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별 수주'로 생존력 높인 K-조선…하반기 전망은?더팩트 기사제공: 2025-07-08 10:42:02

7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조선 3사의 2분기 영업이익 합계는 1조3308억원에 달할 것으로 집계됐다. HD현대삼호가 2022년 인도한 1만5000TEU급 LNG 이중연료 추진 컨테이너선. /HD한국조선해양

[더팩트ㅣ황지향 기자] HD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등 국내 조선 빅3가 전 세계 선박 발주 감소세 속에서도 2분기 실적 방어에 성공할 것으로 보인다. 고부가가치 선종 인도 본격화, 선가 상승, 외국인 숙련 인력 확대가 긍정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다만 신규 수주 둔화가 장기화될 경우 수익성 유지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7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조선 3사의 2분기 영업이익 합계는 1조3318억원에 달할 것으로 집계됐다. HD한국조선해양은 전년 동기 대비 139.3% 증가한 9009억원, 삼성중공업은 35.12% 증가한 1766억원, 한화오션은 2543억원의 영업이익이 예상된다.

실적 개선은 고선가 LNG운반선, 대형 컨테이너선 인도 등이 주효했다. 2022년 이후 수주한 물량이 순차적으로 매출로 반영되면서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 HD현대중공업 상선 부문은 13%대 영업이익률이 예상되며, 삼성중공업은 부유식 LNG설비(FLNG) 착공 효과가 실적 개선을 뒷받침하고 있다. 한화오션은 고마진 선종 중심의 건조 믹스 전환과 공정 안정화에 힘입어 수익성이 개선되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외형 확대보다 수익 중심의 선별 수주 전략이 실적 방어에 효과를 내고 있다"며 "신규 수주 없이도 당분간은 수주잔량으로 생산라인이 안정적으로 운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내 조선사들이 보유한 수주잔량은 약 3.5년치로, 과거 평균치인 2~2.5년을 크게 상회한다. 이에 따라 단기적으로는 인도 물량에 기반한 실적 방어가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6월 기준 한국의 척당 수주 톤수는 5.8만CGT로, 중국(2.7만CGT)의 두 배를 넘는다. 같은 선박 1척을 수주하더라도 더 크고 고수익인 선박에 집중하고 있다는 의미다. /삼성중공업

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등 주요 조선사들은 하반기에도 친환경 선박 중심의 선별 수주 기조를 이어가면서 해양플랜트·방산 등 비상선 부문으로 사업 다각화를 강화할 방침이다.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6월 기준 한국의 척당 수주 톤수는 5.8만CGT로, 중국(2.7만CGT)의 두 배를 넘는다. 같은 선박 1척을 수주하더라도 더 크고 고수익인 선박에 집중하고 있다는 의미다.

업계는 향후 미국 시장 개방 가능성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최근 미국 정부가 자국 조선업 재건을 위한 투자를 본격화하면서 한미 간 방산 및 조선 협력 확대가 주목받고 있다. 특히 미국 내 기존 조선소들이 선종별로 최대 36개월에 이르는 납기 지연을 겪고 있다는 점에서 국내 조선업계가 일부 물량을 대체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발 신규 수주 기회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신규 발주 감소세는 리스크다.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6월 전 세계 선박 수주는 1938만CGT(647척)로 전년 대비 54% 급감했다. 같은 기간 한국은 487만CGT(113척)를 수주하며 33% 줄었고, 중국도 1004만CGT(370척)로 65% 감소했다.

산업연구원은 최근 발간한 '2025년 하반기 경제·산업 전망' 보고서에서 "글로벌 금리 고공 행진, 미·중 무역 분쟁, 보호무역 강화 등 대외 여건 악화로 신규 발주 심리가 위축되고 있다"며 "고부가·친환경 선종에 집중하고, 생산성과 비용 효율성 제고를 통해 수익성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hyang@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