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민 사장, 올해 두 차례 공식 사과
사고 발생 때마다 늑장 대응·보여주기식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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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현장에서 올해 네 건의 사망사고가 발생했으나, 미흡한 사과와 대처로 비판을 받고 있다. 사진은 지난 4월 11일 붕괴사고가 발생한 신안산성 지하터널 공사현장이다. /장윤석 기자 |
[더팩트 | 공미나 기자]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현장에서 올해에만 네 명의 근로자가 목숨을 잃었다. 이에 포스코이앤씨는 3개월 간격으로 두 차례나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으나 사과의 진정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오후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 관련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인천 송도 본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고 발생 하루가 지난 뒤이자 이재명 대통령의 강한 질타를 받고서야 뒤늦게 열린 기자회견이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국무회의에서 포스코이앤씨의 사고를 언급하며 "같은 방식으로 반복되는 사망 사고는 사실상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라며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 대통령의 질타 이후 7시간 만에 부랴부랴 열린 기자회견은 사고 브리핑도 없이 약 10분 만에 끝났다. 특히 정희민 사장은 기자회견 전 미리 배포한 사과문을 읽고 약 3분 만에 무대에서 내려왔다. 이후 김현출 CSO(최고안전책임자)가 마이크를 잡고 취재진의 질의응답에 답했다.
김 CSO는 사고 원인과 안전 대책을 묻자 "외부 안전 전문가와 안전 기관을 총망라해 안전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빠른 시일 내에 회사 안전에 어떠한 문제가 있는지 찾아 신속히 개선하겠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건을 계기로 본사 임원들이 전체 현장에 나가 안전 점검을 실시하고 있다"며 원론적인 답변만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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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희민 포스코이앤씨 사장은 지난달 29일 이재명 대통령의 질타를 받고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현장 사망사고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공식 사과했다. /뉴시스 |
이번 대응은 지난 4월 신안산선 붕괴사고 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당시 포스코이앤씨는 사고 발생 닷새만에야 공식 사과문을 내놓았고, "금번 사고에 책임감을 갖고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 "관계 기관과 긴밀히 협력해 신속하게 사고 원인이 규명되고 조속히 정상화될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총동원하겠다" "철저한 재발 방지 대책 마련과 함께 현장의 안전관리 체계를 더욱 강화해 나가겠다" 등 추상적인 표현들로 채워 비판을 받았다.
특히 사고 발생 한 달이 지난 뒤에도 대책 마련과 피해 주민 보상 등이 명확히 이뤄지지 않자 광명시, 국회의원, 사회단체가 포스코이앤씨에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후에도 포스코이앤씨는 실질적인 수습보다 수주 활동에 집중하는 듯한 행보를 보이며 거듭 도마 위에 올랐다. 당시 정 사장은 유족과 인근지역 피해주민 등과 협의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 속 용산정비창 전면1구역 홍보관을 개관한 다음 날 현장으로 달려가 적극적으로 홍보에 나섰다. 사고로 인한 부정적 여론을 극복하지 못한 포스코이앤씨는 결국 경쟁사에게 시공권을 내어줬다. 신안산선 피해 관련 피해 보상은 여전히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다. 포스코이앤씨 관계자는 "사고 보상 관련 지속적으로 협의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사고 이후 발표한 사과문에서는 "안전이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는 무기한 작업을 중지했다"는 내용 외에는 여전히 "사고의 정확한 원인 규명을 위해 관계기관에 적극 협조하고 있다" "유가족분들께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 등 비슷한 내용으로 채워졌다.
7개월 동안 네 차례의 사망사고가 발생한 것은 단순히 우연이 아니다. 반복되는 사고와 형식적인 사과, 늑장 대응은 포스코이앤씨의 전사적 안전관리 시스템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음을 보여준다.
보여주기식 대응만으로는 다섯 번째 사망사고가 발생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실질적이고 지속 가능한 안전체계 구축, 사고 피해자에 대한 책임 있는 보상, 전사 차원의 문화 개선이 수반되지 않는다면 '중대재해 반복 기업'이라는 오명은 쉽게 지워지지 않을 것을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