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소비자 민원 총 672건…증권사 중 가장 많아
민원 98%가 펀드 관련…벨기에펀드 진통 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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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상반기 총 672건의 소비자 민원을 받아 이 기간 국내 증권사 중 가장 많은 민원을 받은 증권사에 이름을 올렸다. /더팩트 DB |
[더팩트｜이한림 기자] 한국투자증권의 벨기에펀드에 대한 민원이 끊이질 않고 있다. 전액 손실이라는 오명이 가시기도 전에 불충분한 정보 제공에 따른 불완전판매 소지와 운용 중 효과적인 대응책 마련도 미흡해 판매사로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지적도 일부 뒤따른다. 한국투자증권은 일찌감치 자율 배상안을 통해 사태를 수습하고 있지만 피해자들은 모임을 결성해 민원을 제기하면서 여전히 거리로 나서고 있다.
24일 금융투자협회 정보 공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한국투자증권의 소비자 민원은 총 672건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400건) 대비 68% 증가했으며 금융투자협회에 공시한 증권사 중 가장 많은 민원을 받은 증권사에 2개 분기 연속으로 이름을 올렸다.
상품 유형별로는 펀드가 656건(97.61%)으로 압도적 비중을 차지했다. 펀드 관련 민원은 올해 1분기 507건으로 집중됐으며, 2분기는 민원이 대폭 감소했으나 총 153건 중 149건이 펀드 관련으로 접수되면서 사실상 펀드 상품에 대한 불만이 폭주한 결과로 풀이된다.
한국투자증권의 펀드 상품을 향한 소비자 민원은 금융감독원에 접수된 분쟁조정 신청 현황에서도 뚜렷한 수치를 나타내고 있다. 올해 500건에 육박한 조정 신청 건수로 국내 증권사 중 가장 많은 분쟁조정을 받는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도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금융소비자보호 실태평가 종합등급에서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에 개선이 되지 않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는 지난해 12월 23일을 기점으로 수익률이 마이너스(-) 100%로 전환한 '한국투자벨기에코어오피스부동산투자신탁2호(파생형' 펀드에 대한 보상 문의가 폭주한 결과로 풀이된다.
이른바 '벨기에펀드'는 2019년 6월 14일 한국투자리얼에셋운용(당시 한국투자신탁운용)이 결성해 한국투자증권, 우리은행, 국민은행 등에서 판매한 상품으로 벨기에 정부 기관이 입주한 브뤼셀 투아송도르 빌딩의 장기임차권에 투자하는 형태로 구성됐으나 4년 6개월여만인 지난해 말 선순위 대주단의 만기 채무불이행이 발생해 전액 손실을 냈다. 손실 규모는 약 900억원대에 달하며 이중 약 70%를 판매한 한국투자증권은 600억원가량의 잠재적 손실이 기록되면서 피해를 주장하는 투자자들의 질타를 한 몸에 받는 실정이다.
펀드는 수익이 발생할 수 있는 개인이 투자에 대한 책임을 지는 투자 상품이기 때문에 이유를 막론하고 인당 원금과 이자를 합쳐 최대 5000만원까지 보호를 받는 예금자보호제도에 포함되지 않는다. 다만 투자를 유도하는 영업 과정이나 만기 전 관리 차원에서 불완전판매 소지가 적발된다면 판매사가 보상에 책임져야 하는 인식은 시장에 깔려 있다.
피해를 주장하면서 한국투자증권에 민원을 넣거나 집회에 나선 투자자들도 판매사의 불완전판매 여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을 통해 벨기에펀드에 가입한 투자자 A씨는 "상품에 가입할 때 벨기에 경제나 부동산 투자 현황을 예로 들면서 안정적인 임대 수익이라는 말만 반복해서 들었다. 펀드 구조에 대한 어떠한 설명도 고지도 없었다. 투자에 실패한 일반적인 사례가 아니라 가입만 권유한 판매사의 고의적인 정보 불충분이 원인이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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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투자리얼에셋운용(당시 한국투자신탁운용)이 운용하고 한국투자증권 등이 판매한 '한국투자벨기에코어오피스부동산투자신탁2호(파생형)' 펀드는 투자금 대비 전액 손실을 기록했다. /한국투자신탁운용 |
판매사가 손실을 감지하고 있었음에도 투자자들에게 고지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피해를 주장하는 투자자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벨기에펀드는 실제로 지난 2022년 말부터 임대수익이 축소되거나 지급이 중단됐으며 선순위 대출의 만기 연장이 필요한 상황에서 판매자들에게 사실을 알리지 않고 해결 방안을 검토하지도 않았다는 주장도 이어졌다.
또 다른 투자자 B씨는 "(판매사가) 처음부터 펀드를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고 본다. 판매사 방침에 따라 판매를 담당한 직원도 피해를 호소했을 때 펀드들이 후순위인줄 몰랐고 투자자에게 어떠한 권리나 지분도 없는지 몰랐다고 해명했다. 선순위 대주단이 헐값이 일방적으로 매각을 할 수 있다는 것도 몰랐다고 하더라. 이런 위험한 내용들을 알았다면 권유하거나 판매하지 않았을 거라고도 말했다"며 "법원판례에서도 고객이 위험내용에 대해 고지를 받았다면 거래하지 않았을 것으로 고지의무위반에 해당한다. 이는 기망행위에 따른 사기계약으로 승소한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도 벨기에펀드에 대한 지속된 민원을 인지하고 있다. 펀드 투자자들을 상대로 자체 조사를 진행한 후 자체적으로 마련한 배상 기준에 맞으면 손실액 중 일부를 배상하는 합의를 꾸준히 진행하고 있어서다. 배상 기준은 투자자의 투자 이력이나 증권사 귀책사유 등 개별 상황에 따라 합의 등 조정을 거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신속하고 객관적으로 벨기에펀드에 대한 불완전판매 여부를 검토했다. 판매 건 중 70%는 보상을 마무리했고 여전히 보상을 진행 중인 상태"라며 "판매사가 손실을 알고도 투자자에게 알리지 않았다는 일부 주장은 동의하기 어렵다. 해당 상품은 폐쇄형으로 운용보고서가 일일이 투자자에게 발송되지 않고, 만기 관련해서는 원칙 등에 따라 투자자의 3분의 2가 동의하면 연장된다. 민원이나 시위에 참여하시는 투자자들은 배상 대상이 아닌 경우로 인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한국투자증권이 배상을 진행하고 있지만 자구안에 불과하고, 한국금융지주그룹 계열 운용사의 물량을 받아 실제 대량 판매까지 진행해 수익을 본 1순위 판매사로서 여전히 사태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롭기 어렵다는 지적도 뒤따른다. 우리은행이나 국민은행 등 다른 벨기에펀드 판매처들이 아직 보상을 진행하지 않고 있어 선제적 배상을 통해 책임에서 벗어나려 하는 게 아니냐는 견해도 나온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한국투자증권이 자율 배상을 진행하고 있지만 논란이 지속되자 판매사 선에서 사태를 일단락하려고 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지난 2021년 부실 사모펀드 판매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질 때 운용사의 사기로 판명났으나, 금융감독원의 분쟁 조정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상품에 대한 전액 보상을 발표해 업계를 놀라게 하기도 했다"면서도 "투자자 자기책임 원칙을 벗어나 펀드시장 자체가 위축될 우려도 있지만 금융 당국도 사태를 들여다보기 시작한 만큼 논란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