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계적, 철저한 검수 시스템 내세우지만 여전한 구멍
종종 발생하는 가품 유통에 이용자들 신뢰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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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가 운영하는 리셀 플랫폼 크림에서 로로피아나와 뉴발란스가 협업해 선보인 한정판 운동화가 정가 대비 2배 비싼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네이버 크림 홈페이지 캡쳐 |
[더팩트 | 문은혜 기자] 네이버가 운영하는 한정판 리셀 플랫폼 '크림(KREAM)'에서 가품이 유통되는 사례가 여전히 발생하고 있다. 크림은 체계적이고 철저한 검수 시스템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최근에도 수백만원대 운동화를 구매한 소비자가 가품을 받은 사례가 확인되면서 신뢰도에 또 한 번 타격을 입었다.
유명 명품 뿐만 아니라 다양한 브랜드 간 협업으로 생산되는 고가의 한정판 제품 유통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크림과 같은 리셀 플랫폼에서 어떤 방식으로 이들의 가품 여부를 판별하는지가 소비자들의 관심사로 떠오르는 상황이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 소비자는 크림을 통해 수백만원에 달하는 리셀 운동화를 구매했지만 해당 제품이 가품이었던 것으로 뒤늦게 판명됐다.
해당 상품은 이탈리안 하이엔드 브랜드인 '로로피아나'와 '뉴발란스'가 협업해 선보인 스니커즈로, 뉴발란스의 '클래식990' 모델을 현대적인 디자인으로 재해석한 제품이다. 정가는 1500달러(한화 약 200만원)이지만 전 세계에 1000켤레 한정 판매되면서 리셀가가 2배 이상으로 치솟았다.
크림을 통해 600만원이 넘는 금액을 지불하고 이 제품을 구매한 소비자는 제품을 수령했을 당시에도 가품 여부를 인지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크림 측이 먼저 가품 여부를 확인한 뒤 소비자에게 가품 보상 지급 안내를 하면서 사실을 인지했다.
크림 측은 "뒤늦게나마 해당 사실을 인지한 후에는 거래가 종료된 고객에게 선제적으로 연락을 취해 제품에 대한 재검수를 자발적으로 진행했고 내부 정책에 따라 결제액 전체 환불에 더해 200%의 보상금도 전달했다"며 "상표법 위반 제품들로 인한 사용자 피해가 일어나지 않도록 더욱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크림은 소비자가 가품을 구매한 경우 구매 금액의 100% 환불은 물론, 구매액의 200%에 달하는 금액을 추가로 현금 보상하고 있다.
크림 관계자는 종종 발생하는 가품 유통 이슈에 대해 "철저한 검수 시스템에도 불구하고 가끔씩 발생하는 위조품의 정교함 때문에 오류가 생길 수 있다"며 "문제가 확인된 건에 대해서는 내부 기준에 따라 빠르게 보상하고 재발 방지에도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크림은 서울 송파구에 약 3000평 규모의 최첨단 자동화 물류 설비와 전문 인력이 근무하는 검수센터를 운영 중이다. 자체 개발한 검수 앱을 활용해 상품별로 검수 항목을 실시간으로 확인해 정밀하고 일관된 작업을 진행한다. 스마트 3D CT, 전자 현미경, UV 조명 등 상품 특성에 맞는 첨단 기기도 활용해 로고, 폰트 등 미세한 요소까지 확인한다는 설명이다.
이같은 시스템을 통해 적발되는 가품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크림의 가품 적발 건수는 지난 2020년 대비 2021년에 591% 증가했다. 이후 2022년 155%, 2023년 38%, 지난해에는 146% 늘어났다.
그러나 이 같은 시스템 속에서도 종종 발생하는 가품 유통 사례들로 인해 크림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의 불안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 분위기다. 특히 명품 외에도 다양한 브랜드들이 협업해 내놓는 한정판 제품들의 경우 진품과 가품을 구별할 수 있는 데이터가 한정적이라는 점에서 검수 시스템을 신뢰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나온다.
크림을 이용하는 한 소비자는 "한정판 제품들의 경우에는 소량 생산이고 샘플조차 구하기 어려운 제품들이 대부분"이라며 "이런 제품들의 경우 크림이 어떤 기준으로 진품과 가품을 구별한다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온라인 커뮤니티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도 크림과 같은 리셀 플랫폼을 불신하는 의견들이 종종 표출되고 있다. "전문 감정원들이 아닌 알바나 직원들이 가이드대로만 검수하는 것 아니냐", "수백만원짜리 물건이 가품일 수도 있다면 어떻게 믿고 사나", "수많은 상품들이 유통되고 있을텐데 하나하나 검수를 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는 등의 소비자 반응이 올라온다.
이에 대해 크림 측은 "검수 시스템은 영업기밀이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공개하기는 어렵다"며 "다만 명확한 메뉴얼에 따라 3개월 이상 교육을 이수받은 전문 인력들이 직접 검수한다"고 말했다.
리셀 시장은 최근 몇 년간 급격히 성장하며 단순 중고 거래를 넘어 투자 대상으로까지 부상한 상황이다. 이처럼 시장이 커지면서 가품 문제도 끊임없이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정가보다 비싸게 거래되는 리셀 제품들을 통해 수수료 매출을 올리는 리셀 플랫폼들이 정품 검수에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일회성 보상에 그치지 않고 플랫폼 자체의 검수 정확도와 책임 시스템을 강화해야 소비자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