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농산물 '전략적 판단' 언급
전문가 "협상 수혜 기업, 기금 증액 고려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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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지난달 22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을 통해 미국 워싱턴 DC로 출국하기 전 취재진 질문에 답하는 모습. /남용희 기자 |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정부가 한미 관세 협상 과정에서 농산물 부문에 대한 전략적 판단 필요성을 언급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언급한 관세 부과 시한이 2주가량 남은 상황에서 산업계는 전략적 판단과 성과를 기대하는 모양새다.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 14일 최근 미국 워싱턴 DC를 방문해 한미 관세 협상을 진행한 것에 대한 백브리핑을 진행하며 "농산물도 전략적인 판단을 해야 한다"며 "지켜야 할 부분은 지키겠지만, 협상 전체 틀에서 고려할 점이 있다"라고 말했다.
특히 여 본부장은 '패키지딜' 형태로 타결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산업계에서는 25% 상호관세와 함께 자동차와 철강 등 품목별 관세에 대한 협상 결과를 주목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구리 등에 대해서도 다음 달 1일부터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전시작전권이 협상 카드로 활용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미국 상원 군사위원회는 최근 2026 회계연도 국방수권법을 통과시켰다. 법안에는 국방장관이 보증할 때만 전작권 전환이 가능하다는 내용이 담겼다.
정부가 미국의 농산물 개방 요구에 전략적 판단 필요성을 언급하자, 농민 단체는 반발하고 나섰다.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은 성명서를 내고 "미국의 비상식적이고 몰지각한 통상 압박에 굴복해 또다시 농업을 희생시키겠다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한농연)는 오는 16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한미 상호관세 협상 농축산물 관세·비관세 장벽 철폐를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겠다고 예고했다. 해당 단체는 사실상 완전 개방으로 국내 농업 생산 기반이 붕괴할 것을 우려한다.
산업계에서는 정부가 고차방정식을 해결할 수 있는 적절한 답안을 찾기를 바라는 모양새다. 상호관세 및 품목관세로 미국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잃으면 산업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자동차 수출 감소는 벌써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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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자동차그룹 미국 법인은 오는 9월 2일까지 19개 차종 할인 정책을 연장하겠다며 가격 경쟁력 유지 전략을 드러냈다. /뉴시스 |
산업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월 1일~6월 25일) 대미 자동차 수출액은 153억4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6.8% 감소했다. 자동차가 주요 수출 품목인 상황에서 밸류체인에 속한 기업이 받은 영향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은 시장점유율 방어를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 미국 법인은 오는 9월 2일까지 19개 차종 할인 정책을 연장하겠다며 가격 경쟁력 유지 전략을 드러냈다. 가격 동결 기조를 유지하는 데 이어 전격적인 할인 정책으로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겠다는 의지다. 이 전략이 통해 점유율을 유지하더라도, 영업이익률 하락은 불가피하다.
전문가들은 농축산업계에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장면을 연출하기보다 관세 문제를 해결해 자동차와 철강 등의 분야가 산업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생기는 이익을 공유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정부가 갈등을 조율하며 대외 협상력을 키워 관세를 낮춰야 한다"며 "자동차 산업 경쟁력을 높이면 수익을 올릴 수 있고 그 이익을 농민에게 제공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실질적으로 관세 협상 결과로 이익을 본 기업이 농축산업계를 위해 출연한 기금을 증액하는 방안이 언급된다. 현재 중소벤처기업부 산하에는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이 있어 자유무역협정(FTA) 이행으로 피해를 본 농축산업계를 위한 기금을 관리 운영하고 있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FTA 체결 당시에도 농산물 문제가 컸다"며 "수혜를 받은 대기업이 출연한 기금을 증액하는 방식 등으로 농축산업계에 양보를 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bell@tf.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