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쏘아올린 '건설안전특별법'…업계 "기업 망하라는 소리"더팩트 기사제공: 2025-07-04 00:06:05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표 발의로 지난달 27일 '건설안전특별법'이 국회에 발의됐다. 주요 내용은 사망사고가 발생한 건설사에 연매출 3% 과징금을 부과하거나, 1년 이하의 영업정지를 부여하는 것이다. /뉴시스

[더팩트｜이중삼 기자] 건설노동자의 반복되는 죽음을 막기 위한 '건설안전특별법'이 지난 1일 국회에 발의됐다. 사망사고가 발생한 건설사에 연매출 3% 과징금을 부과하거나, 1년 이하의 영업정지를 부여하는 것이 골자다. 이를 두고 노동계·경영계가 극명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해당 법이 국회의 문턱을 넘는다면, 시장에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4일 국회에 따르면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대표로 박정현·손명수·윤호중·이건태·이광희·이병진·이연희·이재관·이정문·조인철 의원 총 11명은 건설안전특별법을 공동 발의했다. 지난달 27일 국회에 제출됐고, 현재 국토교통위원회에 회부된 상태다.

이 법안은 건설현장에서 발생하는 반복적 중대재해사고를 줄이고, 건설사 안전관리 책임을 법으로 규정하는 데 목적이 있다.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원내운영수석부대표는 건설공사 참여자별로 권한에 상응하는 안전관리 책임을 부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윤호 기자

◆ 건설사 수익구조 정조준한 '경영제재 카드'

문 의원은 "발주자·시공자 등 상대적으로 권한이 큰 주체가 책임을 져야 함에도, 실제 사고로 인한 책임은 하수급시공자나 건설종사자에게 전가되는 경향이 있다"며 "건설공사 참여자별로 권한에 상응하는 안전관리 책임을 부여해야 한다. 건설사고가 발생하면 합당한 책임을 지도록 하고, 사고손실 대가가 예방비용보다 크다는 인식을 확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법안 제34조·제35조에 따르면 안전관리의무를 위반하거나, 안전관리계획을 이행하지 않은 채로 사망사고가 발생하면 사업자는 연매출의 최대 3% 과징금 또는 1년 이하의 영업정지 처분을 받게 된다. 또 제39조에서는 발주자·시공자·감리자 등 건설공사에 관여하는 주체를 형사처벌 대상으로 적시해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을 처할 수 있도록 했다.

사업자 처벌 위주의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에서 한발 더 나아가, 기업의 수익구조를 정조준한 '경영제재 카드'가 등장한 셈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지 3년이 지났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자, 더 강력한 법안을 내놓은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고용노동부가 공개한 올해 1분기 산업재해 현황에 따르면 건설업 사고사망자 수는 2023년 90명에서 지난해 98명, 올해 100명으로 늘었다. 1년 전으로 범위를 좁히면 산업재해 사망자 총 589명 가운데 276명이 건설업에서 발생했다.

'건설안전특별법'이 발의된 이후 건설업계에서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 등 이미 시행 중인 규제가 있는 상황에서 추가적인 처벌 법안이 나왔기 때문이다. /뉴시스

◆ 당장 필요한 생명법 vs 말도 안 되는 법

특히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이 유죄 판결을 받은 비중이 많았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이 지난달 발간한 '기업 규모와 업종 특성을 고려한 중대재해처벌법 개선방향(건설업을 중심으로)'에 따르면 법 시행 이후 지난 3월까지 법원이 선고한 판결은 총 37건이다. 이 가운데 33건(89.2%)이 유죄 선고를 받았다. 실형 선고는 5건에 그쳐 전체의 약 15%를 차지했다. 문제는 법 적용이 중소기업에 집중됐다는 점이다. 규모별로 보면 중소 28건, 중견 5건, 대기업 3건이다. 현장에서는 '사고만 나면 하청만 다친다', '원청은 빠져나간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민주노동당은 법안 발의를 환영한다는 입장을 냈다. 민주노동당은 지난 2일 '건설노동자 생명을 지키는 건설안전특별법 적극 환영'이라는 성명을 내고 "건설업은 복잡한 원하청 구조와 불법하도급 계약으로 안전관리에 대한 책임 소재가 불분명한 경우가 많다"며 "안전보건보다 이윤을 위해 기형적으로 만들어진 구조 속에서 안전비용은 뒷전으로 밀려나기 십상이다. 건설 사망사고는 이러한 구조의 결과"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기업의 재해 예방 의무를 처절히 이행하도록 유도하려면 기업 경영에 실질적인 영향을 줄 수 있어야 한다"며 "매출액에 따라 과징금을 부과하는 이 법이 필요하다. 국회는 법을 조속히 통과시킬 것을 촉구한다. 생명을 지키는 이 법을 적극 환영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건설업계 입장은 정반대다. 이미 산안법·중처법 등 여러 규제법이 시행 중인 상황에서, 또 하나의 처벌 중심 법안이 나왔기 때문이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이날 <더팩트>와의 전화 통화에서 "말도 안 되는 법이다. 매출액의 3%를 과징금으로 부과한다는 소리는 기업이 도산 위기에 놓일 수 있다는 말"이라며 "이미 처벌 위주의 법이 시행 중인 가운데, 이 법까지 통과될 경우 이는 기업에게 망하라는 얘기와 같다"고 꼬집었다.

이어 "대형 건설사 평균 영업이익률이 3% 수준"이라며 "사망사고가 발생하면 한 해 이익 전부를 과징금으로 물게 돼, 기업 생존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 재검토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하소연했다.

js@tf.co.kr