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달쏭 유통] 간장에 국적 왜 있을까? '조선간장'과 '왜간장' 차이더팩트 기사제공: 2025-07-05 00:06:04

국내 시장에서 판매되는 간장은 크게 국간장, 양조간장, 혼합간장으로 분류된다. 4일 서울시 한 대형마트 조미료 매대에 간장 제품들이 진열돼 있다. /우지수 기자

유통은 실생활과 밀접한 산업군입니다. 하루에도 수많은 상품이 쏟아져 나와 소비자들의 삶을 윤택하게 합니다. 하지만 이들 상품을 사용하면서 문득 떠오르는 궁금증도 많습니다. 이 코너는 유통 관련 궁금증을 쉽게 풀어드리기 위해 마련했습니다. 알아두면 쓸모 있는 유통 지식을 소개합니다. <편집자주>

[더팩트｜우지수 기자] 간장은 한국인에게 가장 친숙한 조미료 중 하나다. 들어가는 요리보다 안 들어가는 요리를 찾는 게 더 쉽다. 그런데 간장을 사용하려고 하면 조선간장과 왜간장처럼 국적이 나뉘어 있거나 국간장, 양조간장, 진간장 등 분류가 다양해서 헷갈릴 때가 있다. 제품에 쓰인 이름만으로는 맛도 용도도 쉽게 가늠하기 어렵다. 쓰임새에 맞는 간장은 어떻게 골라야 할까?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국간장은 과거 '조선간장', 양조간장은 '왜간장' 또는 '개량간장'으로 불렸다. 지금은 많이 쓰이지 않는 표현이지만 간장을 만드는 방식이 비롯된 나라에 따라 구분하던 말의 흔적이 남아 있다.

간장은 콩에 들어 있는 단백질을 잘게 분해해 감칠맛을 내는 아미노산으로 바꾸고 그것을 소금물에 녹여 만든 발효 조미료다. 우리가 간장에서 느끼는 고소하고 깊은 맛은 모두 이 아미노산에서 비롯된다. 그리고 간장의 종류는 단백질을 어떻게, 얼마의 시간을 거쳐 아미노산으로 분해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국간장은 조선 시대부터 집집마다 담가 먹던 전통 간장이다. 삶은 콩으로 메주를 쑤어 항아리에서 소금물에 담가 두 달 이상 발효시킨 뒤 액체는 간장으로 떠내고 고체는 된장으로 사용하는 방식이다. 메주라는 발효 방식과 간장과 된장이 함께 만들어지는 '장 가르기'는 한국 고유의 전통이다. 맑고 짠맛이 강하며 구수한 맛이 특징이다. 단맛은 적기 때문에 국, 찌개, 나물 등 요리에 잘 어울린다.

국간장은 숙성 기간이 길고 생산 효율이 낮아 비교적 대량생산에 불리하다. 오래 숙성시킬수록 깊은 맛이 나지만 생산 비용이 증가하고 생산량은 줄어든다. 이런 이유로 국내 간장 시장에서 국간장 비중은 10% 안팎에 그치고 있으며 판매량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현대 식품공장에서는 국간장을 전통 방식처럼 장 가르기로 만들지 않는다. 메주 발효 대신 콩에 종균을 넣어 간장과 된장을 아예 따로 발효·제조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이렇게 하면 전통 방식보다는 생산 속도를 높이고 맛과 품질을 균일하게 유지할 수 있다.

간장의 분류는 콩에서 감칠맛 성분인 아미노산을 얻어내기 위해 단백질을 분해하는 발효 방식에서 결정된다. /우지수 기자

일본에서는 콩과 밀, 보리 등을 한 알 한 알 따로 누룩균으로 발효해 소금물에 담가 간장을 만드는 방법이 개발됐다. 콩을 으깨 뭉친 메주보다 발효 속도가 빨라 대량생산에 유리하다는 특징이 있다. 일제 시대에 이 기술이 한반도로 넘어오면서 간장 공장이 만들어졌고 일본식 간장, '왜간장'으로 불렸다.

일본식 간장은 오늘날 '양조간장'이라는 이름으로 자리 잡았다. 양조간장은 국간장보다 색이 진하고 탄수화물을 함께 발효하기 때문에 단맛이 강하다. 반면 짠맛은 국간장에 비해 덜하다. 장시간 가열하는 요리에서는 향이 약해질 수 있어 회에 찍어 먹거나 무침 양념처럼 간장의 맛과 향을 살리는 요리에 적합하다.

마트에서 가장 많이 보이는 진간장의 경우 양조간장에 '산분해간장'을 혼합한 혼합간장이 주류를 이룬다. 현재 시판 중인 진간장은 짙은 색과 강한 감칠맛으로 조림, 볶음, 양념장 등에 두루 쓰인다. 국내 전체 간장 판매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그렇다면 산분해간장이란 뭘까. 산분해간장은 콩 단백질에 산(염산)을 넣어 분해를 촉진하고 아미노산을 최대한 빠르게 추출할 수 있는 방식으로 만든 제품이다. 단백질 분해 시간을 양조간장보다도 대폭 단축시켜 생산성과 가성비가 뛰어나다. 또 열을 가해도 맛이 쉽게 변하지 않아 다양한 요리에 쓸 수 있다.

진간장 등 혼합간장을 구매할 때는 제품 라벨에 적힌 산분해간장과 양조간장의 비율도 함께 확인하는 것이 좋다. 현행 식품법상 산분해간장이 99%, 양조간장이 1%만 섞여도 혼합간장이라는 이름을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양조간장 비율이 높을수록 가격도 함께 올라간다.

일반적으로 국간장은 '한식간장(조선간장)'으로, 양조간장은 '양조간장'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국간장 제품 중에도 혼합간장으로 분류된 제품이 있고 일부 진간장 제품은 양조간장으로 생산되기도 한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쓰임새에 맞는 간장을 고르기 위해서는 제품명뿐 아니라 식품유형과 혼합 비율까지 꼼꼼히 살펴보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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