈"이라며 "가나안은 당시 장중 최고가보다 높은 가격에 세 딸의 보유 주식을 매입해 업무상 배임에도 해당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2021년 뿐만 아니라 지난 2024년 2월에도 염 회장은 세 딸에게 2%씩 추가 증여에 나섰다. 증여 가격은 1주당 1906원으로 해당 주가는 1년 새 최저 수준이었다. 이후 신성통상은 자진 상장폐지를 위해 총 2차례 공개매수에 나섰는데 지난 2024년 6월 1차에서는 주당 2300원에, 올해 7월 2차에서는 4100원에 주식을 사들였다.
경찰이 편법 증여, 배임 등을 의심하며 조사에 나선 가운데 업계에서는 이번 조사가 신성통상의 상장폐지 계획에도 영향을 줄지 주시하고 있다.
지난해와 올해 총 2차례 공개매수 등을 통해 자진 상장폐지 요건인 최대주주 지분율 95%를 넘긴 신성통상은 오는 26일 한국거래소에 상장폐지를 신청한다는 계획이다. 경찰 조사가 이뤄지고 있는 와중에도 신성통상은 "소수주주가 남아 있는 경우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자(가나안 외)는 정리매매기간 및 상장폐지 후 일정기간(6개월 예상)동안 매도하고자 하는 소수주주들로부터 2025년 7월 9일 완료한 공개매수 가격(주당 4100원)에 그 주식을 매입할 계획"이라고 지난 1일 공시했다.
신성통상은 증여 문제 뿐만 아니라 지난 2012년부터 10년 넘게 무배당 기조를 유지하면서 3000억원대의 이익잉여금을 쌓아두기만 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특히 비상장사이자 가족회사인 가나안과 에이션패션이 배당성향 49%에 달하는 대규모 배당을 단행한 것과 비교되면서 오너 일가만 막대한 이익을 챙긴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런 가운데 신성통상이 이달 상폐에 나설 경우 10년 넘게 배당을 하지 않으며 쌓아둔 3000억원대 현금을 어떻게 처리할지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때문에 자진상폐를 코 앞에 두고 진행된 이번 경찰조사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는 상황이다.
다만 신성통상 측은 이번 경찰 조사에 대해 "2021년 9월 관계사 가나안이 신성통상의 주식을 매입한 거래의 적정성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 거래는 법인세법상 최대주주 간 거래 시 20%의 할증을 적용토록 규정된 법령에 따른 가격"이라며 거래의 적법성을 주장하고 있다.
이어 "현재 수사 기관의 요청에 성실히 협조하고 있으며, 관련 자료를 투명하게 제출해 왔다"며 "향후에도 조사가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