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무구조도 도입 본격화에 '꼼수' 논란 점화
지난해 금융당국 '경영 유의' 조치…코리안리 "견제 장치 마련했다" 해명
 |
| 형제경영을 펼치고 있는 원종익 코리안리 회장과 원종규(왼쪽) 코리안리 사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책무구조도 도입 등으로 보험업계가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의 분리가 추진되는 가운데, 특수관계인인 형이 이사회 의장을, 동생이 대표이사를 하는 것이 사실상 법의 허점을 파고든 '꼼수'라는 지적이다. /코리안리 |
[더팩트 | 김태환 기자] 보험사들에게도 책무구조도 도입이 시작돼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의 분리가 본격화되는 가운데, 코리안리의 경우 형인 원종익 이사회 의장과 동생 원종규 대표이사 사장이 맡으며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사실상 분리 조치가 형식적일 뿐 실질적으로는 이사회의 독립성과 투명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당국의 이사회 견제 기능 제고 요구도 코리안리가 '모르쇠'로 일관하는 가운데, 형식만 강조한 책무구조도를 넘어서서 지배구조법 개정을 통한 강제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3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이달 3일부터 본격적으로 도입이 시작된 책무구조도를 통해 자산 총액 5조원 이상 보험사 30개사가 금융당국에 책무구조도 제출을 완료했다.
책무구조도는 임원별 책임과 역할을 문서로 작성한 것으로, 책무기술서(문장)와 책무체계도(도표)로 구성돼 있다. 지금까지는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가 겸임이 가능했지만, 책무구조도에서는 겸임하지 않는 것을 권고하고 있다.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가 같으면 이사회의 견제 기능이 제대로 이루어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코리안리의 책무구조도에서는 이사회 의장이 원종익 씨, 대표이사 사장은 원종규 씨로, 각각 다른사람으로 분리돼 있지만 형제지간이라 분리가 무의미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경영진을 감독해야 할 이사회의 의장이 사내이사이고 대표와 특수관계인이 되는 셈이다.
원종익 의장은 고(故) 원혁희 코리안리 회장의 큰 아들이자 원종규 대표의 형이다. 원 의장은 1981년 건설업체 대림산업에 입사해 부장으로 퇴직하고 곧바로 2010년 코리안리 상근 고문으로 합류했으며, 2021년 이사회 의장이 됐다. 이 때문에 보험 관련 전문성이 없는 사람이 이사회 의장 자리에 앉았다는 논란도 제기된다.
이사회 의장이 대표이사와 특수관계인일 경우 경영진 견제와 감시를 해야 하는 이사회가 일반주주보다 대주주에게 유리하게 의사결정을 하는 등의 문제가 생길수 있다.
실제 코리안리는 고배당 정책을 통해 오너 일가의 배당 이익을 강화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올해 1분기 코리안리의 주당 배당금은 515원, 배당성향은 30%이다.
코리안리의 경우 원혁희 코리안리 명예회장의 부인인 장인순 여사와 원종규 대표, 장남인 원종익 의장을 포함한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20.33% 수준이다. 높은 배당성향이 겉으로는 외부 주주 환원을 강조하는 듯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경영권 보호와 지배력 유지를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3월 18일 코리안리 정기검사 결과를 발표하고, 형제 경영에 대한 지배구조 형태를 '경영유의사항'으로 올렸다. 금감원은 코리안리가 이사회 의장 선임시 적격성 검증절차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코리안리는 2021년 보험업 및 경영경력이 없는 대표이사의 특수관계인을 회장(사내이사) 및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하면서, 그 선임 사유와 이사회의 책임과 역할을 고려한 적격성 여부 등에 대한 검증 절차가 미흡했다"고 짚었다.
코리안리 측은 이사회 선임에 대한 검증을 강화하고, 사외이사의 역할을 강화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코리안리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경영유의와 관련해서 이사회 의사 선임 적격성 검증 절차 강화하고, 사외이사들끼리의 회의인 '사외이사회'를 강화해 이사회 기능 제고를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법조계에서는 단순히 책임 소재를 가리기만 하는 책무구조도를 넘어서서 지배구조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법률자문사 아이앤아이리서치 이진수 대표는 "책무구조도는 단순히 '권고' 수준이기 때문에 사실상 실질적인 견제장치 마련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지배구조법을 개정해 특수관계인의 이사회 의장을 제한하거나 겸직을 금지하고, 이를 어길시에는 강제로 해임명령을 내릴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kimthin@tf.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