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통에 3만원?’ 수박값 보고 돌아선 사람들, 여기 몰렸다세계일보 기사제공: 2025-07-31 05:00:00

과일값 고공행진 속 ‘소량·편의 소비’ 확산…1인 가구 중심으로 조각 과일 수요 급증해
기후 악재에 따른 가격 상승, 실용적 소비가 대세…유통업계, 소용량 제품 경쟁 본격화

올여름 이른 폭염과 잦은 폭우로 과일값이 급등하면서 1인 가구를 중심으로 손질된 조각 과일을 찾는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과일을 한 통 단위로 대량 구매하기 보다는 필요한 만큼만 간편하게 소비하려는 ‘소량 소비’ 트렌드가 뚜렷해지는 모습이다.

손질된 조각 과일을 찾는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게티이미지

조각 과일은 제철 과일을 미리 손질해 깍둑썰기나 슬라이스 형태로 소량 포장한 제품으로, 별도 손질 없이 바로 먹을 수 있어 자취생이나 직장인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가격 부담을 줄이면서도 신선함을 간편하게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가성비’, ‘편의성’을 모두 갖춘 실용적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과일값, 평년 대비 최대 27%↑

주요 과일 가격은 큰 폭으로 올랐다.
3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7월 현재 수박의 평균 소매가는 한 통당 2만9419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4%, 평년 대비로는 무려 26.9% 높은 수준이다.
이달 중순에는 3만1000원을 넘기며 3만원대를 유지했고, 7월부터 3만원대를 기록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기상 여건도 악재로 작용했다.
주요 산지의 일조량 부족과 고온 현상이 겹치며 수박 생육이 지연됐다.
폭염으로 시원한 과일 수요까지 급증하면서 가격 상승세를 부추겼다.

다른 과일 가격도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참외 10개 기준 평균 가격은 1만8394원으로 1년 전보다 약 17% 올랐다.
멜론은 한 통에 1만390원으로 20% 이상 상승했다.
복숭아(백도) 역시 10개에 1만9878원으로 전년 대비 약 15% 높은 수준을 유지 중이다.

수박과 멜론의 주요 산지에 집중호우로 인한 침수 피해까지 겹치며 당분간 과일값 강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게 유통업계의 전망이다.
여름철 제철 과일 수요가 더해지며 가격 상승 압력을 더욱 키우고 있다.

과일값이 고공행진을 이어가자 합리적인 소비를 지향하는 1~2인 가구를 중심으로 조각 과일이 새로운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대량 구매보다 필요한 만큼만 구매해 신선하게 소비하려는 소비 행태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조각 과일 시장도 이에 발맞춰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수박 소비가 집중되는 여름철에는 조각 수박의 매출 증가가 두드러진다.
유통업체들도 다양한 과일을 한 팩에 담은 믹스 과일, 1인 소비자를 겨냥한 소용량 패키지 등을 잇달아 선보이며 변화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전문가들 “소량·간편 소비, 구조적 전환 신호”

전문가들은 이 같은 소비 행태 변화가 단순한 가격 부담 회피 차원을 넘어 생활방식의 구조적 전환과 맞물려 있다고 분석한다.

1인 가구 증가와 맞물려 소용량·고편의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게티이미지

식품 트렌드 한 전문가는 “최근 과일값이 평년 대비 크게 오르면서 조각 과일 수요가 1인 가구를 중심으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며 “소량 소비, 간편함을 중시하는 실용적 라이프스타일이 반영된 결과”라고 진단했다.

이어 “대량 구매 후 손질하거나 보관하는 번거로움 없이 필요한 만큼만 신선하게 섭취하려는 흐름이 확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유통업계 전문가는 “과일값 급등은 단순한 공급 차질을 넘어 기후 위기가 소비 패턴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신호”라며 “조각 과일은 경제성과 편의성을 동시에 갖춘 대안으로, 유통업계의 제품 기획 방향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또 “조각 과일 소비 확대는 경기 침체 속에서 나타나는 가치 소비 트렌드의 일환”이라며 “같은 비용으로 더 높은 만족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은 적절한 양, 합리적인 가격, 즉시 소비 가능성을 중시하고 있다”며 “1인 가구 증가와 맞물려 신선식품 시장도 소용량·고편의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