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급 확대·정년 연장·근로시간 단축 등 요구
노사 협상 장기화 조짐…일부 파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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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르노코리아·KGM 노사는 상견례를 마치고 본교섭에 착수했으며, 기아는 이달 말 상견례를 앞두고 있다. 한국GM은 이미 교섭 결렬로 부분 파업에 돌입했고, 교섭 재개 일정도 휴가 이후로 미뤄진 상태다. /더팩트 DB |
[더팩트ㅣ황지향 기자] 현대자동차·기아·제너럴 모터스 한국사업장(한국GM)·르노코리아·KG모빌리티(KGM) 등 국내 완성차 5개 사가 올해 임금·단체협상(임단협)에 돌입한 가운데 노조가 성과급 확대와 정년 연장 등을 요구하면서 협상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일부 사업장은 교섭 결렬과 파업으로 이어지며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르노코리아·KGM 노사는 상견례를 마치고 본교섭에 착수했으며, 기아는 이달 말 상견례를 앞두고 있다. 한국GM은 이미 교섭 결렬로 부분 파업에 돌입했고, 교섭 재개 일정도 휴가 이후로 미뤄진 상태다.
현대차 노조는 기본급 14만1300원 인상, 순이익의 30% 성과급(주식 포함), 상여금 900% 외에도 정년 64세 연장, 임금피크제 폐지, 주 4.5일제 도입 등을 요구했다. 기아 노조도 기본급 14만1300원 인상, 주 4일제 도입, 정년 연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 성과급 기준은 현대차와 같은 순이익이 아닌 영업이익의 30%로 설정했다. 기아는 지난해 매출 107조원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100조원을 돌파, 영업이익도 12조6671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노사는 오는 28일 상견례를 시작으로 교섭에 돌입할 예정이다.
한국GM 노사는 교섭 결렬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9일 열린 12차 임금 교섭에서 노사는 이견을 좁히지 못했고, 17일 진행된 13차 교섭에서도 협상에 실패했다. 노조는 기본급 14만1300원 인상, 당기순이익의 15%에 해당하는 성과급, 통상임금의 500% 수준 격려금을 요구하고 있다.
사측은 13차 교섭에서 기본급 6만300원 인상, 성과급 1650만원 수준의 2차 제시안을 전달했지만, 노조는 실질적 진전이 없다며 교섭 결렬을 선언했다. 이번 임단협에서 노사 간 입장차가 극명한 또 다른 배경은 자산 매각 문제다. 한국GM은 전국 9개 직영 서비스센터와 부평공장 유휴부지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데 노조가 이를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노조는 사측에 자산 매각 방침 철회를 핵심 의제로 요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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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GM 노조는 지난 11~12일 각각 2시간씩 부분 파업을 벌인 데 이어 14일에는 파업 시간을 4시간으로 늘렸다. 이후에는 여름휴가 일정으로 인해 공장 운영이 중단되는 만큼 추가 파업은 일시 보류된 상태다. 한국GM 창원공장 내부. /한국GM 제공 |
노조는 지난 11~12일 각각 2시간씩 부분 파업을 벌인 데 이어 14일에는 파업 시간을 4시간으로 늘렸다. 이후에는 여름휴가 일정으로 인해 공장 운영이 중단되는 만큼 추가 파업은 일시 보류된 상태다. 노조 관계자는 "창원과 부평공장이 순차적으로 휴가에 들어가 가동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휴가 이후 비상쟁의대책위원회를 재소집해 향후 대응 수위를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차기 교섭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르노코리아 노사는 성과급 400만원 지급, 호봉제 부활, 임금피크제 폐지 등을 놓고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앞서 노조는 지난 3일 교섭 결렬을 선언, 전날 재교섭에 돌입했다. KGM은 15년 연속 무파업 타결 기조를 유지하며 기본급 13만9000원 인상, 신차 출시 격려금 100만원 등을 요구하며 비교적 조용한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고금리 기조와 환율 변동, 보호무역주의 강화, 전동화 전환에 따른 설비 투자와 원가 부담 등 복합적인 악재가 겹쳤다고 진단한다. 이런 상황에서 노조가 성과급 확대, 정년 연장, 근로시간 단축 등 비용을 수반하는 요구를 이어갈 경우 생산 차질은 물론 고용 안정성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과 교수는 이러한 갈등이 반복되는 이유로 노사 간 협상 구조의 비일관성을 지적했다. 그는 "노조가 전년도 실적 호조를 바탕으로 성과급을 요구하는 것은 타당하지만, 사측이 금년도 경영 여건 악화를 이유로 이를 거부하는 것은 협상 기준의 일관성을 결여한 태도"라고 말했다. 이어 "전년도 실적을 기준으로 협상하고, 그 결과를 다음 해에 반영하는 구조는 시차로 인한 신뢰 저하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분기별 또는 반기 실적을 바탕으로 실시간 협상 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노사 모두 감정적인 대립보다는 실현 가능성과 지속 가능성을 바탕으로 협상의 틀을 재정립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년 연장과 주 4.5일제 요구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이 교수는 "정년이 늘면 신규 채용이 줄고, 실질적으로는 자식 세대의 일자리를 뺏는 구조가 된다"며 "주 4.5일제도 실근무시간은 유지한 채 특근 수당만 늘리려는 방식으로 악용된다면 급여만 높아지는 구조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hyang@tf.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