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쯤 결론?' 갈팡질팡 금융당국 조직개편, 업계는 혼란더팩트 기사제공: 2025-07-24 11:36:01

정부가 추진 중인 금융당국 조직개편 논의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스테이블코인 가이드라인 등 주요 정책이 멈추자 업계에선 컨트롤타워 부재에 대한 불안이 커지고 있는 모습이다. /더팩트 DB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정부가 추진 중인 금융당국 조직개편 논의가 장기화되고 있다. 정책·감독 분리와 금융소비자보호원(금소원) 독립을 둘러싼 이견이 전날 정책토론회에서도 드러나면서 해법은 오리무중이다. 조직개편 지연으로 스테이블코인 가이드라인 등 주요 정책이 멈추자 업계에선 컨트롤타워 부재에 대한 불안이 커지고 있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정책토론회에서는 새 정부 금융감독체계 개편 논의를 둘러싼 '공개 설전'의 장이 열렸다. 윤석헌 전 금융감독원장과 고동원 성균관대 교수 등 학계는 "금융정책 기능은 기획재정부로, 감독 기능은 독립 기구로 이관해야 국제 기준에 부합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주제발표에 나선 고동원 교수는 "금융위가 금융산업정책과 금융감독 정책 기능을 모두 수행하고 있어 금감원의 독립성·전문성 확보에 한계가 있다"며 "기획재정부가 국내와 국제 금융정책 업무를 모두 관할하면 정부의 경제정책과 조화를 이룰 수 있고 효율성도 도모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감독기구를 '금융건전성감독원'과 '금융시장감독원'으로 분리하는 이원화 방안도 거론됐다. 금융건전성감독원이 금융기관 인허가 및 건전성 감독을, 금융시장감독원이 금융기관 영업행위 규제와 금융소비자 보호 업무를 각각 맡게 되면 효율성을 높이고 금융소비자 보호를 강화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윤석헌 전 원장은 축사에서 "관치금융의 후유증이 지속되면서 국내 금융사의 중개기능 역량이 제대로 자라지 못하고 있다"며 "추격형 성장 패러다임에서 자율과 창의를 기반으로 한 선도형 성장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가장 치열했던 대목은 '금소원' 분리 여부였다. 일부 학계·시민단체는 "감독기관 안에 소비자보호 부서가 묻혀 있으면 이해충돌이 생기므로 완전 독립이 필요하다"고 했다.

토론회장을 찾지 않았지만 금감원 노조와 실무직원 1539명은 지난 21일 "금소원 분리 시 소비자 피해 구제가 늦어진다"는 호소문·피켓 시위를 벌이며 독립안에 강력 반대했다. 완전 분리를 촉구하는 일부 학계·시민단체와 반대 의견을 보이면서 양측 주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강영대 한국은행 노조위원장은 이날 토론회장에 직접 참석해 한은이 금감원과 함께 '쌍봉형'(건전성·영업행위 분리) 감독 체제를 주도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한국은행 노조는 지난달 금융기관에 대한 감독권을 한은으로 이관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 역시 감독 권한 확대 필요성에 공감했다.

강 노조위원장은 "금융건전성에 대한 부분은 과거 한국은행의 역할이었고 현재 다른 국가에서는 대부분 중앙은행이 맡고 있다. 금융사의 영업행위·소비자보호는 금감원이, 금융기관의 건전성은 한은이 맡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금융권 일각에선 금소원 분리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금소원이 분리돼 별도의 기관으로 신설되면 결국 감독기관이 늘어나는 것이고, 이 경우 각종 위기 발생 시 금융당국의 대응 역량이 저하될 것 같다는 분석이다.

일례로 2000년대 초 카드사태 때 재경부, 금감위, 금감원 갈려 있어 부처간 책임 소재 이슈로 대응 및 문제해결이 늦어진 사례를 꼽는다.

금융권 관계자는 "감독기관 분리 신설이 되면, 각종 금융이슈 발생 시 신속한 대응 및 정책 시행도 어려울 것 같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금융권 일각에선 금융소비자보호원 분리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뉴시스

논의가 길어지는 사이 정책 현안은 '올스톱' 상태다. 은행권과 대형 IT기업이 참여한 '원화 스테이블코인 협의체'는 조직개편·디지털자산혁신법 일정이 밀리자 실무 회의를 시작하지 못하고 출범 3주째 대기 중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감독 주체가 확정돼야 발행 구조와 리스크 관리 방안을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제4인터넷전문은행(4인뱅) 예비인가 심사 결과 발표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금융위는 3월 말 4인뱅 예비인가 신청을 받아 상반기 내 민간 외부평가위원회 심사와 금융감독원 심사를 거쳐 본인가 절차에 들어간다는 방침이었으나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

인사 공백도 이어진다. 지난달 5일 이복현 전 금감원장이 퇴임한 이후 한 달 넘게 금감원장 자리는 공석이다. 금융위 산하 기업은행은 부행장 3석 승진 인사를 두 차례 연기했다. 수출입은행은 이달 정순영·홍순영 부행장이 임기를 마치고 퇴임했으나 후임 선임을 하지 못해 공석으로 두고 있다. 산업은행 역시 강석훈 전 회장이 지난달 떠나 회장 자리가 비어있다.

정치권 변수도 만만치 않다. 20일 권대영 금융위 사무처장이 부위원장으로 승진하면서 '금융위 존치론'이 급부상했으나 한국은행은 은행 검사권 환원을 요구하며 거시건전성 강화를 위해 감독기능 조정이 필요하다고 맞서고 있다. 국정기획위가 이해관계자 간 '다자 협상'을 언제 마무리할지에 따라 조직개편 로드맵은 또다시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위에선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권대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지난 21일 기자들과 만나 "받은 과제들이 많기 때문에 그것을 열심히 하는 게 소임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표했다.

업계에선 컨트롤타워 부재가 길어질수록 그 불안을 시장이 고스란히 떠안는다며 조속한 결정과 단계별 일정 공개를 촉구한다. 발표가 8월 국회로 넘어갈 경우, 하반기 금융정책·감독 일정 전반이 잇따라 늦춰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 경제상황상 여러 시급한 과제들이 많을텐데 감독체계 개편에 불필요한 에너지가 많이 쓰이고 기관장 인사가 늦어지는 점이 우려된다"고 했다.

seonyeong@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