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대마진 경고 이어 28일 금융위·업권 간담회
'100조 국민펀드' 등 생산적 금융 로드맵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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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손쉬운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같은 이자 놀이 대신 투자 확대에 나서라"며 은행권을 정면 겨냥했다. 사진은 이재명 대통령이 17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제4차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대통령실 |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손쉬운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같은 이자 놀이 대신 투자 확대에 나서라"며 은행권을 정면 겨냥했다. 취임 후 첫 공개 질타에 금융위는 28일 업권별 협회장을 긴급 소집해 '생산적 금융' 방안을 논의했다. 정부가 구상 중인 100조원 규모 국민펀드 참여 압박 속 은행들의 대응 전략이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4일 이재명 대통령은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 모두발언에서 "국민경제 파이를 키우려면 금융기관도 건전한 투자에 나서야 한다"며 "주담대만 확대하는 '이자 놀이'에 매달릴 순 없다"고 밝혔다. 이같은 직접 비판은 취임 후 처음이다.
혁신 없이 이자 장사에만 의존해온 금융권에 직격탄을 날린 셈이다.
실제 4대 금융그룹(KB·신한·하나·우리)은 올해 상반기 10조3254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역대 최고 실적을 써냈다. 전년 동기 대비 10.5%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이자이익은 21조924억원으로 2818억원(1.4%) 늘었다.
특히 이자이익 확대에는 주담대의 역할이 컸다. 5대 은행의 주담대 잔액은 지난 24일 기준 602조4818억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24조183억원(4.2%) 증가했다.
이에 정부가 그리는 '투자 모델'은 100조원 규모의 국민펀드다. 대통령실과 기획재정부는 AI·바이오·에너지 등 첨단전략산업을 뒷받침할 100조원 규모 국민펀드를 설계 중이다. 50조원 모펀드를 산업은행이 조성하고, 은행·연기금·민간 자금을 매칭해 규모를 키우는 방식이 유력하다. 정확한 투자 구조와 인센티브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이 대통령의 이자장사 비판에 금융당국은 '생산적 금융 확대' 긴급 간담회를 열었다.
권대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이날 조용병 은행연합회장,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 김철주 생명보험협회장, 이병래 손해보험협회장, 오화경 저축은행중앙회장 등 협회장과 비공개 간담회를 열고 생산적 금융 확대를 위해 관련 규제를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권 부위원장은 "정부는 금융회사가 생산적 투자에 책임감 있게 적극적으로 나서는데 장애가 되는 법, 제도, 규제, 회계와 감독관행 등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해 과감하게 바꾸겠다"고 했다.
업권별로는 △은행의 예대마진과 부동산 중심 영업관행 탈피 △금투사의 모험자본 중심 기업금융 확대 △보험사의 생산적인 국내 장기투자 확대 △저축은행의 서민금융 역할 강화 등을 추진한다.
금융위는 금감원, 금융권, 시장참여자와 기업, 전문가 등과 현장과 수요자 중심의 TF를 구성해 생산적 금융으로의 전환을 위한 금융혁신 과제를 선정·추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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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행권은 기업대출을 늘리고 가계대출 관리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더팩트 DB |
은행권에서도 기업대출을 늘리고 가계대출 관리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우선 KB국민은행은 국가전략산업 분야에 자금 지원을 확대하기로 했다. 신한은행은 발전 가능성이 높은 우량 기업에 자금 공급을 확대한다. 하나은행은 올해 하반기 소호대출(소상공인 및 소규모 기업 대상 대출)과 기업대출 특판 한도를 증액하고 금리 혜택을 확대한다.
우리은행도 포용 금융의 일환으로 공급망금융 플랫폼인 '원비즈플라자' 가입 회원사를 올해 안에 10만곳까지 늘릴 예정이다. NH농협은행은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신용보증재단,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등과 총 4조5000억원 규모의 금융 지원에 나선다.
이정빈 신한은행 CFO는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하반기 기업대출 자산 성장을 적극 추진하겠다"며 가계대출 증가율을 낮추겠다고 밝혔다.
이종민 KB국민은행 CFO도 실적 콘퍼런스콜을 통해 "하반기에는 수익성과 건전성 감안한 '우량자산 중심'의 성장을 추구할 것"이라며 "특히 기업대출 부분은 리스크 관리를 우선 고려해 우량 자산 위주의 성장 기조를 유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에선 이르면 8월 말 위험가중자산(RWA) 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한다. 주담대 위험가중치는 현행보다 상향하고, 기업대출 위험가중치는 낮추기로 했다. 이를 통해 금융 공급을 부동산에서 첨단산업 분야로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현행 규정은 기업대출보다 주담대에 유리한 구조다. 주담대의 평균 위험가중치는 18.9%지만 기업대출의 평균 위험가중치는 57.9%에 달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자 수익 의존 구조를 바꾸라는 신호가 명확해졌다"며 "투자 확대 압박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가 요구해 온 RWA·세제 인센티브가 얼마나 반영되는지가 은행 투자 속도를 가를 변수라는 해석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규제 유연화와 인센티브 없이 기업·벤처 대출을 공격적으로 늘리면 자본비율 관리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주주환원 가치와 생산적 금융 확대를 함께 이루려면 주담대 위험가중치 상향, 기업·벤처투자 가중치 인하 같은 제도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금리 인하 사이클과 대내외 불확실성으로 상반기가 실적 피크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하반기부터는 비(非)이자 수익 다변화를 일찌감치 추진한 금융사와 그렇지 못한 곳의 격차가 뚜렷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